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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 Dec 12. 2023

다정한 응원가가 되고 싶은 이유는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응원하는 삶이 좋다

언제부터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좋은 것들은 늘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다. 걷다가 예쁘게 찍힌 하늘 사진도 보여주고, 들었던 노래 중에 감명받은 노래나 음악이 있다면 들려주고, 재미나게 읽은 책이 있다면 상대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어도 나중에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좋아하는 음식점이나 카페는 꼭 지도에 저장해 두고 친구와 가족들을 데려간다.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소소한 나만의 즐거움이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취미(김신지)’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으아 나랑 같은 사람이 있다니! 나도 이런 제목으로 묶이는 글을 썼어야 하는데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다. 글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모르고, 막연한 글쓰기의 로망만 가졌을 때라 나도 그냥 쓰면 그 정도는 쓸 줄 알았던 오만한 착각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나누는 것과 함께 의식하지 않아도 잘했던 것 중 한 가지는 내 곁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독이거나 응원하는 일이었다. 그때에는 그게 그냥 친구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러 시간들을 통해 그것도 남들에게는 썩 쉬운 일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하면서 좋은 상사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좋은 동료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랑 비슷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함께 성장한 친구들도 있고 생각하면 늘 안아주고 싶은 후배와 동생들이 있다. 몇 년 조금 더 일해봤다고 몇 번 더 여기저기 부딪혀보았다고 나와 비슷한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응원이 절로 나왔다. 대체로 이직에 대한 응원과 지금도 충분히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 건강한 회사 조직 문화가 아니다 보니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누구 하나 칭찬해 주거나 좋은 소리가 잘 나오지 않으니 자신들이 일을 잘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어디에 내어놓아도 잘할 수 있는 친구들이라서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만나서 그 간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잘했다, 멋있다고 칭찬해 주고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었다. 단순히 친구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열심히 하고 성장하려 애쓰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지금은 함께 일하지 못하지만, 너와 함께 일하는 친구들은 정말 복 받았고 감사해할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응원을 자연스레하고 좋아한다고 깨달은 것은 ‘내면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마음성장 플랫폼’인 밑미에서 활동하면서부터다. 책 읽는 습관을 유지하고 싶고, 발견한 문장들도 잘 정리하고 싶어서 시작한 문장메모 리추얼을 6-7개월 정도 참여했을 때 알고 지냈던 밑미 직원분에게 연락이 왔다. 

“내년부터 밑미의 커뮤니티 활동을 더 다양하게 많이 만들어보려고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 그래서 함께할 리추얼 치어리분들을 모시고 싶어서 연락을 드려보게 되었어요. 문장메모 치어리더로 잘 맞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어요.” 치어리더는 리추얼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메이커(리추얼 리더)와 함께 리추얼에 참여하고 있는 메이트들의 인증글에 댓글을 달아 지지하고 응원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인데,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그대로 하면 된다고 권유를 받았다. 

처음부터 리추얼 인증글에 댓글을 잘 달고 소통했던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에서 누군가와 소통하고 계속 만난다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고, 주변 친한 지인들과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카톡으로 소통하는 것을 많이 선호하는 편이 아니기에 더더욱 내 인증글 쓰기만 집중했다. 온라인으로 누군가와 관계가 만들어지기는 할까, 어차피 한 번 보고 마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러면 그냥 내가 책 읽고 문장을 인증하는 것을 훈련하고 싶으니 습관이 되도록 내 것만 잘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이 생각은 리추얼 메이커로 인해 금세 깨졌다. 리추얼 메이커가 모든 이의 인증글에서 그 사람만의 장점 혹은 강점을 발견해 주거나 무언가 의기 소침하거나  속상함이나 기운 없음이 느껴지는 글에는 단순히 힘내세요! 가 아닌 진심 어린 걱정과 위로의 댓글을 쓴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분이라는 것은 원래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진심이 담긴 문장들을 확인하고 나도 그 댓글을 받아보니 마음이 따뜻해지다못해 뜨끈해지면서 마음의 경계가 서서히 풀어졌다. 아, 글로 소통한다는 것은 이런 힘이 있구나. 그저 프로그램을 같이한다고 줌 화면을 켜놓고 멍하니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척 다른 것을 하는 다른 플랫폼과는 다른 힘이 있구나. 진심은 통하는구나, 싶었다. 

메이커님이 발산하는 다정하고 따뜻함을 나도 갖고 싶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조금씩 댓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나처럼 연속해서 참여하는 익숙한 이름들도 보였다. 친밀한 듯 친밀하지 않은 우리는 얼굴을 마주한 시간보다 마주하지 않은 시간이 길지만 글로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각자가 책 속에서 건져 올린 문장들로. 


퇴사 후 가장 잘한 것 중 하나는 밑미에서 문장메모 리추얼을 시작하고 오랜 기간 꾸준히 한 것이고, 그다음이 사람들을 응원한 것이다. 응원은 힘이 있다. 서로 작은 것이라도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 혹은 우리가 함께하는 무언가를 기념하고 축하해 보는 것, 그리고 솔직한 이야기를 내어놓는 것이 모두 다 응원으로 상대방에게 닿는다. 응원을 하는 것은 응원을 말을 내뱉는 나도 기운이 나고 상대에게도 작지만 크고 뜨뜻한 힘이 된다. 

이렇게 서로 응원하며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우리는 친한 친구 혹은 내 가족에게도 하지 못한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가족에게 큰일이 생겨 갑자기 지방에 가서 살아야 하는 누군가, 매일매일을 성실하게 살지만 회사의 누군가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 퇴사를 벼르다가 참지 못하고 사직서를 질러버린 사람, 우울감이 있고 나 스스로를 잘 믿어주지 못하는 누군가 등등 일기장도 아닌데 책에서 건져 올린 문장을 인증하며 문장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함께 각자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쓴다. 어쩌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나오는 대나무 숲 역할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대나무 숲은 그저 듣기만 하지 않고 온돌방처럼 따끈한 토닥임과 응원이 있다는 것이 차이이다. 


가장 큰 선물은 우리 스스로 축하할 거리를 만들어내고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을 기념할 수 있다는 것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어쩌면 나는 이미 다정한 응원가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계속 다정한 응원가이고 싶다. 누군가는 나를 만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고, 누군가는 내가 응원을 정말 잘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다정한 응원가일 수 있는 것은 조금 예민한 내향인이라 상대방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공감하고 진심으로 대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 상대에게는 진심을 다해도 에너지가 흩어지지만, 누군가는 나의 진심을 진심으로 받아준다. 진심을 주고받은 우리는 서로가 든든한 응원에 기대어 내일을 잘 살아보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정한 응원가가 되자. 어쩌면 다정히 건네는 응원의 말들은 전부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상대도, 나도 다정하게 응원할 거다. 아래의 문장처럼.


우리는 모두 고유한 존재다. 독특하고 특별하고 유일하다. 우리의 인생에는 세상이 담겨있다. 그래서 모든 인생은 소중하고, 신성하고, 영원하다. 어떻게든 살아내서 자연의 섭리를 완수하는 한, 모든 인생은 훌륭하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인생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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