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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apeolive Jul 23. 2017

20. 독학 영어로 생방송하게 되기까지

실수는 최고의 가르침

* 실수는 최고의 가르침이자 사랑받는 비결 중 하나다.


* 필자의 2012년 모닝스페셜 특별 게스트 출연 시

* 독자: 헉!!!  공포영화 같아요.

* 필자: 이 더운 여름날 나 하나 망가짐으로 희생하여 독자분들을 시원하게 하고자. ^^;

* 추신: 마누라 미안해! 이런 사진 올려서 >.<


(찬조출연: 표지 사진 및 바로 위 불을 뿜는 내 사랑 마눌)



중학교 1학년 어느 날 나는 교실의 한쪽 벽면 쪽에 앉아 있었다. 그 자리는 칠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리로, 뒤에서부터 두 번째 줄이었다. 그리고 한문 시간이 왔다. 그 한문 선생님은 비록 여자였지만, 한문을 다루는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특유의 말투와 어조를 가지고 있었다. 즉, 선비처럼 항상 낮은 목소리로, 그리고 천천히 발음하셨다. 마치 본인이 양반이 된 양 뒤찜 지고 팔자걸음으로 천천히 교실에 들어오면서, 학생들에게 "에헴! 잘들!~ 있었나?"라고 하는 것 같은 그런 말투 말이다. 그 한문 선생님에게는 또 다른 특징이 하나 있었는데, 이는 체벌에 관한 것이다. 학생들이 한자를 외우지 않았거나 혹은 숙제를 하지 않았을 때 귀를 잡아당기셨다. '귀 잡아당김 체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우선 엄지와 검지로 귀를 잡는다. 그리고 뒤틀면서 바깥족으로 당긴다.  그 뒤 사정없이 위로 아래로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다. 비록 작은 체구의 아줌마였지만, 대한민국 아줌마의 파워는 막강하여, 그 손가락에서 나오는 악력은 호두라도 깰 정도였던 것으로 또렷이 기억한다. 그리고 그 한문 선생님의 수업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원하는 '분단'을 고른 뒤 그 분단의 학생들을 모두 일어나게 한다. 그리고는 교과서에 나와 있는 한문 한 자 한 자를 "뜻"과 "음"으로 읽도록 하는 것이다.


아주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 자~오늘은 1 분단 일어~ 섭니다.~ 한자 교과서~ 20 페이지를 폅니다. 자~ 맨 앞에 있는 사람부터 ~ 한자씩~ "뜻"과 "음"을 읽고 앉습니다."


학생들이 모두 일어선다. 앞에서부터 "뜻"과 "음"을 말하고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클 태! 太"

"평평할 평! 平”

“성인 성! 聖”

“대신한 대! 代”

...

...

뒤에서 둘째 줄에 앉아 있는 나에게로 점점 순서가 다가온다.

나는 내가 읽어야 할 한자가 무슨 글자인지 몰라, 가슴이 쿵쾅쿵쾅거린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진다.

식은땀이 난다.

옆에 있는 짝에게 내가 읽어야 할 한자의 뜻과 음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나의 간절함에 그를 콕콕 찌른다.

반응이 없다.

...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 "

그 한문 선생님은 나를 뚫어지게 보더니 그 아주 조용한 선비 조로 말씀하신다.


"뭐~ 하시나요~?"


이에 필자는 말한다. 아니 버벅 거린다.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처럼...

"아... 저... 그... 어디...?"

이러자 그 한문 선생님은 나에게 말하신다. 역시 낮은 목소리와, 천천히 그리고 선비의 어조로....


"자~ 다음 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선생님이 쩔쩔매는 나를 위해 답을 주시는구나'라고 감사하며, 큰소리로 용기 있게 한자를 읽었다.


"다음~ 거!"

나의 이 대답으로 인해 1985년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교실은 완전 웃음바다로 변했다. 그리고 필자는 수업시간이 끝난 뒤에야 학급 친구들이 왜 나의 대답을 듣고 박장대소를 했는지 알았다.  뜻이 "다음"이고 음이 "거"라는 한자는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읽어야 하는 한자가 "옷 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실수는 우리에게 창피함을 준다. 그리고 이런 창피함은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추억을 남긴다. 그 이후로 나는 "옷 의"를 절대 잊지 못한다. 한문 선생님의 얼굴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나의 귓불도 그날의 아픔을 절대 잊을 수 없게 되었다.


실수는 최고의 가르침이라고 흑 흑.... ㅜ.ㅜ

절대 잊지 못할 거야...ㅜ.ㅜ




대학 입시를 위해 서울에선 가장 유명한 학원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대성학원, 또 하나는 종로 학원이다. 필자는 대성학원 입학시험을 제수로 당당히? 합격하여 대학 입학 학력고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5번의 실패 후 6번째에 의과대학에 들어간 것에 비하면, 1번 떨어진 학원 입시는 참으로 뿌듯한 필자의 자랑이다.


대학입시학원은 한 반에 약 120명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를 한다. 책상과 의자는 일체형으로 가야금 같은 나무판 두 개를 철로 된 이음쇠로 붙여서 만든 것으로 책상에 A4용지 하나 펼치면, 위아래 약 2~3센티 정도의 여백이 남았다. 그리고 두장을 펼치면, 옆에 있는 사람의 공책과는 약 5센티 정도의 거리가 남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일체형의 책상 의자의 발놀이 공간은 비행기 이코노미석의 절반 정도 공간이었다. 하지만, 큰 널빤지 같은 길쭉한 공용 책상 의자의 양쪽 끝자리에 앉게 되면, 한쪽 다리를 편하게 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팔꿈치도 옆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래서 항상 그 널빤지 책상의 양쪽 끝자리는 언제나 인기가 높았다. 그리고 삼강오륜의 장유유서 덕택에 나이가 많았던 필자에게 그 끝자리는 종종 주어졌었다.


대입 학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공부한다. 제수를 하는 사람, 삼수를 하는 사람, 혹은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대학으로 다시 입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다. 비록 대학을 앞둔 수험생들의 모임이었으나, 남녀가 합반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고 새벽부터 자율학습을 포함한 하루 12시간 이상의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수많은 로맨스 및 재미난 에피소드 등을 많이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학원에서 공부한 필자는 5번째 의과대학 도전을 목전에 앞둔 어느 날이 왔다. 학생들은 시험의 막판 스퍼트를 올리려 열심히 수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학원 선생님이 수험생들의 긴장을 덜어주고자 하나의 제안을 했다. 누구 노래할 사람 없냐고 말이다. "노래!" 말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음주가무가 뛰어난?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맞는 것 같다. 지금의 케이팝을 보면, 더더욱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케이팝의 발전은 필자가 생각하기엔 90년대 초반 노래방의 보급과 그 활성화가 한몫을 한 것으로 본다. 그 당시 노래방의 탄생은 스마트 폰의 출현보다는 조금 덜하였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반드시 가야 할 혹은 시험 끝나면,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또한 그 당시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가 한참을 달리던 때였다. 지금도 필자의 귓가엔 노래방에서 학원 친구들과 함께 부르던 '난 알아요'의 전주가 맴돈다. 고 최진실 최수종 주연의 "질투" 주제가도 들린다. 여하간 대입을 얼마 앞둔 긴장이 고조되어 가던 시절, 학력고사 시험을 앞둔 우리들에게 노래는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자, 마음의 긴장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그때 학원 동기중 "민*기"라고 하는 학생이 많은 학원 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고 이에 자원하여? 학원 강단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했다. 그 당시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는 모르나, 참 재미있는 노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잘 부르지는 못했다. 처음에는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친구는 그 노래를 끝까지 진지하게 최선을 다해 불렀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 친구의 노래에 몰입되어 나중에는 큰 박수를 보내 줬다. 노래를 마친 그 친구는 씩 웃으면, 당당한 모습으로 강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그 친구는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에 들어가 현재 치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 결과. 참고: 필자는 스토커 아님) 아마 나는 그 친구를 알아도 그 친구는 나를 모를 것이다. 하지만, 시험을 앞두고 학원에서 노래를 부른 것은 기억할지 모르겠다. 여하간 그 당시 그 친구의 자신감과 주변에서 키득 거리는 웃음에도 태연 한척하는 당당함,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노래를 마무리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아들이 3살 되던해 어느날 밤 잠들기 전 샤워를 마치고 개운한 몸으로 화장실을 나오던 때였다. 바닥에 물이 젖어 있었고, 샤워 후 몸이 물에 젖어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순간 아들이 넘어지면, 미끄러져 다칠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재빨리 아들에게 "안돼 뛰지 마!" 라며, 아이의 손을 잡으려 하자 이미 아들은 뒤로 슬라이딩하면서 머리 뒤통수를 화장실 문지방에 찍었다.

응급실 가서 두피를 stapler로 집고 온뒤 훌쩍거리는 내새끼

 그리고 그는 완전 피 봤다. 응급실에 가서 마취 없이 그냥 의료용 stapler로 집어 주고 집에 왔다. 그로부터는 나의 아들은 화장실이나 물이 있는 곳에서는 뛰지 않으며, 조심하라고 하지 않아도 혼자 알아서 조심하게 되는 것을 본다.   


 "아빠가 말했지. 실수는 가르침이라고...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그 친구에게는 동생이 하나 있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그가 미국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직장에서 첫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시멘트를 포장하는 데 그 포장의 디자인을 하게 된 것이다. 디자인은 우선 홍보효과가 있어야 한다. 즉 눈에 띄고 멋있게 그리고 기발하게 보여야 한다. 또한 효용적인 면에서도 디자인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멋있고, 세련되어 보이는 물건이라도 사용하기 불편하면 쓸모없는 제품이 되기 때문이다.  여하간 그가 처음으로 맡은 시멘트 포장의 디자인은 3가지를 만족해야 했다. 즉 시멘트 회사의 홍보와 시멘트 포장 및 보관의 효용적 측면을 다 포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영어가 익숙지 않은 그는 미국 내 첫 직장에서 그리고 처음으로 도맡아 하게 된 프로젝트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드디어 그에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디자인 발표 및 설명회 날이 왔다. 회사 회의실에 본인이 일하는 회사의 중역들 및 시멘트 회사 중역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영어가 서툰, 하지만 디자인에 능력 있는 그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열심히 준비한 그의 발표는 잘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시멘트 냄새를 감추는 효용적 측면을 부각하고자 그가 말했다.


"I hate the smell of cement!"


그러자 순간 회의실은 뭔가 모르는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는 이를 눈치챘으나, 이번 발표가 자신의 첫 발표이자, 자신의 첫 프로젝트여서 최선을 다하고자 마음을 가다듬고 발표를 계속 이어갔다.


 "bula bula bula..... Cement ...... bula bula bula.... Cement....  So I hate the smell of Cement. I don't like the smell of Cement"


그러자 갑자기 회의실 뒤에 앉아 있던 회사 중역들이 키득키득 웃다가 한 중역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I hate it too!"


그러자 회의실은 완전 웃음바다로 변해 버렸다고 한다. 그 친구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바로 그의 cement 발음 때문이었다. 아니 발음보다는 리듬과 악센트였다.


영어에서 발음은 혀를 굴리는 것보다 리듬과 강세라고 필자가 이전에 글을 썼었다. (아래 링크 참조)


원래 시멘트 Cement는 강세가 두 번째 있어야 하고 't'는 살짝 얹혀서 들리게 된다. 멀리서 들으면 "멘ㅌ"라고 들려야 하는 것이다. (다른 예로 피카소를 멀리서 들으면, "카소: 카에 강새가 있다."로 들리게 된다.) 즉 ceMENt라고 발음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이를 CEMent라고 발음하였던 것이다. "씨~멘ㅌ"라고 말이다. 그의 잘못된 리듬과 강세로 원어민들은 그의 cement를 모두 semen으로 들은 것이었다.


현재 그는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디자인 회사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원 중 하나이자, 회사의 미래로 대접받으며 현재 상하이에 파견 나가 있다.


(참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전달하는데 허락해준 "정"브라더스에게 감사를 전한다.)




우리는 실수를 통해 배운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영어를 배우면서, 외국인들을 만나면서, 수많은 실수와 창피함을 경험하게 되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우리의 영어 실수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영어는 우리 모국어가 아니라는 것을 그 들은 알고 있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을 가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억양과 발음으로 (문법은 상관없이: 문법공부는 시간낭비이자 에너지 낭비라고 필자가 의학적으로 밝혔다. 아래 링크 참조) 대화하고 정보를 교류한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의 영어 실수는 우리뿐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에게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나의 영어로 실수로 인해 그들에게 (원어민이건 한국인이건) 웃음을 선사할 때 우리는 그들로부터 선물을 하나 받게 된다. 그 선물은 바로 "호감"이다. 우리의 실수를 통해 그들도 웃고, 나도 웃을 수 있으며, 덤으로 그들로부터 "호감"이라는 것을 선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호감을 준 그들과 어렵지 않게 친해지고, 친구가 된다.



우리나라 사람은 실수하기를 싫어한다. 나 또한 그렇다. 특히 중요한 자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런 실수가 타인에게 웃음을 주거나 혹은 실수한 사람이 자신의 실수에 대해 웃음으로 대응하거나, 오히려 더 당당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은 실수한 그 사람에게 박수를 쳐준다. 그리고 그에게 호감을 보인다.


* 실수가 주는 선물 패키지: 가르침 + 사람들로 부터의 호감 + 추억 + 미소 그리고 이야깃거리  


어제는 제주도에서 아리랑 방송을 진행하는 "조 킴"이 부산에 필자를 보러 왔다. 필자의 영어 방송국 데뷔하던 2011년 광주영어방송국 City of Light를 녹음을 하던 때, 필자의 수없이 많은 실수와 에피소드를 많은 격려와 사랑으로 (브로 멘스) 지켜봐 준 나의 친구이자 믿음의 동역자에게 다시금 이 자리를 통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부탁은 한국말 좀 열심히 배우라고 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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