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 고등학교를 가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시간이 많은 것이었다. 인문계 고등학교 친구들은 시간이 나면 공부를 했지만 보통 실업계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는 했다. 중학교 때도 몇 번 전단지를 돌려본 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된 알바는 해본 적이 없었던 나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제일 처음 아르바이트를 한 곳은 롯데리아였다. 빠른 년생이라 생일이 지나지 않은 나는 부모님 동의서를 받고 제출하고 나서야 근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설거지부터 시작하였다. 적게는 4시간 많게는 8시간까지 근무를 했는데 설거지만 8시간 한적도 있다. 컵을 씻는데도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설거지를 하다가 마감시간에는 쓰레기를 모아서 버리는 작업을 했다. 쓰레기 다운이라고 불렀는데 하루 일과를 마무리 짓는 작업이었다. 어느 정도 알바 경력이 쌓이며 하는 일도 달라졌다. 패티를 굽는 그릴을 배우기 시작했고 백업이라 부르는 튀김 업무를 보며 빅이라 부르는 감자를 튀기기도 했다. 하나하나 배워 가는 일이 재밌었다. 그리고 마침내 햄버거 만드는 일도 배울 수 있었다. 버거마다 들어가는 소스나 재료가 다 달라서 하나하나 외워야 됐다. 하지만 처음 배우는 일이라 재밌게 할 수 있었다.
2학년으로 진학하면서 막일을 알게 되었다. 주말에 나가서 일을 하면 되고 한번 일하면 꽤 짭짤한 돈을 만질 수 있었다. 처음 인력소를 갔을 때는 새벽에 많은 사람들이 일을 대기하며 믹스커피를 마시는 모습, 일거리가 있는 사람들은 밴을 타고 일터로 가는 모습 등 모든 게 생소했다. 일거리가 없어서 계속해서 기다리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날도 있었다. 고등학생이라는 이유로 돈을 떼어 먹히기도 했었지만 돈 받는 시간이 되면 그냥 군소리 없이 돈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현장을 갈 때 불러주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막일 일을 못하거나 하면 예식장 홀 서빙도 하곤 했었다. 예식장 뷔페 홀에서 서빙을 하는 일이었는데 일이 끝나면 뷔페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 외 돈가스집 알바, 고깃집 알바도 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동안 알바를 하면서 일반적인 고등학생보다는 빨리 사회를 배울 수 있었다.
전역을 하고 난 어느 날. 학교를 복학하기 전까지 시간이 남았기에 알바를 하고 있었다. 연극무대에 오르는 단기 알바를 하다가 마트에서 경호원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꽤나 보수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지루했다. 다른 알바를 구하기 위해서 알바 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양평에서 수상스키 보조강사를 구한다는 공고를 봤다. 숙식도 제공될뿐더러 틈틈이 수상레저도 배울 수 있다고 적혀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겨울이면 스키를 타고 스노보드에 빠져서 군대 가기 전에도 항상 스키장을 가던 나였다. 나는 확신했다.
‘여기서라면 분명 재미도 있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알바를 할 수 있을 거야. 이번에는 여름에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를 한번 배워보는 거야.’
친구 한 명을 설득했고 그 친구도 같이 가기로 했다. 업체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저 알바천국 보고 전화드렸는데요, 아직 수상스키 보조강사 구하나요?”
“네, 구하고 있어요.”
“2명인데 2명 다 일할수 있나요?”
“네, 할 수 있어요.”
“언제부터 할 수 있죠?”
“언제부터라도 가능합니다.”
사장님은 구리시에 도착하면 연락 달라고 하셨다.‘조심히 생활하고 내려와’라는 엄마의 말을 뒤로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친구와 함께 구리시로 가는 버스를 탔다. 새로운 레저 스포츠를 배운다는 설렘과 새로운 모험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구리시에 내려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픽업을 나오셨다.
“안녕하세요”
“응, 안녕”
구릿빛 피부에 스포츠머리를 하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나오신 사장님과 짧게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라탔다. 수상스키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사장님은 피곤하셨는지 졸음운전을 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친구와 나는 킥킥대며 웃었다. 빠지(어원은 모르겠지만 수상스키장, 나루터를 빠지라고 불렀다.)에 도착했다. 기존에 있는 코치, 강사님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우리는 옆에 있는 빠지로 옮겨졌다. 알고 봤더니 거긴 사장님의 형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친구와 나는 같이 일을 하게 되었는데 빠지에서 생활하면서 숙식을 해결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미줄을 걷어내고 말려놓은 구명조끼를 걷어서 정리하고 화장실 청소를 했다. 아침에 청소를 빨리 끝내면 그 시간을 이용해서 수상스키를 연습할 수 있었다. 아침에 청소를 끝내고 탔던 수상스키는 정말 상쾌했다. 일을 한지 며칠쯤 지났을까 픽업을 오신 사장님네 빠지에 코치가 한 명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 빠지로 가게 되었고 친구와 나는 따로 일을 하게 되었다.
다시 적응을 해야 됐다. 코치형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아침에 청소와 더불어 손님들이 오면 보드, 스키를 준비해주고 보트가 오면 보트가 정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라이딩 다녀온 손님들의 장비를 건져내는 일을 하였다. 각종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안전 주의사항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보드나 스키를 타는 일을 입수하기 전 지상에서 강습하는 일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아침, 저녁으로 수상스키를 타면서 하루하루 늘어가는 실력을 바라보며 배울 수 있을 때 배워놓자 란 생각을 했다.
보통 여기까지가 1년 차 수상스키 보조강사들이 하는 업무였다. 하지만 선배 코치들이 하는 업무가 부러웠다. 2년 차 선배들은 보트를 운전하면서 손님들 강습을 시키곤 했는데 나도 얼른 보트를 운전하고 싶었다. 보트를 운전하려면 2종 동력수상레저기구 자격증이 필요했다. 선배 코치들이 보던 책을 빌려 공부를 하고 시험공부를 했다. 책을 보면서 이론 공부를 실습했고 보트는 틈틈이 선배 코치들한테 배웠다. 그리고 시험에서 필기, 실기를 다 합격할 수 있었다.
자격증까지 한 번에 합격하자 사장님은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아들처럼 대해주셨다. 일하는 시간도 재밌었고 일 끝나고 타는 수상스키에도 빠져서 너무 재밌었다. 수상스키는 두발로 타는 투 스키에서 한 발로 타는 원스키로 실력이 상승했고 매일 같이 수상스키 타는 동영상을 찾아봤다. 각종 기술 등을 찾아보면서 하루하루 늘어가는 실력에 뿌듯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빠지 정리를 끝내고 친한 코치형과 수사 스키 타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형님, 저 선수 자세 죽이는데요. 저도 저 정도만 기울기만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컷팅 들어가는 자세가 예술이다 진짜.”
컴퓨터를 보면서 얘기를 한참 하자 선배 코치들이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