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이맘때, 출판 프로젝트 당선 연락을 받았었다. 그러곤 무작정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독립서점을 찾았다. 주변에 서점이 있는 줄도 몰랐다. 당시 재난지원금을 받았던 참이라 생산적인 소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서점에서 8만 원 가까이 결제하고 나왔었다. 한번 책을 사는 데 그만한 돈을 쓰는 건 생전 처음이었지만 왠지 모를 쾌감을 느꼈다. 그냥 '나 책 낸다!! 그니까 책 산다!!'라는 단순 무식한 사고방식이었던 것 같기도.
오늘 책장에 잔뜩 쌓인 설정집을 정리하다가 그 동네 책방의 도장 카드를 발견했다. 벌써 1년이 되었구나.
내게 여름은 가장 힘든 계절이다. 여름은 분명 만물이 뜨겁게 생동하는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겐 한 해의 반이 덧없이 사라지고 꿉꿉한 향이 풍기는 불안의 계절이다. 그래도 삶에 대한 불안으로 너무 삭아가지 말기를. 끈적하고 눅눅한 글이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