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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은 Dec 29. 2022

자연스러움도 연습하기


  서른이 넘어서야 운전면허가 생겼다. 미루고 미루다 보니 그랬다. 그마저도 도로주행에서 한 번 떨어지고 수업을 두어 번 더 받고 나서야 시험을 통과했다. 초보 운전 딱지를 크게 붙여놨지만, 여전히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긴장한다. 운전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은 핸들을 잡는 모습부터 초보티가 난다고 했다. 잔뜩 긴장한 어깨, 힘이 들어간 팔 모양에서 느껴진다는 것이다.  

    

  운전석에 앉는 시간과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운전은 편해질 것이다. 운전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말하기도 마찬가지다. 카메라 앞이든 수많은 사람 앞이든 누군가의 앞에서 말하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다. 불편한 마음은 몸에서 티가 나기 마련. 역설적이지만 자연스러워지기 위해서는 전략과 연습이 필요하다.      

  

  우선 긴장되는 상황에 놓이는 연습을 많이 하면 된다. 수능시험을 치르기 전 모의고사를 보고, 수능 전날에는 예비소집이 있듯 실전처럼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 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최대한 면접과 유사한 환경을, 중요한 보고나 발표가 있다면 그에 맞는 환경에서 연습하는 것이다. 의상도 실전처럼 맞춰 입는다. 편안한 잠옷 차림과 몸에 딱 맞는 정장이 주는 몸의 긴장감은 천차만별이니까.      

  

  두 번째로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 불편해보인다는 느낌은 음성 뿐 아니라 표정, 몸동작에서 느껴진다. 특히 방송은 시각의 지배를 크게 받는다. 진행자가 입을 떼기 전부터 긴장했구나, 불편해보인다는 느낌이 온다. 실전에 임하기 전부터 신뢰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관찰해 교정해가야 한다. 이때는 카메라를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마치 외운 것을 늘어놓는 것처럼 쫓겨 보이지 않는지, 산만한 동작은 없는지, 표정이 경직되어 있지 않은지 카메라로 녹화하고 세세하게 분석한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카메라 너머에, 무대 저 편에 내 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해진다. 실제로 나는 시험을 보거나 많은 사람들 앞에 설 때 가상의 내 편을 정한다. 미소를 짓고 있거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내 말에 경청하는 사람. 마음대로 정하는 내 편이다.     

  

  그리고 철저히 준비한다. 준비가 잘 되어있는지는 스스로 제일 잘 안다. 잘 모르는 내용이거나 연습이 부족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덩달아 온몸에서 긴장과 경직의 신호를 보낸다. 달변가가 아니어도,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익숙하지 않아도 괜찮다.      

  

  방송을 하거나 행사를 진행할 때 수많은 정치인, 전문가를 만난다. 남들 앞에 서거나 방송 출연 경험이 적어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야에 대해 설명할 때 자신감은 큰 무기가 된다는 것을 느낀다. 말을 잘 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게 기술의 영역이라면, 말을 잘 하는 것은 본질의 영역이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누구보다 철저히 준비하고 공부했다는 확신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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