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경은 Dec 29. 2022

힘 빼


  어느 날 후배가 잔뜩 그늘진 얼굴로 면담을 요청했다. 이제 막 데스크에 앉은 신입인데, 뉴스를 잘하고 싶단다. 그의 모습이 오래전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지금도 완성형은 아니지만 과거의 나는 더 처참했으니까. 한참 뉴스의 늪에서 헤매던 과거의 나에게 선배가 던진 한마디가 있었다. "엄마한테 말한다고 생각하고 뉴스를 해 봐" 라는 조언이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도, 오독 없이 뉴스를 하는 것도, 생방송 자체가 벌벌 떨리게 무섭고 긴장되는데 엄마한테 말하듯 편하게 뉴스를 할 수 있나? 그때는 그랬다. 근심 어린 후배의 얼굴을 마주하자 문득 과거의 그 장면이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후배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힘 빼”     


  긴장했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더 경직된다. 카메라는 얄미울 정도로 솔직해서 긴장을 다 포착한다. 긴장한 진행자를 보는 순간, 시청자의 신뢰도는 추락한다.     


  힘을 빼기 위해서는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몸의 힘을 빼야하고, 못지 않게 마음의 힘을 빼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어깨와 얼굴 근육 등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 어색해진다. 마치 움직임이 계산된 로봇처럼. 몸의 힘을 빼려면 어깨와 팔, 얼굴 근육을 풀어야 한다. 스트레칭을 한다든가 볼에 바람을 넣었다 뺀다든가. 

그리고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움직임을 만드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몸의 힘만큼 마음의 힘을 빼는 것도 중요하다. 마음의 힘을 빼려면 '잘 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잘 하려는 마음은 성실한 연습으로 실천하면 충분하다. 실전에서는 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감이 부족한 타입이라면 '나는 이미 잘하는 사람'이라고 믿어야 한다. 자기 최면을 거는 것도 좋고,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평소에 얼마나 준비했는지, 얼마나 연습이 되어있는지 본인은 안다. 그 시간들이 쌓여 나에 대한 믿음을 만들 것이다. 방송할 때 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도 힘 빼고 사는 게 중요하다. 엉뚱한 곳에 힘을 주면 삶의 궤도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니까.          

이전 10화 자연스러움도 연습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