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배가 고프면 프랑스 레스토랑에 가지마세요

Paris는 원래 그래

by serendipity

파리에 살다 보면 일년 중 햇빛이 쨍한 날은 6-7개월 정도 되는 걸 알 수 있다.

파리에 늘 날씨 좋을 때 놀러 왔어서 그런지 파리가 그렇게 우중충하고 음침하게 햇빛이 없는 기간이 길 줄은 정말 몰랐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파리지앵들은 공원이나 테라스에서 선그라스를 끼고 정말 몇시간씩 앉아 수다를 떨고 책을 읽고 광합성을 한참 하는데 왜 그런지 이제 이해가 간다.

보통 한국에서 까페나 식당을 가면 무조건 실내, 그것도 좀 사람이 복작거리지 않는 구석쪽 자리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파리에서는 무조건 테라스가 우선이다.

그도 그럴 것이 5월부터 10월정도까지 햇빛이 쨍할 때 온몸으로 그 나머지 계절 동안 받지 못한 태양의 기운을 잔뜩 받아 느끼는 것은 정말 파리지앵들에겐 필요한 시간이다. 겨울에도 햇빛은 없지만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적은 거의 없기에 밖에 테라스에서 위에 온열기를 켜주면 충분히 앉아 있을만 하다.

뭔가 겨울잠을 자고나서 태양이 가득해지면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는 것처럼 날씨가 좋아지면 파리 사람들은 무조건 거리로, 밖으로 나와 시끌벅적하다.


한국에서 어떤 사람이 프랑스 식당과 한국 식당의 회전율을 비교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9팀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갈 동안 프랑스에서는 1팀이 식사를 끝냈다고 한다. 허허허. 너무 편차가 크다. 하지만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보면 너무나도 잘 이해가 가는 바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고 프랑스 사람들은 식당에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러 간다.

목적이 좀 다르다. 성격급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메뉴 결정도 빨리, 주문도 빨리, 식사도 빨리, 계산도 빨리한다. 그런데 프랑스는 일단 들어가서 웨이터의 안내를 받는데까지 기다리고 안내를 받아 테이블에 앉는다.

그러고는 한참 뒤에 물을 가져오거나 세팅을 하고 웨이터는 다시 간다. 아니 그냥 그때 주문을 받아도 되는데 이미 메뉴는 다 결정을 했는데 웨이터는 그냥 다시 간다. 메뉴 적는 걸 가지고 와야 한다는지 아니면 세팅을 하는 사람과 메뉴 주문받는 사람은 다르다던지 아니면 다른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지 아무튼 한번에 그 자리에서 원스탑 서비스로 이루어 지지가 않는다.

한참 뒤에 주문을 받는 웨이터가 다시 오면 드디어 주문을 한다. 주문한 음식은 후딱 나오는 경우는 드물고 적당한 시간이 지나서 나오거나 사람이 많은 경우 아주 늦게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면 눈치를 보는 경향도 있어서 밥을 다 먹으면 자리에서 급하게 나오거나 혹은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식당 주인이 자리를 치우는 등 눈치를 주기도 한다.

그런데 프랑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다리거나 말거나 만나는 사람과의 그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며 눈치를 안보고 마음껏 수다를 떨고 그 시간을 누린다. 심플 안주 하나와 맥주 두잔을 시켜놓고 세시간씩 떠드는 사람도 태반이다.

드디어 식사를 마치면 또 아주 한참 뒤에 식사한 그릇을 치워주고 그때 디저트를 주문한다.

우리나라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다른 곳으로 보통 이동하지만 프랑스는 한 레스토랑에서 디저트까지 끝내는 경우가 보통이다. 식사 그릇을 치우면서 디저트까지 주문을 받는 웨이터는 그래도 센스가 있는 편이다.

그릇을 치우고 가서 디저트를 주문하기 까지 한 20분은 걸리는 경우가 보통이다. 아니 어차피 치우고 다시와서 받으려면 그냥 그때 빨리 주문을 받지... 정말 이해가 안간다.


게다가 주문을 받을 때 기계로 입력하여 주문하는 경우는 본적이 없고, 대부분 다 종이에 펜으로 써서 주문을 받고 주문이 틀리게 나오는 경우도 태반이다. 요즘 타블렛 PC로 그자리에서 손님이 주문하고 로봇이 음식도 가져다 주고 하는 우리나라의 최첨단 시스템에 비해 여기는 정말 구석기 시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게 디저트까지 나오고 디저트를 즐기고 또 계산을 하고 나가기까지는 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라디시옹 실부쁠레"라는 말을 하기까지. 그리고 하고나서 계산을 하러 자리로 오기까지. 뭔 시간이 그리 걸리는가. 속터지고 웨이터를 수십번 쳐다보는 경우가 흔하다. 근데 보면 프랑스 사람들도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고 그런 과정이 오래 걸려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이야기를 하며 기다린다.

아니 주문을 왜이렇게 안받아, 도대체 계산하러 왜 안오는거야? 라는 화가 차오를 때 우리보다 먼저 와있던, 먼저 주문을 했던 옆 프랑스인 테이블의 음식이 아직도 안나오거나 아직도 계산을 못하거나 하는 경우를 보면 아... 여유를 갖자, 다들 똑같구나, 나만 속터지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화가 치밀었던 상황이 프랑스에서는 화가 치밀 일이 전혀 아니며 화가 치민다고 될 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게된다. 프랑스인들도 말한다. "We don't like Tech"

나날이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해 발전해 나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도시가 하나의 커다란 아주 오래된 박물관인 것처럼 그렇게 파리는 오늘도 어제와 같이 살아간다.


Paris는 원래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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