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급하게 처리할 일도 있고 퇴근 후에 차로 이동할 일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차를 가지고 출근했다.
평소 지하철을 타면 door to door 로 약 1시간인데, 이른 시간 네비를 검색해보니 35분 정도 나온다.
서울의 출근길은 출발시간이 늦어질수록 길이 막힌다는 것을 알기에 서둘러 출발한다.
의외로 길이 덜 막혔고, 의외로 빨리 밟아버렸는지... 회사에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아침에 수영을 하고 출근을 해서 7시의 회사 근처 분위기는 겪어보지 못해 자못 궁금했다.
'차가운 도시남자처럼 커피에 베이글을 먹은 뒤에 일을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발길을 옮겼다.
7시반부터 영업시작이라 안내했던 테라로사에 갔는데, 내가 1번일까라고 생각했으나 18번 주문표를 전달해 준다. 이른 시간부터 커피마시며 책을 읽거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내가 간만에 회사에 매~ 우 일찍 출근했으니, Early Bird처럼 아침을 즐기리라는 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이미 도시는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시계 태엽을 감아 재깍 재깍 시간 속에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테라로사의 1번 손님이겠지 했던 내 오만 탓인지, 커피 맛이 쓰다. 그래도 여전히 매우 향이 좋다.
어설프게 감성 충만하기에는 나에게 주어진 여유의 시간도 길지 않다.
테라로사에서 마시는 모닝 드립커피에 다시금 집중한다. 주로 잠이 부족하고 피곤해하지만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기분좋음'이다. 고민거리나 해야 할 일들은 어차피 그 자리에 있을 것이고, 그 일을 하는 내가 기분이 좋아야 일이 되기 때문이다. '고민은 10분만 해라.'라는 세이노의 가르침처럼 걱정거리에 대한 고민은 딱 10분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것만 하자고 생각했기 때문에 답도 빨리 나온다.
드립커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잘 털어 마시며, 비염 걸린 코로 크게 숨을 쉬려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