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원래 그래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입국하면 바로 느낄 수 있는 것
Police라고 쓰인 목줄을 매고 입국 심사를 하는 사람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옆 사람과 수다를 떨면서 혹은 핸드폰 메세지를 보내면서 혹은 간식을 먹으면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형식적으로 입국 도장을 찍어주는 그들에겐 뭐라 할 말이 없다.
직업 정신이 없는건지, 성의가 없는건지, 그렇게 일을 해도 되는 건지, 무슨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꼭 그때 그렇게 해야하는 건지 등등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던 같은 일을 하던 분들과는 태도가 너무 다르고 좋은말로 자유롭지만 그렇게 일을 하면 정말 안될 것 같은 생각이 절로든다.
프랑스에서 살면서 겪는 일하는 사람들의 실수는 일상 다반사다.
아이스크림 맛을 두개씩 골라 아이스크림을 두개 사면 꼭 맛 하나는 틀려있다.
네명이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시키면 모두 다 제대로 원하는 대로 나오는 확률은 확실히 낮다.
배달을 시키면 음료가 상당부분 누락되어 있고, 기본으로 들어가야할 소스는 없는 적이 많다.
그냥 그러려니....안하면 극도로 예민해져서 살 수가 없는 곳이 프랑스이다.
내가 민트초콜렛칩 맛과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을 시켰는데 민트초콜렛칩 맛과 티라미슈 맛이 나왔다고 해보자. 나는 그날 유독 바닐라 맛이 먹고 싶었었는데 티라미슈가 나왔다고 바꿔달라고 해달라고 가정하자. 긴 줄을 다시 기다려서 결재한 카드를 취소하고 티라미슈 맛을 반납하고 바닐라 맛으로 재결재를 한 후 다시 받을때면 민트초콜렛 칩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 없어지거나 뭐 카드 기계에 취소가 안되서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거나 재결재를 하는데 두번 결재되거나 등등 일이 꼬일 확률은 무수히 많다.
그러니 그런 경험을 몇번 하다보면 아몰라, 그냥 대충 먹어...라고 포기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고 할까...
프랑스는 학교에 방학이 정말 많다.
5주를 학교 가면 2주를 쉰다. 그리고 일반적인 공립학교는 게다가 수요일까지 쉬거나 오전 수업만 한다. 또 국가 공휴일은 엄청 많고, 만약 샌드위치 데이에 공휴일이 있으면 당연히 연결해서 쉰다.
여름방학은 두달이고 겨울방학도 길다. 결론적으로 쉬는 날이 넘쳐난다.
생각해보자. 내가 학교를 다니는데 5주마다 2주씩 쉬는 날이 있고, 그 5주를 다니는 중간에도 수요일을 안가거나 혹은 공휴일이 많다고 가정해보면 그야말로 여유가 넘쳐나고 그렇게까지 피곤에 찌들 시간이 없지 않을까... 그리고 직장인의 경우는 재택근무도 엄청 많고, 조금 아프면 병원에서 병가를 위한 서류도 비교적 쉽게 작성해준다고 한다.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만성피로가 쌓일 시간이 되지 않은 채 릴렉스 할 시간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조금만 일이 힘들어지면 안하려고 하는 경향이 다반사이고, 깊이 생각하거나 야근을 하는 등 빡쎄게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은 프랑스인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중간에 쉬어야 하기 때문에 길게 오랫동안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그렇지 않은 프랑스인들은 아니라고 반박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프랑스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량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축에 속할 것이다.
그러니 프랑스에서는 일하다가도 손님을 앞에둔 채 직원들끼리 서로 수다를 떨고 금방 처리할 일도 지금 안된다며 몇날 며칠이 걸리고 다시 문의하기 전에는 절대 회신도 없는 경험을 자주 할 수 있다.
내가 보기엔 책임감의 문제같은데 그들에겐 지금 현재 이 순간 본인의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열흘에 유럽 몇개국을 도장깨기 식으로 찍고 돌아오는 우리나라 사람들로서는 한곳에 한달씩 머무르며 누워서 책을 읽고 여유있게 레스토랑에서 세시간씩 이야기를 하는 프랑스 인들의 행동방식이 이해가 갈리 없고, 반대로 프랑스 인들에게는 빨리빨리의 대명사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들에게 넘치는 여유가 일하기 귀찮음을 낳을 수 있고, 업무 처리의 지연을 야기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그냥 당연하게 그런 현실을 받아들인다. 성격급한 사람들은 절대 그 성질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가 없다. 아니면 진작에 홧병으로 쓰러질 것이다.
프랑스는 늘 원래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