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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동에서 103동으로 들어줬다

우주는 내 편이니까!!!

by 마음상담사 Uni

어느 순간부터 기대란 것이 생겼다. 내가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는데, 잘 돼도 어쩌다 잘 된 거라며 나의 운을 믿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달라졌다. 더 신기한 건, 안 되어도 괜찮았다. 조금이야 실망하지만, 마음을 금세 다잡고, 다음에 또 기회가 오리라 믿는다. 이렇게 된 건, 틈틈이 쌓인 경험들 덕분이다. 우주가 내 편이라 믿게 되기까지!!!


첫째가 5살, 둘째가 뱃속에 있을 때 시댁으로 들어갔다. 악조건은 아니었지만, 경제상황을 위해 시댁에 들어가는 것을 택했다. 결정했을 때는 3년만 살고, 분가하는 계획이었다.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맞춰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다시 갖자는 것이었다. 재개발로 지정된 집이 계속 묶이자, 시기만 조금 기다리자는 계산이었다. 설마 3년 안에 해결이 안 되겠어했던 것이 5년이 지나서야 승인이 떨어졌다. 허물고, 다시 새 아파트를 짓자 하면 몇 년이 더 걸린다는 뜻이다. 우리의 분가 계획은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


시댁에 사는 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시부모님 덕분에 두 아이 키우기에 큰 도움을 받았고, 경제적으로도 감사한 혜택을 받았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 우리만의 공간을 갖고 싶고, 조금 더 자유로움이 필요하니 나의 분가 계획은 소리 소문 없이 파도를 쳤다. 혼자 기대했다가 물거품 되고, 다시 또 슬그머니 생각했다가 안 되기를 반복했다.

그중에 첫째가 다니는 학교의 근처에 아파트가 딱 점찍어 놓은 곳이었다. 학교와도 가깝고 옛날 아파트임에도 지상에 차가 다닐 수 없어서 아이들 키우기에는 금상첨화였다. 이 아파트 사는 지인에게 얻은 팁으로 필로티 층은 2층임에도 1층이 비어있으니 뛰는 아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아파트에 살지 않았어서 아래층을 배려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지 않았다. 아파트에 산다면 층간소음도 무시할 수 없는데, 이 고민까지 해결이 된다. 속으로 혼자 계획을 세웠다. 108동이 햇볕도 잘 들고, 2층 필로티까지 있으니 108동 202호다. 아이와 학교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108동 202호를 눈여겨보고, 혼잣말을 했다.


'저기가 우리 집이다!!!'


미친 짓 같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지나올 때마다 괜히 마음이 설레었다. 마치 그곳에 곧 들어갈 것처럼 혼자만의 상상이지만, 기분 좋은 순간들이었다. 다행히, 허무하거나 현실에 좌절하거나 하지 않았다. 상상까지 하고 그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재개발로 들어갈 계획의 집을 팔자고 했다. 긴 기다림에 지친 것이 분명했다. 아이들 교육도 있고, 마냥 기다릴 수많은 없으니 팔고,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속으로 환호하며, 아싸~했다. 그 뒤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집은 팔렸고, 단독주택도 알아보고, 아파트도 알아보았다. 아파트는 내가 점찍어 두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인기 많은 필로티는 찾아볼 수도 없었고, 고층 아니면 1층만 있었다. 거리가 떨어진 단독주택으로 의견이 기우는가 싶더니, 여러 상황 상 결국 없던 일이 되었다.

집이란 것이 인연이 다 있는 것 같다. 나와 인연이 되지 않으려면 참, 우습게도 안 되고, 또 되려면 말도 안 되게 만난다. 얼른 집은 구해야 하니, 1층이라도 들어가겠다고 했다. 아이들 뛰는 것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싶음이 가장 컸다. 1층으로 어렵게 결심을 하고, 부동산에서 주인을 만나 도장을 찍는 순간이 왔다. 아, 이런 날도 오는구나 감격하며 설레고 있는데, 갑자기 남편과 시어머님이 반대를 하셨다. 현재 시세대로는 너무 비싼 가격이라 주인에게 300만 원을 깎아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했다. 그분도 잘 안 팔리는 집이라 깎아주실 만도 한데, 죽어도 안 된다고 하셨다. 우리 쪽도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인가 하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결국 쫑이 났다.


며칠은 속상했다. 6년간의 시댁생활 끝에 분가를 꿈꾸며 진행된 과정에 막힘이 생기니 이러다 다시 시댁에 살게 되는 방향이 될 수도 있었다. 시댁에 꼭 살기 싫다는 게 아니라, 우리도 우리만의 공간을 갖자!!! 그 꿈은 꼭 이루어지길 바랐다. 그래도 108동 202호를 지나가면 꼭 외쳤다. 그래, 여기 산다!!!


갑자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필로티 2층이 나왔단다. 급하게 매물로 나왔다면서 특급 정보를 전하는 듯 들떠있는 목소리였다.


"정말? 몇 동?"


"103동!!! 상가도 가깝고, 앞에 공원도 있어. 딱이야"

우린 지금, 4년째 103동 필로티 2층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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