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이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 아세요?!"
사무실에 있던 김 대리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김 대리는 수작업이 많은 일을 맡게 되었는데, 그의 상사인 고 과장이 이를 몰라주니 내심 서운했나 보다. 김 대리의 업무 과정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서 자료를 검색한다. 사내 인트라넷 속도도 워낙 느리기 때문에 자료를 검색하는데 5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두 번째, 자료를 내려받고 이를 보기 좋기 가공한다. 고 과장께서 항상 강조하는 가운데 정렬과 표 테두리 굵음을 설정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렇게 보기 좋게 만드는 작업도 대략 10분 정도 소요된다.
세 번째, 만든 표를 가지고 차트로 표현한다. 차트의 범례와 차트 색상 등 고려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이 나의 능력을 한껏 뽐낼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이렇게 작업을 하다 보니 10분 정도 소요되었다.
네 번째, 만들어진 차트를 분석한다. 지난달 대비 매출이 증가한 날이 있으므로, 이날에는 강조 표시도 하고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다섯째,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만든 자료는 고 과장께 메일로 전송한다.
옆 팀에서 김 대리와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전 대리는 업무 방식이 약간 다르다. 그는 하루의 시간을 할애하여 김 대리가 하고 있는 수작업들을 업무 효율화를 통해 자동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먼저, 자료를 검색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자료를 업로드하는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매일 아침 자료를 메일로 받아볼 수 없겠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느린 시스템 때문인지 이미 메일로 발신해 주는 기능이 있다며, 해당 메일의 수신처에 전 대리를 넣어주겠다고 했다. 아침마다 자료를 검색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전달받은 자료를 엑셀에서 가공하고 도식화/분석하는 과정은 엑셀의 ‘매크로’ 기능을 활용하였다. 버튼 하나만 클릭하면 자료를 스스로 가공하고 차트로 생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기능까지 넣은 것이다. 전 대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자료를 메일에 담아 전송하기만 하면 된다. 한 시간을 투자해야 할 일이 단 10분 만에 마무리된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바로 업무 효율화를 고민하느냐 아니냐 차이일 것이다. 상사의 지시로 업무 시간을 줄여야 할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본인의 필요에 의해서 업무 시간을 줄여야 하는 상황도 생길 것이다. 필자는 후자가 당신의 일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든 당신은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자세를 지향해야 한다. 전 대리는 비록 업무 효율화를 함에 있어 투자한 시간이 꽤 있을지도 모른다. 매크로 기능을 구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나 자료를 직접 메일로 받기 위해 담당자와 협의하는 시간 정도 말이다. 아주 약간의 시간 투자로, 전 대리는 업무를 할 때마다 김 대리보다 50분의 시간을 더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업무 효율화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간을 더 벌기 위한 목적이므로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 다른 예시가 있다. 당신 앞에는 기계의 볼트를 조이는 네 명의 정비사가 있다. 네 사람의 생각은 모두 다른데 당신은 여기서 누구의 생각과 가장 잘 일치하는가?
A 정비사: 볼트는 왜 조여야 하는 거야? 귀찮은데 좀 있다가 하지 뭐.
B 정비사: 자신은 없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니 볼트를 조여보자.
C 정비사: 내가 볼트를 조이는 것만큼은 자신 있어. 오늘은 더 정확한 힘과 방향으로 제대로 조여볼 거야.
D 정비사: 볼트를 잘 조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기계에서 이 볼트를 없앨 수 없을까? 이 기계를 정비하기 위해서 투입되는 정비사의 업무 시간도 줄어들 텐데 말이야!
A에서 D 정비사로 가면 갈수록 태도는 수동적에서 능동적으로 바뀌고, 또한 D 정비사는 궁극적으로 업무 효율화를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C 정비사의 생각과 가깝다면, 조금만 더 노력하면 업무 효율화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지향하고 있는 지금 당신의 작은 생각이 업무 시간을 줄여줄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당신의 능력을 상위 평가할 수 있는 하나의 결과물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업무 효율화를 추구하는 '개발자'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