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 없는 요령은 수명이 짧다.
최근 들어 배드민턴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동안 운동을 하면 했지, 배우기는 처음이다. 운동신경이 다른 이들보다 좋은 편이라 처음 하는 운동도 몇 번만 하면 제법 잘 하는 축에 속했기 때문에 정식으로 배운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일이다. 그러던 내가 배드민턴을 배우게 된 것은 대학시절의 처참한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교 때 야간학교 교사활동을 했었다. 내가 담임을 맡고 있던 학생분(연세가 많은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많아서 야학 안에서는 항상 존칭을 사용함)이 계속 결석을 해서, 가정 면담을 가기로 했다. 50세 정도의 아주머니였는데 동호회 활동 때문에 집에 없으니 배드민턴장으로 오라고 하셨다.
학생분은 배드민턴장까지 온 김에 한 게임하자고 제안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스무 살의 혈기왕성한, 그것도 운동신경 좋은 청년과 50대 아주머니가 게임이 될까 싶었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다. 결과는 참패였다. 아무리 빨리 뛰고, 라켓을 세게 휘둘러 봐도 승부에 변함은 없었다.
배드민턴은 타법이 정확하지 않으면 아무리 세게 휘둘러도 셔틀콕(깃털로 덮인 배드민턴 공)이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 타법은 하루 이틀에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다.
배드민턴을 칠 때에는 순간적인 손목의 스냅이 굉장히 중요하다. 따라서 꾸준한 훈련을 통해 손목의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운동신경이 좋은 나는, 본능적으로 손목 힘의 부족한 점을 팔꿈치와 몸의 반동으로 보완해서 손목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말 그대로 시늉이었다. 순간적으로 비슷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팔꿈치와 허리에 무리를 가져오고 만다. 결국은 손목 힘을 길러야 한다. 시늉으로 따라가지 못할 벽이 나타나면 결국 손목 힘이 부족해서 주저앉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 손목 힘은 정확한 자세와 타법을 지탱해 준다.
배드민턴을 처음 배우던 날, 코치는 나에게 배드민턴 라켓을 꺼내지도 못하게 했다. 그리고 셔틀콕 끝을 두 손가락으로 잡고 최대한 멀리 던지는 연습을 시켰다. 족히 1,000번은 던졌던 것 같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라켓을 쥘 수 있었다. 그리고 코치가 던져주는 셔틀콕을 치는 순간, 한 없이 겸손해졌다. 동호회에 가입하고 3주 동안 치면서 한 번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하이클리어(높고 멀리 보내는 기본타법)를 명쾌한 타격감과 함께 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손목에 전해지는 묵직한 통증만큼 셔틀콕이 시원하고 묵직하게 날아갔다.
요령은 분명 중요하지만 시작점에서의 그 비중이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초반에 쉽게 성과를 낸다. 하지만 그것에 취해 ‘기본’을 간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본 없는 요령은 그것을 뛰어넘는 벽을 만났을 때, 돌이킬 수 없는 슬럼프에 빠지기 쉽다. 물 기르기를 건너뛰고, 화려한 봉술은 배울 수 있으나, 일격필살의 파괴력 있는 봉술은 습득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