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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Oct 03. 2020

딸아, 돈을 벌렴

4. 네가 필요한 만큼 돈을 벌렴 

         

딸아, 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엄마는 경제개념이 약한 편이야. 어렸을 때부터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관심도 적었지. 다행히 아빠는 경제개념이 투철한 편이라 우리 가족이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는 거겠지. 아빠에게 감사할 일이다. 엄마도 살아보니 마음관리만큼이나 돈 관리도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돼. 세상의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학원 보내고 신경을 쓰는 것도 돈이랑 관련이 많겠지? 앞으로 성인이 되어 직업을 갖고, 돈을 벌어서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거의 비슷하실 거야.     


 예전에 어떤 시집에서 지금 엄마가 너에게 쓰는 글처럼 어떤 분이 딸에게 쓰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어. 다른 부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지금까지도 강력하게 남아있는 구절이 있단다.      

‘딸아, 돈을 벌어라!!!’     

 이 부분이 돈만 밝히는 속물 같을 수도 있지만 너무도 정확하다는 표현을 살면서 느껴. 엄마에게도 삶의 중요한 표지판 같은 말이 되었어. 딸아, 돈을 벌어라. 지금도 엄마가 읽어보는데 마음이 울릴 정도로 강력한 말인 것 같아. 엄마가 돈이 없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알아서 그런가 봐. 한 마디 더 붙여 보자면 이런 표현은 어떨까.     

‘딸아, 네가 필요한 만큼 돈을 벌어라!!!’

 무조건 돈을 벌라는 말은 허황된 꿈을 꾸게 하는 말 같아.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돈이라는 이름 앞에 적정 한계치가 필요할 것 같아. 내가 살면서 먹고, 잠자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적어도 손 벌리며 내 자존심을 굽히지 않을 수 있을 정도. 내가 삶을 살아감에 있어 돈 때문에 좌절되고, 속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 어떤 사람은 큰 집에 명품을 사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면 큰돈을 벌어야 할 테고, 소박한 삶을 꿈꾸며 살아도 좋다면 그에 맞춰 돈의 몸집이 달라질 거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나의 의지로 결정하고 해 나갈 수 있는 정도면 좋겠어.      


 물론, 20대 때 혼자면 가능하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낳는다면 사정이 달라지겠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미리 겁먹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어. 겪어보며 가보자. 돈을 잘 벌고, 잘 쓰고, 잘 모으는 게 중요할 것 같아. 엄마가 이런 부분은 자세하게 알려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경제에 대한 지식을 가까이하고, 내 삶에 나 스스로 책임을 진다고 생각하자.      


 엄마도 그렇지를 못했어. 젊었을 때는 상담 공부한다고 저축은 못하고, 돈을 버는 대로 배우는 곳에 투자를 많이 했어. 돈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아르바이트하고, 일해서 모은 돈으로 비싼 강의 듣고, 집단 상담하러 갔다 오면 세상 뿌듯하더라. 또 다녀와서 탄력 받아 일할 수 있고. 그때 투자를 해 두어서 너희를 어느 정도 키운 후에 엄마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      


 참, 더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아무리 남녀평등 외쳐도 아이만은 남자가 낳을 수 없잖아. 훗날 네가 아이를 낳게 되는 날이 온다면 꼭 알아두어야 할 게 있어. 임신을 한 후부터 너의 몸은 네 마음대로만 할 수가 없어. 신체적인 변화들도 오고, 임산부이기에 보호를 위해서 포기해야 하거나 접어야 하는 일들도 있지. 예를 들면 네가 좋아하는 놀이동산 무서운 것도 못 타고, 성인이 되어 술 한 잔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거든. 뿐만 아니라 출산할 때가 되면 세상 가장 아프다는 통증에도 대비해야 한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하지. 임신 기간만큼이나 출산할 때도 중요하거든.      

 무엇보다 출산 후를 더 대비해야 해. 아기가 생기면 아무리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신다고 해도 네가 아기의 주 양육자가 되잖아. 밤낮없이 아기를 돌봐야 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나의 시간은 당분간은 내 것이 아니란다. 일을 하고 있었다면 잠시 쉬어야 할 수도 있고, 여러 사정으로 그만두어야 할 수도 있단다. 일을 하던 사람이 일을 못 하게 되면 우울해질 수도 있어. 엄마도 너를 낳고 경험했던 마음이란다. 너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한편으로는 엄마도 일하고 싶고, 일적으로 인정받고 싶었어. 일하고 돈도 벌고, 나의 삶도 주체적이고 싶었지.      

 엄마로 열심히 살면 자꾸 일과는 멀어지는 것 같았어. 길에 멋지게 정장 입고 일하러 가는 사람들 보면 자꾸 내 모습이 초라해 보였어. 집에서 편하게 있다고 화장도 잘 안 하고 옷도 입던 옷들만 입고, 주위 사람들도 나에게 집에서 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슬프더라. 나도 분명히 가사를 하고, 너희를 키우고 있는데 놀고 있다며 가치를 절하하는 식의 말들은 어이가 없어. 사회에 맞서고 싶었지. 그래서 더 엄마가 원하는 것들을 꿈꾸기 시작했어. 집단 상담 프로그램도 계획해서 진행해 보려고 노력하고, 도전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려 해 보고, 책도 써 보고, 엄마만의 상담소도 내게 되었단다. 어쩌면 엄마로 살고, 잠시 나의 길이 없어지는 느낌에 앞뒤 가릴 것 없이 용감하게 도전하게 되었을지도 몰라. 지금은 엄마의 삶을 감사한단다.       

 

 무작정 부딪쳐도 좋은 방법은 있겠지만, 앞날을 고민해 보렴.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도 엄마와 나의 삶의 균형을 찾는 것. 아기를 키우면서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유지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엄마처럼 프리랜서, 파트타임 식으로 일을 할 수도 있고, 재택근무를 할 수도 있고, 남편과 공동육아 식으로 함께 돌볼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거야. 아니면, 정말 믿을만한 분을 가까이에 두고 육아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그중 유력 후보가 엄마일 수도 있겠지. 이런 이야기는 주변에서 아무도 해 주지 않는단다. 실제 상황에 닥쳐서 결정하게 될 때가 많아. 아기를 낳고 가족이 새로 생긴다는 생각만 하지, 그 후에 어떤 변수가 생기는지는 잘 모른단다. 딸아, 앞으로의 삶을 완전히 예상할 수는 없지만, 대비는 할 수 있어. 직업을 정할 때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참작할 수도 있지. 네 삶에 생길 수 있는 일들에 대비하며 너의 삶을 유동적이고 탄력적으로 만들어 가렴.

 엄마는 네가 너의 삶의 주체자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돈을 벌렴. 네가 필요하고, 너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도의 돈이면 된단다. 앞으로의 삶에 대해 대비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가렴. 물론 정해진 길대로만 가지 않을 테지만, 앞날을 예상하며 갔을 때 혹시 모를 변수들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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