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상담사 Uni Sep 09. 2020

친구에게 3번의 기회 주기

3. 친구에게 3번의 기회를 주렴          

 

 딸아, 지금까지 친구들이 많이 생겼지? 한 반에 25명 정도 되니, 그동안 초등학교에서만도 150명이 넘는 친구들과 만났고, 학원, 모임, 합창부 등에서도 여러 만남들이 있었구나. 물론, 그중에 말 한마디 안 해본 친구도 있고, 매일 학교에서 만나는 시간도 모자라 방과 후에도 약속을 잡아 놀고 싶은 친구들이 있지. 매년 다른 반이 되면 자연스레 멀어지는 친구도 있고, 언제 만나도 반갑게 인사하는 친구도 있어. 중학교에 가서 학교를 2주 등교했기에 친구들과 사귈 기회가 없어 참 아쉽다.      


 친구들과 지내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니? 엄마도 너에게 특별히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아마, 너의 친구들이 착해서 일수도 있고, 네가 친구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는 덕분일 수도 있지. 그래도 조금 더 어린 시절로 가보면 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친구가 자꾸 감정이 상하거나 말을 안 하면 속상할 때도 있었어. 또 어떨 때는 네가 친구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든다고 표현을 거칠게 하는 때도 있었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늘 좋을 수는 없지만 현명하게 관계를 하는 방법은 중요한 것 같아.      

 엄마도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처지는 아니야. 엄마는 내향형의 사람이라 처음 만난 사람들과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려. 지금까지도 연락하는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와는 1년이 걸려서 서로 진정한 베프가 되기도 했단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사실 친구가 별로 없었어. 말이 적은 편이고, 적극적이지 않다 보니 그렇기도 했고, 엄마가 자신감도 없었어. 내가 한 말로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되뇌고, 작은 행동도 잘못하지 않았을까 겁내 했지. 그러다 보니,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관계에서 어려움이 많았단다. 청소년기에 다양한 관계의 경험을 하며, 노하우나 중요한 관점을 잡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럴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어. 현시대의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야. 성적,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다 보니 서로 교류하고,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이런 부분은 아쉬움이 크단다. 엄마는 될 수 있으며 너에게 이런 시간을 최대한 주고 싶어. 엄마가 무수한 시행착오들을 겪으며 깨달은 바이기도 해.     


 엄마는 자신감이 부족했을 때, 상대방이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들을 참고 넘어갔단다.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도 몰랐고, 화를 낼까 봐 겁나기도 했고, 일일이 말하는 것도 구차하다 싶었지. 참고 넘어주면 좋은데, 참다 보면 꼭 마음이 탈이 나더라. 꾹꾹 밀어 넣다 보니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반란이 일어나지. 상대방의 작은 행동에서도 화가 나서 다시는 안 보기로 마음먹고 절교를 한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가서 뒷 담화를 하며 욕을 하고, 자꾸만 행동을 오해하면서 엄마 마음이 불편해지는 거야. 그 친구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지옥이 되는 거지.      


 삶의 풍파를 겪다 보니 엄마 나이쯤 되어서 사람 사이 관계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감으로 알게 되네. 사람들과 일이 생기기 전에 먼저 각자의 성향을 고려해서 일을 정하고, 서로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미리 이야기를 해서 합의를 하는 거야. 그러면 뒷말이 덜 나오고, 오해도 덜 쌓이더라. 풀기도 쉽고.         


 [행복을 풀다]라는 책에서 모 가댓 작가는 그의 아들인 알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단다. 비록 의료사고로 인해서 20대 초의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세상에 보여준 위대한 사랑을 전하고 싶었던 거야. 엄마도 그 책을 읽으면서 알리의 현명함에 감탄할 때가 많았어. 그중에 이 부분을 들려주고 싶어.     

“알리는 고집스런 에고를 가진 사람에게도 세 번의 기회를 주었다. 그 후에도 그가 변하지 않으면, 알리는 그를 피하거나 그에게 함께할 수 없겠다고, 솔직히 그러나 공손히 말했다. 하지만 알리는 그들과 교제하는 걸 중단한 후에도 그들을 여전히 사랑했다.”      


 세 번의 기회라는 말이 엄마 마음에 와 닿았어. 얼마 전에 지하철에 타서 자리에 앉아 가고 있었어. 앞에 서 있던 남자분이 엄마 옆에 자리가 나자 앉으려 하시다가 지하철이 덜컹하는 바람에 엄마의 발을 밟았단다. 남자분이 구두를 신고 앞발을 밟으니 꽤 아프더라. 순간 엄마도 모르게 “아” 소리가 나왔는데도 그분은 아무 말 없이 앉으시는 거야. “미안합니다.” 한 마디면 엄마도 마음이 풀렸을 텐데 말 한마디를 하지 않는 옆 사람에게 화가 났어. 내내 마음이 불편한 거야. 무례한 사람과는 상종도 하기 싫고, 무식하다면서 속으로 이 말 저 말 쏟아냈지. 그러다가, 갑자기 한 번의 기회가 떠오른 거야.      


‘그래, 한 번의 기회를 더 준다. 이번에는 모르고 했고, 타이밍을 놓쳐서 못 했을 수도 있으니까 한 번만 봐준다.’     


 이 생각이 들더라. 그러니까 엄마 마음이 쑤욱하고 풀리는 거야. 그분을 또 만날 확률은 거의 0이지만 마음이라도 한 번의 기회를 준다고 먹으니까 신기하게도 불편감이 사라졌어.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선택을 한 거야. 엄마의 마음을 위해서.      


 너도 살다가 마음에 안 들고, 무례하거나 자기만 생각하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고집스런 에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면 세 번의 기회를 주렴. 세 번의 기회를 주고도 안 되었을 때 어떻게 공손히 말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겠지만, 내가 너무 참아주지도, 감내하지 않으면서 그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는 마음 상태를 가질 수 있을 거야. 상대의 잘못이 있겠지만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이거든.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고.      

 너와 상대의 온전한 관계를 위해 세 번의 기회를 꼭 기억하렴. 엄마도 꼭 써볼게!!!

이전 16화 마음이 시끄러울 땐, '알아차림' 속삭이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