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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걀머리 Aug 14. 2024

『탈인지』독서모임 후기

SF로 철학하기, 그리고 아무도 아닌 자로 있기

개, 로봇, 나무, 인간, 바위, 별, 중성미자가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우리가 알아채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being aware 한다는 것, 의식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알고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 느낌, 알아차림, 앎 사이의 차이점은 있나?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달걀머리 eggheads.page에서 『탈인지』독서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번역자 안호성 님이 직접 해설을 해주시고, 소설가님들 네 분과 저까지 총 6명이 함께 했어요.

이번 1차 모임에서 다룬 서론~4장을 다루었어요.


8월 13일에 줌으로 진행된 독서모임


내용을 요약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한꺼번에 올리기에는 내용이 어렵기도 하고, 저도 시간이 없어서, 한두 챕터씩 천천히 올리려고요.

조금씩 같이 읽어보아요!


<서론>

스티븐 샤비로는 서론에서 우리의 정신 활동, 의식, 생각, 느낌, 알아차림, 감수성에 대한 기존 관념에 질문을 던진다. 근대 이후 인지만 강조되었던 관행에서 벗어나 감수성의 역할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해와 지능은 감각적 알아차림, 현실검증, 자극 감지력, 각성 같은 감수성의 특징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라고, 즉 인지와 감수성은 종류(kind)가 아닌 정도(degree)의 차이라고 본다. 정신분석과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샤비로는 "의식"이 우리의 정신 활동에서 "아주 협소하고 전문화된 부분"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사고 과정이 우리의 의식 밖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의식이 우리 정신생활의 중심이라는 전통적 관점에 도전하는 주장이다. 또한 "살아있는 유기체는 인지적 달성 너머에서, 인지적 달성 아래에서 어떠한 비지향적 감수성을 드러낸다"라고 주장한다. 화이트헤드를 인용하면서는 우리의 의식적 경험이 "상대적으로 희소하며, 대부분의 느낌의 계기가 비의식적"이라고 말한다. 근대 철학의 믿음과 달리, 인간은 개념이나 표상 없이도 직접적으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샤비로는 이에 비추어 과학소설의 역할을 조명한다. 그에 따르면 과학소설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우리의 현실 인식 경계를 넓히는 도구이다. "과학소설은 반직관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그것들이 진실이라면 어떨지 상상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과학소설은 기존의 과학적, 철학적 패러다임에 도전하고, 특히 의식과 인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시킨다.


『탈인지』에서는 인지를 넘어선 각자의 감수성, 즉 표상과 개념으로는 완전히 포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과 조우하는 인간/비인간 존재자들에 대해 탐구하겠다고 하며 서론을 마무리한다.




<1장 철학자처럼 생각하기>

1장에서 샤비로는 프랭크 잭슨의 '메리의 빨간색 보기' 사고실험을 소개한다. 이는 메리라는 과학자가 흑백 방에서 색에 대한 모든 물리적 지식을 배우고 나서 처음으로 빨간색을 보았을 때 새로운 지식을 얻는지에 대한 사고실험이다. 기존 철학자들(데닛, 데이비드 루이스, 마이클 타이 등)의 견해를 비교하면서, 이들이 메리의 경험을 주로 인지적 측면에서만 고려했다고 지적한다.


메리 이야기는 질적 경험(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주관적인 감각 경험)을 낯설게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감각질(주관적으로 경험되는 감각의 질적인 측면)이 물리적 기반(뇌의 신경 활동이나 신체의 생리학적 과정과 같은 물리적 현상에 근거하고 있다)을 가지고 있음은 합의된 바이지만, 현상적 경험은 단순히 물리주의나 인지적 용어로만 설명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경험에는 철학적 설명이 놓치는 차원이 있으며, 이는 개념화될 수 없는 영역이다. 샤비로는 메리의 직관이 '맹목적'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는 부재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지나친 빛 때문(너무 강렬한 경험이라 개념화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라고 설명한다. 현상적 경험의 즉각성과 개념화 사이의 간극을 강조하며, 이는 '암흑 현상학'(개념화할 수 없는 경험의 영역을 탐구하는 접근)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과학소설은 직접적 설명이 불가능한 질적 경험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암시할 수 있다는 면이 있다.


결론적으로 샤비로는 사변적 미학(상상력을 통해 현실을 넘어선 가능성을 탐구하는 예술적 접근), 특히 과학소설의 역할이 이러한 '어둠'(개념화할 수 없는 경험의 영역)을 탐구하면서도 그것을 변질시키지 않고 우리를 그 경험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내일부터 매일 한챕터씩 계속 게시됩니다. 같이 독파해요. *** 


<탈인지 독서모임 신청하기>

eggheads.page

8월 27일 수요일의 2차 모임에는 5장~부록까지 진행됩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지금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5장 살인마처럼 생각하기

6장 외계인처럼 생각하기

7장 점균처럼 생각하기

후기: 자연에 대한 22가지 테제

부록 1: 부연설명

부록 2: 인과성과 지각, 그리고 화이트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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