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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크류 Oct 01. 2023

ep22. 살아남는 리더의 조건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조직의 리더라고 하면 권한과 의무를 지닌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리더의 결정을 부서원들이 모두 순순히 잘 따르는 경향이 많았다. 또한, 리더의 결정을 잘 따르지 않는다면 소위 '문제아'로 인식하는 경향도 컸다.

  최근 기업에서는 달라진 기업문화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일이 비일비재한다고 한다. 세대의 특징을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소위 MZ라 불리는 요즘 세대의 특징은 이른바 '피드백'이다. 리더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혹은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을 한다. 그들은 그에 대한 설명(피드백)을 듣고 납득이 되어야 비로소 움직이는 것이다.

  수직적인 조직이 수평적인 조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도 리더의 변화는 나타난다. 과거엔 수직적인 조직으로 인해 리더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경색되었다면, 최근의 조직은 수평적인 조직이 되면서 서로의 소통을 중시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엔 사원-대리-과장-부서장을 거치며 의사소통을 했다면, 요즈음에는 사원, 대리, 과장 모두 독립된 개개인으로서 부서장과 소통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 변화와 피드백을 중시하는 문화는 점차 리더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 리더뿐 아니라 경영진에게도 소통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경영진의 경영 방향과 결정에도 조직의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구성원들의 빠른 피드백에 대한 열망으로, 피드백이 지연되거나 묵묵부답인 리더는 점차 리더로서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그들은 과거의 리더를 답습하기보다는 요즈음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 살아남는 리더의 첫 번째 조건은 구성원들과 더 소통하며 빠른 피드백에 있다.

  과거 베이비부머 세대부터 X세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회사에서의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기며 지냈다. '집단'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몸 바치고, 내가 속한 '조직'의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라 여겼다. 여기서의 '개인'은 조금은 희생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세대가 변하면서 이는 옛말인 것 같다. MZ 세대에게 직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을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는 '개인의 역량 향상과 발전'이 1위를 차지했다. 조직, 집단, 우리와 같은 공동체에서 개인에게 주는 효용으로 일의 가치가 점차 변화하는 것이다.

  필자도 8년 남짓한 직장 생활을 이어오다 보니, 조직의 발전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런 상황을 야구에 빗대어 종종 생각하곤 한다. 1루에 있는 동료를 위해 희생 번트를 대거나, 3루에서 뛸 준비를 하고 있는 동료를 위해 희생플라이를 만들어주는 것. 본인이 마음껏 휘둘러 안타를 만들 수 있는 상황임에도 팀의 1점을 위해 기꺼이 나의 목숨을 내어주는 행동. 이는 우리의 직장 생활과도 많이 닮아있다. 팀 프로젝트에서 나보다 우리 팀을 더욱 빛나게 하는 행동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 팀의 성과를 위해 눈에 띄지 않더라도 설득력 있는 자료를 만들거나, 자료 뒤편에서 드넓은 시장 조사를 하기도 한다. 이는 개인이기 이전에 팀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행동으로 평가한다.

  이렇게 조직을 위해 나를 희생한 후 그에 응당한 성과와 보상이 뒤따른다면 개인이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지만, 적절한 성과나 보상이 뒤따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경우 개인의 발전을 위해 팀을 떠나거나 조직 내 리더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큰 틀의 조직운영에서는 팀의 팀워크를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처럼 리더가 개인의 발전보다 팀의 발전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요즈음의 개인은 딱 두 가지 행동으로 결론 내린다. 발전을 위해 떠나거나 혹은 발전 없이 안주하거나.

  반대로 생각하면, 살아남는 리더의 두 번째 조건은 조직과 개인의 발전을 균형 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개인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MZ 세대들의 인식과는 달리, 조직의 발전만을 중요한 가치로 내건다 면 조직 구성원 개개인들이 큰 좌절감에 휩싸일 수 있다. 또한 조직의 발전은 뒷전인 채로 개인의 발전만 추구한다면 조직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발전만 추구하는 이기주의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지켜봐 온 조직에서는 개인의 역량 강화에 힘쓰고, 발전된 개인의 능력치를 토대로 서로의 시너지를 높이는 게 조직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 개인 역량은 저조한 수준인데 조직의 발전을 위해 서로 노력한다면 선장 없는 난파선이 될 확률이 높다. 모두가 노를 젓고 있지만, 어느 한 명이 방향을 잡기 어려우므로 제대로 된 항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방향을 잡을 인재와 노를 힘껏 저을 인재, 때로는 부족한 식재료로 맛있고 따뜻한 식사를 준비할 인재를 구분해서 배치하는 것. 그것이 개인의 발전을 추구하는 요즘 직장인들이 동경하는 리더의 역량이자 자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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