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가 밝았다. 멕시코 여행 후유증이 컸지만 일상으로 돌아왔다.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에는 애틀랜타로 종종 가기도 하고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시기도 하였다. 미국에서의 회사생활은 지루했다. <부의 추월차선>을 읽고 예정보다 한국으로 일찍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미국 마이애미에서 UMF(Ultra Music Festival;해마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로 미국 마이애미에서 처음으로 열렸다)는 꼭 즐기고 가고 싶었다.
UMF가 있는 3월이 되었다. 회사는 축제 전 그만두는 걸로 하였다. UMF 티켓을 사고 마이애미에 갔다. 예전 플로리다에 갈 때는 10여 시간을 운전해서 갔는데 비행기를 탔더니 2시간 만에 도착했다. 숙소는 사우스비치에 위치해있었는데 가는 법을 모른다. 인포메이션에 가서 직원에게 물었더니 택시를 타는 걸 추천해주었다. 버스와 택시 가격이 비슷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35불로 흥정을 하고 출발하였다. 가는 길 차가 막혔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연신 욕을 해댔지만 우리는 UMF열기로 인해 설레고 있을 뿐이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숙소는 한적하고 깨끗했다. 먼저 도착해 있던 독일 친구들 마린과 야신이란 친구들이 있었는데 자기네들도 이제 UMF공연장으로 간다고 같이 가자고 하였다. 우리 일행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해주는 밴을 타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밴에서는 실시간으로 DJ들이 공연하는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UMF기간이 되면 마이애미 시 전체가 축제의 장이 되는구나를 실감할 수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일록이 셀프봉을 보고 그건 왜 들고 있느냐고 반입 불가라고 말해주었다. 가방 들고 있는 사람들도 아무도 없어서 그 친구에게 가방은 반입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그건 잘 모르겠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가방을 벗고 청자켓으로 가린 뒤 들고 들어갔다.
야신 하고 마린 하고는 좋아하는 노래 취향이 달라서 따로 놀기로 했다. 일록이와 나는 스테이지들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메인 스테이지를 발견하고 거기서 놀았다. 크고 작은 스테이지들이 7개 정도가 위치해 있었으며 메인 스테이지의 규모는 환상적이었다.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모든 게 만족되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공연장에서 파는 음식과 술값이 살인적으로 비쌌다는 거였다. 꿈에 그리던 UMF공연 첫날은 모든 공연이 끝이 난 뒤에야 숙소로 와서 잠이 들었다.
둘째 날. 일어나서 호스텔에서 준비해준 조식을 먹으며 어제 공연장에서 사람들이 메고 다니던 호스가 달린 가방을 검색해봤다. 많은 사람들이 메고 있었는데 문득 그 가방에 술을 채워가면 더 재밌게 놀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하이드레이션 백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방이었는데 보통 자전거 샵에서 판매를 하고 있었다. 그 가방을 구입하기 위해 호스텔을 나서고 버스를 탔다.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10분이면 가는 거리를 돌고 돌아 두 시간 만에 도착했다. 축제기간이라 품절된 곳들이 많았다. 두 번째 샵에서 가방을 발견했다. 근데 온라인 가격은 30불 정도였는데 오프라인 가격은 50-70불이어서 막상 사려니 좀 아까웠다.
“한번 둘러보고 올게요.”
“이거 지금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어. 갔다 오면 없을 수도 있을걸?”
아저씨의 말에도 불구하고 다른 가게를 갔지만 그 매장에서는 가격이 100-200불이었다. 다시 원래 매장으로 돌아왔더니 이미 아시아 여자애들 3명이 우리 가방을 사고 있었다. 눈앞에서 놓친 것이다.
“봐 내가 말했지”
아저씨가 말하셨다. 더 약이 올랐다. 일록이는 그냥 사지 말자고 늦었으니 UMF 보러 이만 출발하자고 하였다. 근데 뭔가 아쉬웠다.
“아까 그 매장으로 가서 그냥 가방 한 개만 사자.”
그렇게 100불짜리 가방 하나만 사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보드카를 사서 넣고 싶었지만 마땅히 보드카를 파는 곳이 없다. 주위를 둘러봤더니 와인 가게가 보였다. 들어가서 1.5리터짜리 와인을 샀다. 맥주 2캔도 편의점에서 사서 가방 안에 넣으려고 했더니 웬걸 와인병에 코르크 마개가 있었다. 병 입구를 날리기 위해서 땅에다 내려쳤는데 병 가운데가 날아가버렸다. 거의 다 흘리고 조금 남은 와인을 가방에 담고 맥주 2캔도 담았다.
시간을 보니 유명한 DJ들이 무대에 오를 시간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줄 서있었다. 우리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입장을 했다. 입장을 하고 뒤를 돌아보니 일록이가 없었다.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폰도 꺼진 터라 시간도 못 보고 너무 답답하였다. 그러다 옆에 있는 사람한테 물어봤더니 3시간이 지나있었다. 에이 그냥 나 혼자라도 놀아야겠다 싶어서 마지막 무대를 보러 갔지만 금방 끝나버렸다. 너무 아깝고 화가 나서 일록이를 만나면 욕이라도 한참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공연이 다 끝나고 호스텔에 돌아왔더니 일록이가 있었다.
“니는 뭐하는 놈이냐?”
“나 못 들어갔다.”
알고 봤더니 안내원이 바코드를 두 번 찍어놓고 티켓 암표라고 하고 일록이 티켓을 압수해버렸던 것이다. 일록이는 공연장 밖에서 내가 나올까 봐 3시간 기다리다가 내일 공연 볼 티켓을 150불이나 더 주고 사서 집에 돌아왔다고 했다. 괜스레 일록이가 측은해졌다. 그렇게 UMF 둘째 날은 망한 채로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UMF 마지막 날이었다. 그 전날은 급하게 가느라 보드카를 미처 못 샀으므로 미리 리쿼 샵에 가서 보드카를 구입했다. 하이드레이션 백에 보드카와 오렌지주스를 섞어서 준비했다. 준비도 다되었고 맥도널드에 들려서 햄버거를 하나 먹고는 오늘은 빨리 입장하기 위해 서둘러 공연장으로 갔다. 낮이라 그런지 입장할 때 검사를 꼼꼼하게 한다. 하이드레이션 백 가방 안 색깔을 보더니 우리를 잡는다.
“일록아 이거 못 들고 들어가나 본데? 그냥 버려 버려라”
일록이가 술을 버리려고 뚜껑을 열고 있었는데 표 검사원이 별로 신경을 안 쓴다. 그래서 그냥 버리지 않고 들어갔다. 셋째 날 입장도 빨리했고 일록이도 잘 들어왔고 술도 있었다. 모든 게 완벽했다. 우리는 이 날 아주 멋진 공연들을 보았다.
“일록아 진짜 최고다. 오늘 하루가 어제 하루를 커버해주는 거 같다.”
“응, 형 진짜 짱이네.”
UMF가 끝나고 호스텔을 옮겨서 하루를 더 머무르며 마이애미 시티를 구경했다. 그리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애틀랜타로 애틀랜타에서 어번으로 돌아왔다. 짐을 싸서 한국으로 보내고 숙소 청소를 했다. 그래도 몇 개월간 살았던 곳이라 막상 떠난다는 생각에 아쉬웠다. 어번에서 못 해본 것들을 하기로 했다. 어번대학교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어번대학교 앞 펍에 가서 술을 마시기도 하였다. 앞으로 있을 미국 서부여행을 준비했다. 미국 서부여행이 끝나면 캐나다 그리고 쿠바까지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라스베이거스-그랜드캐년-LA-토론토-나이아가라-쿠바를 가는 게 우리의 남은 여정이었다. 그리고 그 계획을 실천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