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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하 Dec 14. 2023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덜 피곤하고 덜 힘들게 살고 싶어

예민함을 가라앉힌 평균 유지하기 = 지속가능한 나 운영하기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화장실에 가서 입을 헹군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영양제를 챙겨 먹고 모닝페이지를 쓴다. 도합 2-30분 정도 걸린다. 가끔 글쓰기가 막혀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정신 차리고 쓸 때도 있지만 대체로 저런 흐름으로 아침 루틴이 진행된다. 컨디션에 따라 운동을 가거나 산책을 다녀온 후에는 일과가 시작된다. 매일 이렇게 잘 흘러가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늦잠 자서 루틴을 빠뜨리기도 하고 피곤한 몸을 일으켜 앉아서 루틴을 꾸역꾸역 하기도 한다.


자기 계발 유튜버로 유명한 드로우 앤드류가 루틴이 없고 정리된 것이 없고 식사, 수면시간이 불규칙하면 스트레스를 잘 받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루틴이 좋은 것은 큰 에너지를 쓰지 않고 내 몸이 그냥 해기 때문에 에너지를 절약하고 중요한 일, 큰 일에 에너지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오늘의 글은 예민한 내향인을 너머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지금 연재하고 있는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나도 몰랐던 나를 알아차리고, 그런 내가 전보다 건강하고 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보겠다고 시도하고 노력해 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건네며 우리 조금 덜 힘들게 삽시다!라고 말하고 싶어서다. 예민한자, 내향러뿐 아니라 우리 모두. 힘들게 살고 싶지 않아서, 예민한 나보다는 보다 둥글한 나를 만나고 싶어서 고민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다. 나의 시도가 모두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나의 시도를 나누면서 지속가능한 나를 운영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은 이들이 얻어가길 바란다. 


<알아차리기>

나에 대해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때에 많이 힘들어하는지, 혹은 예민한 나를 가라앉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회사에서 일하며 에너지의 100-120%를 쏟아내고 집에 돌아오면 온몸에 남아있는 탈력감에 할 수 있는 건 침대에 누워서 손가락만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손가락만 움직여 배달음식을 시키고 맛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음식으로 지친 나를 위로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늘어가는 건 즐거움이 아니라 살과 몸무게, 그리고 자책뿐이었다. 이 문제의 해결이 운동이라고 생각했고 운동하지 않는 나를 자책하고 구박했다. 퇴사 후에 배가 고플 때 식사를 하고 겨울잠 자는 곰처럼 한동안 잠을 많이 자고 나니 저절로 몸이 덜 피로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운동이 아니라 몸이 필요한 만큼 잠을 자고, 몸이 필요할 때에 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퇴사 후 많이 쉬고 책도 많이 읽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데 무언가 마음의 답답함이 있었다. 그때 추천받았던 것이 모닝페이지였다. 모닝 페이지가 무엇인지 찾아보니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서 소개된 나만의 창조성을 찾는 방법이었다. 창조성을 찾는 방법이 나의 마음의 답답함을 찾아줄 수 있을지 긴가민가한 상태에서 추천한 친구의 이야기를 믿고 무턱대고 시작했다. 책장을 뒤져 쓰다만 다이어리를 발견하고 다이어리 날짜와 상관없이 마구 써 내려갔다. 모닝 페이지를 매일 쓰면서 아침 루틴이 만들어졌다. 처음엔 분명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책상에 앉아 글쓰기만 했었는데, 계속하다 보니 일어나자마자 글을 쓰려고 하면 뇌가 아직 자고 있는 것인지 글쓰기가 되지 않아서 이부자리 정리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그렇게 하나씩 글쓰기 앞뒤로 행동이 하나씩 붙어 나만의 아침 루틴이 완성되었다. 이부자리 정리  - 창문 열어 환기하기 -  차 내리기(혹은 물 마시기) - 차 마시면서 모닝 페이지 쓰기 - 운동(혹은 산책, 스트레칭) - 점심 먹기 식의 루틴이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수면시간과 오늘의 컨디션을 같이 기록했다. 냉장고에 붙어있는 에너지 효율 등급표를 참고삼아 컨디션이 좋은 날은 효율 2-3등급,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4-5등급으로 표시했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알아차린 나는 

1) 8시간은 자야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고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다.
2) 1-2시 사이에 잠들면 많이 자도 피곤해하고 아침에 멍한 시간이 생긴다.
3) 겨울에는 일어나기를 미루고 싶어 하니 벌떡 일어나거나 팔, 다리를 먼저 밖으로 빼내 따뜻함에서 벗어나야 탈출할 수 있다.
4) 침대에서 벗어나 환기를 시키고 이부자리 정리를 하고 물 한 잔 마시면 조금 머리가 맑은 상태가 되어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5) 나의 몸상태에 대해 더 쓸 내용이 없으면 자연스레 내 머릿속과 마음속에 나도 모르게 숨어 있던 나의 이야기가 글로 나온다. 

이러한 것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침에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선에서 글쓰기를 꾸준히 하다 보니 매일의 나의 상태, 어제 불편했던 어떤 이야기와 그 이유 혹은 나의 감정, 해결방안, 좋고 감사한 것들에 대한 리스트들이 글로 남았다. 그렇게 글로 남기면, 알 수 없는 홀가분한 마음과 아침이 정돈된 기분이 든다. 정돈된 기분은 하루 종일 게임 캐릭터 상태메시지처럼 ‘오늘 잘 살고 있음’이라고 내 신체 주변에 동동 띄워져 따라다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쌓인 하루하루들은 내일을, 다음 날에도 아침을 정돈하는 시간을 갖고 싶게 해 준다. 매일의 나를 알아차리는 것은 생각보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기분에 지지 않기>

한동안 우울감에 허우적거릴 때에는 집 밖을 나가기 싫었다. 집순이이고 내향형 사람이라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으로 충전을 한껏해야 나갈 힘이 생기는 이유도 있었지만, 번아웃이 심하게 왔을 때에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고 만사가 귀찮았다. 가만히 누워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정적인 감정, 불안한 감정들은 주위를 맴돌고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데 하늘이 무척 맑았다. 한번 나갔다와볼까라며 집 앞 공원을 다녀오고, 산책이 귀찮을 때에는 도서관에 다녀오자고 나에게 미션을 주거나,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 오자고 나를 다독이며 우울감이 찾아올 때마다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후다닥 나갔다. 우울감이 나를 다시 주저앉힐까봐서 뒤도 안 돌아보고 빠르게 준비해서 휘리릭 나갔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기까지가 어려울 뿐, 나가서는 천천히 걸으며 햇빛도 즐기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내가 좋아하는 나무는 무슨 변화가 있나 구경도 하다 보니 우울감을 느꼈던 나는 없어졌다. 그때 배웠다. 기분을 바꾸는 것은 나의 환경을 바꿔주면 되는구나. 문 앞에 두었던 뜯지 않았던 택배를 뜯고,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정리나 청소를 하면서 나를 부정적인 기운이 담긴 채로 머무르지 않게 해주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알고 난 후에는 기분에 지지 않으려 오늘도 바로바로 움직이고 벌떡벌떡 일어난다. 우울할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아이유가 한 대답에 매우 공감한다. “그럴 때는 빨리 움직여야 해요. 집 안이라도 돌아다니고 설거지를 한다던지, 안 뜯었던 소포를 뜯는다던지. 그 기분에 속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 기분은 절대 영원하지 않고 내가 5분 만에 바꿀 수 있어 라고 생각해요”

불안한 감정과 부정적인 생각에 허우적거리는 당신,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금도 가끔씩 이런 부정적인 기분과 생각이 불쑥 찾아오지만 전처럼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내가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 


<오늘의 응원>

아침 루틴을 작게나마 만들어보는 것을 응원해본다!! '이부자리 정리하고 물 한잔 마시기' 만해도 좋다. 아침에 아주 작은 행동이지만 의식하고 나를 위해서 한다면, 하루가 괜히 잘 사는 기분이 들 것이니 작은 것이라도 해보기를 잔뜩 응원한다. 모닝 페이지를 쓰고 싶다면 집에 굴러다니는 아무 공책을 펴고 그냥 마구 써보자. 혼자가 어렵다면, 밑미에서 모닝 글쓰기를 진행하고 있으니 나와 함께해도 좋다.(광고 아님...하지만 궁금하시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우울감이 많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면, 모니터나 방에다가 써서 붙어두자. "움직이자. 나는 이 기분(생각)을 바꿀 수 있어!" 라고. 우리는 똑똑하지 않아서 잘 까먹으니까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나한테 얘기해주자. 진심으로 그 시간이 괴로웠던 사람이기에, 벗어나서 잘 살아보고 싶었던 사람이기에 마음 다해 응원한다. 우리는 조금 덜 피곤하고 덜 힘들게 살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참 좋지 않을까? 한가득 응원을 보낸다. 같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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