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가지고 다녀봤니?

프랑스는 원래 그래

by serendipity

우리나라는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갈 때 대부분 번호를 찍거나, 지문 인식을 한다. 그리고 회사같은 곳에서는 카드키 인식, 홍채 인식까지도 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프랑스는 아직 key를 주렁주렁 가지고 다닌다. key라니... 지금 이 시대에...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이 시대에 그런게 한두개가 아니므로 그렇다고 치더라도, key는 정말 매일 너무 불편하다. 일단 key를 가지고 다님으로서의 발생하는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 key를 모르고 집에 두고 나왔을 때 집에 못 들어간다.

사람이 살다보면 정신없이 나갈 수도 있고, 뭐 까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key를 두고 나가면 집에 들어올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내가 아기곰과 파리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와 있었던 남편은 한번은 집에 key를 두고 나와서 스페어 key가 있는 사무실까지 다시 다녀와야 했다고 한다.

어느 비가 많이 오던 날, key를 두고 나온 나는 그날 따라 늦게 온 남편을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 어찌 불편한 일이란 말인가? 그래서 나갈 때마다 바로 문 앞에서 key, key, key를 외치며 주섬주섬 챙겨 넣는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몰랐던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우리 아파트 가디언이 key 뭉치 중에 key를 골라 다른 집 문을 열고 들어가서 개를 데리고 나온 것이다. 아무래도 그집 주인이 여행을 갔는데 개 산책을 가디언에게 부탁한 모양이었다.

그렇다. 아파트 가디언이 모든 집의 키를 가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나는 몰랐다. 비상시를 대비해서 가디언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나중에야 들었다. 아 그걸 미리 알았으면 밖에서 기다리던지, key를 두고 나올까바 엄청 걱정하는 일이 아무래도 줄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되서 다행이다. 싶었다.


둘째, key가 들어있는 가방을 분실하면 재앙이다.

지인에게 건너 들은 이야기는 정말 최악이었다. key가 들어있는 가방을 도둑 맞았는데 그 가방 안에는 물론 집 key가 있었고, 주소가 적힌 신분증이 있는 지갑도 함께 들어있었다. 결국 그 주소로, 그 key로 문을 열고 도둑이 들어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가방을 분실한 것도 너무나 서러운 일이었지만, 그날로 필요한 짐만 싸서 안전한 거처로 잠시 옮겨야 했고, 가장 최악은 프랑스의 아주 두껍고 무거운 문을 통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냐...그 도둑이 key를 가지고 문을 열고 언제라도 들어오면 안되니까...

문짝하나 바꾸는데는 최소 3000~4000 유로는 든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게 느린 프랑스에서 문 한개 제작하는 일이 그렇게 후딱 될리 없다. 너무 슬픈 이야기다. 가방을 도둑 맞음으로서 발생하는 일이 너무나 끔찍하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항상 조심, 또 조심. 뭘 분실할까 조심, 뭘 두고 나왔나 돌아보는 것이 일상이다.

그런데 도둑이 맘을 먹고 덤비면 속수무책인건 당연한 것 아닌가.

남편의 지인은 친구들과 레스토랑 테라스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백팩을 그냥 두면 잃어 버릴까바 양 다리에 어깨끈을 한쪽씩 끼고 수다를 떨었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하나 싶지만 프랑스에서는 그렇게까지 해야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왠일인지, 나가려고 일어나니 다리에 남아있는건 가방의 어깨 끈 뿐이었다고 하는데...허허허. 맨정신에 수다를 떨고있어도 다리에 끼어놓은 가방까지 모르는 사이에 끊어 가져가는데. 어찌한들 완벽한 방어책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또 한 지인은 까페 테라스에서 와이어리스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으로 논문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체모를 빠른 무언가가 달려오더니 자기 노트북을 들고 막 달아났다고 한다. 그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잔상은 누군가가 자기 노트북을 들고 엄청 빨리 달리는 뒷모습이었으며 본인이 그당시 할 수 있었던 건 그것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는 것과, 듣고있던 노래가 점점 멀어지더니 더이상 들리지 않았던 것이라고 한다. 그는 노트북을 분실함으로서 그때까지 썼던 논문을 기억을 더듬어 다시 써야했다고 한다. 그 노트북이 아닌 다른 곳에도 꼭 백업을 해야함을 뼈저리게 느낀채...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이는 까페에서 테이블이나 의자에 핸드폰이나 가방, 노트북까지 두고 주문을 하고 오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프랑스에서는 그랬다가는 그날로 바로 그 순간 분실이다. 그건 일단 도둑이 잘못한거고 그렇게 둔 내 잘못도 큰 것이다. 웃픈 이야기는 어느덧 슬슬 이런 프랑스 생활에 적응이 되어간 내가 한국을 잠시 방문 했을 때 친구와 카페에 갔을 때의 일인데 수다를 떨다가 화장실에 가야했던 나는 친구에게 굉장히 강.조.하며 말했다. "이거 내 가방이랑 핸드폰 잘봐, 알겠지?" 허허허


아니 도대체 여긴 왜이래?

그런데 프랑스는 원래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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