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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래 Oct 22. 2022

인간관계가 고민인 당신에게,

♪ Kind

너와 유전자, 환경, 상황이 같았다면

나도 너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했을까.

나와 모든 것이 같았다면 너도 나처럼 살아가게 될까.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의 나와 너인 것 같아.




어떤 모습을 해야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로 예뻐 보일까, 어떤 성격이어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질까, 어떻게 하면 그가 나에게 호감을 가질까 늘 신경 써왔다. 사람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말투나 외모를 꿈꾸고 연구하고, 안 되면 유전자 탓을 하면서 좌절하기를 반복했다.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았다. 책이나 영상으로 ‘인간관계의 기술’, ‘호구 잡히지 않는 방법’, ‘매력 있는 사람들의 특징’ 같은 콘텐츠를 즐겨 보았다. 그러나 매번,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필수라는 식의 내용을 듣는 것이 피곤해졌다. 나는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스킬’을 알고 싶었다.


그러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고 나는 더 이상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관계는 한 문장만 알고 있으면 모든 갈등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마태복음 7:12)”


문장보다 짧은 비법을 원하면 사자성어가 있다. ‘역지사지’다. 둘 다 뻔하다고 생각하는가? 진리는 뻔할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는 건 그만큼 공감했기 때문이니까.

많이들 다이어트 비법을 찾지만, 덜 먹고 운동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진리도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해서 다들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터득하는 것은 다르다. 평온할 때 성인군자 같은 사람은 많다. 하지만 괴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남을 이해하고 대접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러니 당신이 싫어하는 상대를 대할 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가 괴물 같은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따라가는 것뿐이라고.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상대를 헤아려 줄 에너지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는 마음을 낼수록, 그의 마음을 여는 꼭 맞는 열쇠를 갖게 된다.




그래도 상대가 이해 가지 않을 때는 아래 문장도 도움이 됐다. 책 <해커 붓다>에서 붓다의 말씀을 인용한 글이다.


괴롭고 불행하거나, 즐겁고 행복한 사람을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우리도 또한 그랬던 적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언젠가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 형제자매, 아들딸이 아니었던 중생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 문장을 보고 중학생 시절, 장애를 가진 친구와 함께 어울리던 때가 생각났다. 친절하고 순수하게 웃는 친구였지만, 다리를 절고 말투도 이상했던 그는 반에서 기피 대상이었다. 친구가 없었고 어중간하게 착했던 나는, 그 아이와 등하교를 하고 조별 모임에도 함께 했다.

차별하거나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함께 등하교할 때마다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흘깃거리는 것은 싫었다. 인기가 있기는커녕,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와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퉁명스럽게 굴고, 최대한 도망 다녔던 것 같다. 그 아이와 다른 반이 되면서 자연히 멀어졌을 때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고등학교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3년 간 지지고 볶고 매일 같은 수업을 듣느라 그때 그 아이는 차차 잊어갔다.

졸업을 하고, 친구 중 한 명이 공부한다는 이유로 잠수를 탔다. 연락을 해도 받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였다. 어쩌다 연락이 되면 핸드폰도 동생에게 주었다며, 당분간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6개월을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 그런데 동네 친구는 꾸준히 만나고 지냈던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나는 그 후로도 기다리다가 점점 지쳤다. 나중에는 화가 났다. 버림받은 기분이 들어 그 친구와의 관계를 포기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을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다. 어느 날 그 친구 프로필 사진이 스튜디오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이길래, 결혼하냐고, 어디서 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친구가 대답했다.


“서울에서 해.”


‘서울’. 작은 땅덩이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약 20%가 거주하는 도시. 그 안에 사는 천만 명 중 한 명. 그와 나의 사이는 딱 그 정도였다.


살면서 상처 주기도 하도, 상처받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나는 한심한 사람이기도 대단한 사람이기도 하다. 나쁜 사람이기도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6년을 만난 사람에게서 낯선 표정을 맞닥뜨리기도 하고, 사귀지도 않은 사람에게서 오래 만난 연인 같은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의 나를 이해한다.

나는 언젠가의 그와 같은 나를 이해한다.

나는 언젠가의 나와 같은 그를 이해한다.


당신을 만날 때마다 언젠가의 나를 만나는 것 같다.




한 사람 안에 수없이 많은 마음이 있다.


당신을 바라볼 때마다,

온 세상이 당신 안에 담긴 듯한 경이로움에 압도된다.


당신이라는 세상은,

정말 환상적이다.




ⓒ Giallo,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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