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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은 Aug 26. 2022

한마디로 '그렇군'

  인생은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면, 얼추 비슷하게 흘러간다. 과거에는 아주 세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간절하게 염원하는 몇 가지가 있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CBS 노컷뉴스 인턴기자였다. 간접적으로나마 언론사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좋은 경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인턴 기간은 두 달 남짓 짧았지만, 인상깊었다. 국회 정론관으로 출근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고, 논란이 된 인물에게 한마디 듣기 위해 경비 아저씨를 설득해보기도 했다. 동기들과 장기자랑을 하기 위해 소녀시대 춤을 연습하기도 했고, 술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선배들의 고견을 듣는 것도 즐거웠다. 


  특히 조직과 일에 대해 배우고, 평가를 받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인턴 활동을 갈무리 하기 일주일 전 술자리. 당시 인턴을 관리하던 부장님과 동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두달 간 지켜본 우리들을 평가해달라고 누군가 부장께 물었다. 부장은 재치있게 답변했다. 한 명 한 명을 지그시 바라보며 단어를 내뱉었다. 


  그래서? 그런가? 등 모두 의문문 이었다. 그런데 유독 나에게는 그렇군이라는, 꽉 닫힌 한마디를 남겼다. 그 순간이 무척 인상깊어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 때는 저 말이 무슨 뜻일까 한참 고민했는데, 지금은 아주 납작한 사각형이 된 기분이라 나의 10년 후를 예언한 것처럼 들린다. 나는 늘 포동포동하고 열정에 달뜬 다면체가 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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