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싼 똥은 따뜻하다

Paris는 원래 그래

by serendipity

파리에는 개똥이 많다.

길에 좀만 걸어가도 갈색똥, 오래되서 까맣고 마른똥, 추운 날씨에 방금싸서 김나는 똥, 사람같이 많이 싼 똥, 누군가가 밟아서 눌려있는 똥 등등 개똥의 종류도 참 다양하다.

처음엔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개똥에 으악. 더러워.라고 눈살을 찌푸리지만 거기에 더이상 그런 생각이 처음만큼 들지 않을 때 내가 비로소 파리에 익숙해졌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파리에는 어린 아이보다 개들이 많다고 한다. 파리의 집들은 그리 넓은 편도 아닌데 큰개며 작은개며 다양하게 그것도 몇마리씩 참으로 개들을 많이 키운다. 종류로는 포메라이언과 시바견이 인기가 좋다.


직업 중에는 개똥 치우는 직업도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치우는 것을 본 적은 없다. 심각하게 똥을 싼 자리에 다음에 가면 없어져 있다는건 그래도 치우는 누군가가 있는건지 궁금하긴하다.

빨리좀 치우지, 누가 밟았네 밟았어. 라고 할때까지 오랜시간 그대로 있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다면 그런 직업의 사람이 일을 안하는 것인가?라는 의문도 든다.

어떤 개들은 집 밖에서 오히려 싸라고 교육을 받았는지 집을 나오자마자 웅크리고 앉아서 싸는 개들도 많이 봤다. 그래도 비닐을 들고 다니면서 본인 개가 싼 똥을 치우는 사람은 양반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태반인데 너무한다 싶을 정도도 있다.

거리에는 그래도 똥이 보여서 안밟게 되지만 풀밭이나 숲에서는 똥을 싼 자리가 잘 안보여서 똥을 밟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싼지 얼마 안된 똥을 밟아 물컹하게 미끄러지면서 신발에 아주 선명하게 똥이 묻었을 때의 불쾌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예전엔 개똥이 더 많았다고 하는데 파리는 길도 좁은데 더 많았으면 얼마나 많아서 걸어다닐 수는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다.


똥 이야기가 나와서 이어 말하자면 비둘기 똥도 한몫한다.

나는 평생 비둘기 똥을 두번 맞아 봤는데 모두 파리에서이다. 살면서 비둘기 똥을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

한번은 내가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팔레 호얄의 녹색 벤치에 앉아 있을 때였다. 반바지를 입고있는 내 다리 위로 하얀색,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회색과 녹색 사이정도? 가 맞겠다.

비둘기 똥이 떨어졌다. 아직도 생각나지만 그 똥은 따뜻했다. 막싼 똥이었다.

나는 굉장히 불쾌했다.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커피 맛이 확 떨어졌고, 커피를 살때 받은 냅킨으로 다리 위의 비둘기 똥을 닦았다. 비둘기 똥이 그런 색깔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두번째 경험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친한 엄마들과 공원의 나무 밑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우린 비둘기 화장실 밑에 있었는지 처음은 비둘기 똥이 어떤 엄마의 가방에 떨어졌다. 그 엄마는 물티슈로 똥을 닦았다. 그 후로 계속 수다를 떨었는데 비둘기는 또 똥을 쌌다. 내 옆에 앉은 엄마의 얼굴에 떨어졌고 그 옆에 앉은 내 머리에 그 똥이 튀었다. 똥이 흘러내리는 얼굴과 똥이 묻은 머리를 우리는 소리를 지르며 닦았다. 그곳 나무 위는 아무래도 비둘기들이 번갈아가며 똥을 싸는 자리였던 것 같다. 비둘기 똥은 처음 맞았던 색깔과 유사했고, 다른 엄마들과 그것은 Good Luck을 상징하는 거라며 애써 위로하고 웃으며 넘겼다.

실제로 그 일이 있었던 날 나는 에코백을 샀는데 내가 사고 바로 가격이 두배 가까이 올랐다.

나는 이게 정말 비둘기 똥덕인가 생각했다.


개똥과 비둘기똥에 익숙해지는 곳.

아름다운 Paris는 원래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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