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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유니버스 Sep 19. 2024

배가 고픈 아침 출근길..

이성이냐, 감성충만이냐....

오리발을 끼고 수영하는 날엔 '천하무적'이다. 발을 한 번만 차도 쭉쭉 나가고, 힘도 하나도 안 든다.

강습이 끝날 무렵, 오리발을 빼고 두어바퀴를 하는데, 갑자기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찬 느낌이다.

'아, 매일 수영이 오리발을 끼는 날 정도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며 수영장을 나선다.


서늘한 지하철 에어컨 바람을 맞으니 배가 고파진다. 1년 365일 한결같이 다이어트를 추구하기 때문에

아침은 보통 '그릭 요거트'나 '샐러드'를 사먹는다. 하지만 오늘은 배가 너무 고파서인지 다른 생각이 든다.

'바질 소스가 있는 치킨 샌드위치'나 '블루베리 스프레드를 바른 베이글'에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난다.


30여분간의 지하철 출근 중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선선한 아침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있는 까페의 창가에 앉아 따뜻한 드립커피 한 잔을 홀짝이며, 베이글이나 샌드위치를 한 입 하는 모던하고 지적인 직장인의 모습을 상상한다. '특별한 무언가 없이... 꾸준히 회사생활을 하는 직장인에게 이 정도 소소한 사치는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다가도 유리창에 비친 중년 아재를 바라보며 화들짝 정신을 차린다. 농담 반 진담 반이지만...정말 맘 먹고 먹기 시작하면 100키로는 금방 될 거 같기 때문이다.


나만이 아는 마음의 갈등을 끝내고, 지하철을 내리고서는 '그릭 요거트' 가게로 간다. 꾸덕한 그릭요거트에 꿀을 뿌리고, 견과류까지 곁들여 먹으면 이만한 다이어트식이 없다. 건강해진 느낌은 덤 !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길 건너 커피가게에 들러 따뜻한 아메리카노도 한 잔 테이크아웃했다는 것이다. 난 차도남이니까...



오늘도 멋드러진 도시남을 꿈꾸며 여유있고 우아한 하루를 꿈꾸지만, 호수 위에서 보이는 백조는 고와 보이지만 물 속에서는 다리를 엄청 젓고 있는 것처럼 나도 하루 하루를 무언가(?) 무지하게 열심히 하고 있다. 그 성과가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이 시간에도 배고픈 나날들을 견뎌가며 무수히 많은 회의를 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꾸지람듣기도 하고, 성취해 내기도 한다.



맥주 한 잔이 간절한 야근하는 저녁, 자리에는 탄산수와 포카리스웨트만 벌써 몇 캔째 쌓여간다. 운동이 하루 하루 쌓여서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처럼, 그릭요거트도 한 스푼씩 쌓여 날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이고, 지금 작업하는 엑셀, 워드파일들도 켜켜이 쌓여 나를 조금은 더 (회사 한정) 쓸모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래서 내일은 월급날이고, 나는 내일 아침에도 지하철을 타고 그릭요거트냐 베이글이냐를 고민할 것이다. 



투덜거리기엔 하루는 늘 짧고, 할 일은 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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