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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무드 Sep 20. 2022

바르셀로나에서 애낳기

출산기록3



진통이 사라지고 나자 웃음이 나왔다. 어이가 없었다. 이걸  이제 놔주지 생각했다. 마취과 선생님이 상태를 체크하고 뒤로 물러나 앉았다. 엘레나 선생님이 의사와 함께 돌아왔다. 몬세랏선생님을 다시 만나자 반가웠다.  임신 초기부터 모든 과정을 돌봐준 얼굴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  순간만큼은 남편보다도 누구보다도 의지가 되었다.



엘레나가 내진을 했는데 표정이 안 좋았다. 아기가 코를 아래쪽으로 하고 잘 위치해있었는데 그사이 몸을 오른쪽으로 돌려서 코가 오른쪽다리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몬세랏도 내진을 하고는 같은 의견을 내었다. 아기가 다시 코를 아래로 하고 돌아서기까지 기다려보자고 했다. 하지만 양수가 줄어들고 있어서 너무 오래 걸리면 제왕절개를 해야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시간 반, 두시간 정도가 최대로 줄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자연분만에  뜻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스페인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연분만이고 제왕절개는 의료적 필요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해서, 당연히 나도 그런  알았다. 임신 마지막 주에 제왕절개 하고 싶으면 말하라고   깜짝 놀랐다. 내가 선택할  있냐고 물으니 바르셀로나에 제왕절개를 산모가 선택해서   있게 하는 병원이   군데 있는데 내가 여태 다니던  병원이   하나였다. 나는 열달동안 안되는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해왔는데?! 어안이 벙벙해져있으니 몬세랏 선생님이 내가 아무 말도  해서 자연분만을 원하는줄 알았다고, 내가 모르는  몰랐다고 했다.


잠시 생각하다 해보지 , 했다.

선생님도  상태도 태아 상태도 좋고 40주를  채우고 나오기 때문에 스스로  나올  있을 거라고 자연분만을 추천한다고 . 자연분만을 하면 산모 회복도 훨씬 빠르고 당일에 샤워도 하고 밥도 먹는다고 했다.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분만타입을 정하게 됐다. 그러고 나자 하고 싶어졌다.



아기가 다시 중력방향으로 돌 수 있도록 오른쪽 다리를 위로 올리고 왼쪽으로 돌아누웠다. 이렇게 한시간동안 기다렸다가 다시 내진을 해보기로 했다. 쉬라며 은은하게 불을 줄이고 다들 나갔다. 남편과 나만 분만실에 고요하게 앉아있었다. 간호사 한 분이 담요를 다시 잘 덮어주었다. 원래 이렇게 조용하냐고 물었더니 오늘 무슨 일인지 모든 수술방이 비어있다고 했다. 종일 응급도 없고 다른 산모도 없고, 그저 나만 있었다. 이런 날은 처음 본다고 했다. 아기야 네가 정말 억세게 운이 좋은가보다, 했다. 온 병원에 오늘 새로 오는 사람은 너뿐이었다. 분만실도 간호진도 의료진도 너만 보면 되는 한가한 하루였다. 그 간호사가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런 하루가 마침 네가 오는 날이었다.  



남편은 초조해보였다. 계속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본인이  괜찮아보였다. 나는 괜찮았다. 무통주사가 이미  해결해주고 있었다. 잠이 솔솔  지경이었다. 엉덩이를 툭툭 쳐가며 이쪽이야, 이쪽을 보면 . 이쪽으로 코를 두면 , 이리로 , 하다가 깜빡 잠들었다. 번개잠을 자고 일어나서 내진을 받았는데 애가 돌아 있었다. 지금이라고 얼른 시작하자고 의사가 뛰어들어왔다. 담요를 치우고, 침대를 바로하고, 발걸이에 발을 걸고,  옆에 설치된 손잡이를  잡았다. 왼쪽에는 산파선생님이, 오른쪽에는 남편이, 다리 가운데에는 몬세랏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이,  너머로 아기가 태어나면 받아들  명의 간호팀이, 분만실  켠에 마취과선생님이 자리잡았다. 모두가 자기 자리에 있었다.



 가랑이 앞에서 몬세랏선생님이 손과 어깨를 풀며 빠르게 설명했다. ​진통이   파도를 타듯 힘을 주는 거다. 최대한 깊게 들이마시고 최대한 길고 천천히 내쉬며 힘을 줘라. 몸의 리듬을 따라야 한다. 내가 쉬라고 하면 긴장을 풀고 쉬어라. 시작된다 라고 말하면 숨을 들이마시고 등을 말아올리며 힘을 주는거다. 남편 너는 산모 등을 지지하며 도와라. 소리를 지르면 힘이 빠지니 참는 것이 좋다.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작한다! 했다.


마셔!” 하더니 “més més més més més”,    , 했다. 힘을 주는  하반신에 감각이 없으니 내가 제대로 힘을 주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었다. 유트루님의 유툽영상을  것이 떠올라 갈비  질방구를 되뇌이며 윗배부터 아래로 아래로 힘을 내려보내려고 노력했다.

좋아, 쉬어! 했다. 남편은 옆에서 내가 등을    있도록 받쳐주고 있었는데, 팔에 힘을 풀었다. 휴. 한숨을 쉬면서 머리가 침대에 닿는가싶었는데 다시 “온다, 마셔!” 했다. 후우웁 크게 들이마셨다. 코가 막힌  같았다. 숨이 금방 끊어졌다. 엘레나가 힘을  주는 것은 숨을 오래 뱉는 거라고 최대한 천천히 뱉으라고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번을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인가 아기가 보인다고 했다. 머리가 보인다고, 그랬다. 나는 남산만한  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분만 전에 다리 사이에 거울을 설치하고 싶냐고 묻더니 이걸 보라고 그러는 거였다. 보면서 하면 힘을   준다고 하더니 그럴  했다. 민망스러워서 싫다고 했는데 설치할 걸 그랬다. 분만 전에 남편의 위치도 머리쪽, 다리쪽 나보고 선택하라고 해서 무조건 머리쪽이라고 크게 체크해뒀는데. 아기 머리가 보인다고 “머리 보인다, 봐봐!” 라는 선생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남편이 다리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진짜 보여, 조금만  힘내!” 하는데 뭐하는 새낀가 싶었다. 화는 나지 않았다. 화를 내는  조차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럴 여력은 조금도 없었다.



다시, 마셔!    !” 하는데 처음으로 비명이 새어 나왔다. 으악 소리가 나왔다. 너무너무 아팠다. 죽겠다 싶은 고통이었다. 갑자기 죽음의 공포가 몰려왔다.

 표정을 보더니 마취과 선생님이 바로 다가와서 다음 주사를 넣었다. 고통이 가시는데 그래도 너무 무서웠다. 힘이 빠져갔다. ‘어떡해 못하겠어하는 생각이  하고 뇌리를 스쳐갔다. 내 생각을 읽은건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엘레나가  얼굴을 똑바로 잡고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  있어,  ,  아기는 이제 나와야만 , 이대로   없어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짜 해내야만 했다. 내가 살면서 해온 모든 의무 사항을  합쳐도  의무의 반의 반도  되는 것이었다. 지금 아기의 얼굴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했다. 뒤로 무를  없는 일이었다.


다시 파도를 탔다. 어떻게, 얼마나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상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눈을 뜨고는 있었던 건지. 숨을 깊게 들이마시긴  건지. 그저 해야 하는 일을 했다. 하다가, 갑자기 가랑이 사이로 무언가가  하고 빠져나왔다. 회색 , 보랏빛 팔다리,  위에 뒤덮인 피들, 내가 생각해온 아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순간 아기가 죽은  알았다. 내가 힘을  못줘서, 순간이라도 못하겠다고 나약한 생각해서 아기가 잘못된  알았다. 눈을 크게 뜨고 아기를 보려고 했는데 땀과 눈물로 시야가 온통 뿌옇기만 했다. 눈을 닦고 싶었는데 손이 덜덜 떨려서 얼굴에  닿지를 않았다. 다리도 팔도  몸이 덜덜 떨렸다.



너는 의사손에서 간호사손으로 넘어갔다. 분만실 뒷쪽 벽에 있는 따듯한 노란색 조명 아래로 갔다. 곧 네가 울기 시작했다. 네 울음 소리가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내가 진짜 애를 낳았나.. 싶었다. 연이어 산파와 간호사들이 빨간머리네, 아빠네, 하면서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의사는 옆에서 2022년 1월 23일 20시 57분 네가 출생했다고 말했다. 49센티미터, 3010그램, 손가락 10개, 발가락10개. 뒤에서 간단히 몸을 닦은 네가 모자를 쓰고 내 앞에 건강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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