ep17. 당신은 백과사전이 아니다.
정답만을 말하고 싶은 당신에게
"김 사원, 전자 공학이라고 했지? 이리 잠깐 와보겠나?"
입사한 지 어느덧 6개월이 된 김 사원은 최 부장의 부름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한 편은 아니었고,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긴장된 나머지 땀에 젖은 촉촉한 손이 그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신입사원들은 본인의 상사에게 똑 부러진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아마도 그것은 초, 중,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틀린 답을 두려워하는 학업 습관들이 쌓여 만든 우리 대다수의 관습이 빚어낸 태도가 아닌가 싶다. 시험이나 면접에서 '잘 모르겠다'는 것은 틀린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에서 모른다는 것이 곧 틀린 것은 아니다. 내가 한번 알아보고 알려드린다고 하던지, 아니면 그 분야의 전문가를 알아보고 연락해서 연결을 해준다고 하던지, 정 안되면 구글링으로 방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자료로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우리는 타석에 들어선 타자이다. 어렸을 적 우리가 학생일 때의 타석에서는 무조건 방망이를 휘두른 셈이다. 내가 자신 있는 직구가 오면 방망이를 크게 휘둘러 홈런을 만들 수 있었지만 자신이 없는 변화구가 오더라도 방망이를 휘둘러야 했기에 헛스윙으로 삼진 아웃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우리는 방망이를 꼭 휘두르지 않아도 1루에 나갈 수 있는 방법만 고민하면 된다. 내가 자신 있는 공이 오면 휘둘러 안타를 만들면 되고, 자신이 없는 공에서는 굳이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면 삼진 아웃이 될 수 있지만 기회는 3번이나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투수가 계속 볼을 던진다면 우리는 볼 넷으로 1루에 나갈 수도 있다. 타자가 방망이를 꼭 휘두르지 않아도 출루하듯, 우리도 꼭 정답을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정확한 답을 할 경우 직장 동료로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당신이 오답을 말할 때, 학생일 때는 즉시 채점을 통해 정답과 오답을 가려냈다. 하지만 직장인은 상대방도 정답을 모를 수 있기에 즉시 채점을 하지 않는다. 당신의 오답은 다른 제삼자에게 또 다른 오답으로 전해질 가능성도 있다. 서로의 신뢰는 무너지고, 이것이 나의 능력치가 된다. 오답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비로소 그때 당신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당신의 평판이 되고, 업무 역량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백과사전처럼 즉각적인 대답을 하려고 애쓰지 않길 바란다. 오히려 답변을 유예하는 것이 당신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됨을 명심하기 바란다. 빠르고 덜렁거리며 신뢰 가지 않는 엉터리 검색 엔진보다는, 초기 속도는 좀 느리지만 내가 검색하면 그래도 원하는 답을 찾아서 보여주는 그런 정확한 검색엔진이 되도록 노력한다면 당신의 평판 또한 훌륭해질 것이다. 처음엔 느린 속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빨라질 것이다. 당신에게 업무 노하우나 배경지식이 쌓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백과사전처럼 행동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