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처럼 발음하기 2
*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 영어 말하기는 리듬이다. 혀가 안 굴려진다고 걱정하지 마라. 리듬만 잘 타면 원어민처럼 된다.
신경과 학회는 비교적 다른 학회에 비해 역사가 짧다.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젊은 의사들이 많고, 학회도 매우 개방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러다 보니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학회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많이 한다. 그 일환으로 학회의 공식 언어를 영어로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종종 국제 연자를 모시고 학문의 장을 넓히자 노력하고 있다.
그 가운데 국내 의사들이 국제 연자들에게 질문을 하고 대화를 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종종 외국연자들이 한국의사의 말을 잘 못 알아들어 귀를 쫑긋하거나 다시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또한 간간히 국내 의사들이 영어로 발표를 할 때 혀에 힘을 너무 주어 조금은 듣기 거북할 정도로 발음을 굴리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는 외국연자들로 하여금 더더욱 발표자의 영어를 알아듣기 어렵게 만든다.
그럼 무엇이 한국식 발음의 문제인가? 아니면, 왜 외국인들이 한국의사들의 발음을 잘 못 알아듣는 것인가?
과거 원어민 친구들과 대화를 하던 중 의약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의약품은 오리지널(original) 약과 제네릭(generic) 약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오지리널 약은 어떠한 제약회사가 수조 원 혹은 수십조 원을 들여 10년 넘는 연구 개발 뒤 그 효능과 안정성이 확실해지면, 그 회사에서 신약으로 발매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사실 그 개발된 의약품의 원가는 매우 저렴하다. 아주 저렴해서 원가 대비 판매 가격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윤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약제 원가가 싸다고 싼 가격에 약을 팔게 되면, 그동안 수십 년에 걸쳐서 연구개발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금액은 보상받을 길이 없고, 또 향후 새로운 약제의 개발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처음 개발한 제약회사에게 그 약제에 대해서 20년의 특허권이 주어진다. 즉 한 가지 약제를 개발 발매 후 20년 동안에는 다른 제약회사에서 그 약을 만들어 팔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참고로 의사와 약사만 아는 정보는 "약은 오리지널 약제가 좋다."이다.) 여하간 원어민 친구와 바로 이 약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 필자가 "제네릭"이라고 발음을 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못 알아듣는 것이었다. 이는 내가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한지 약 1년여 정도 되던 때의 일이다. 사실 당시에 나는 이 제네릭 "Generic"이라는 단어를 원어민으로부터 들어 본 적도 없고, 사전에서 찾아본 적이 없었다. 단지 제약회사에서 약품 설명회나 의사들끼리 '제네릭' '제네릭'이라고 말을 여러 번 들어 보고 의사들과 제약사들과 종종하는 그런 말이었다. 약간의 당황과 함께 나는 그 원어민 (미네소타 출신 Anne: 지금도 페이스 북으로 연락하는 미국 아가씨, 지금은 아줌마가 된) 에게 들리는 대로 "Generic"이라고 적어 주었다. (우연히 발음 그대로 적어주니 정확한 철자였다.) 이를 본 그 친구는 즉시 "Oh geNEric (오 지네뤽!: 여기서 '네'에 강세를 세게 준다)" 이라며 나에게 정확한 발음을 들려주었다. 아직도 그 친구의 geNEric 의 발음이 귓가에 들린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리듬과 강세이다.
이러한 리듬은 비단 영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현재 부산에서 신경과 의사로 진료를 하고 있다. 진료 중 환자들에게 내가 서울말로 차근차근 설명해 주면, 이해하는 것 같아도 잘 못 알아듣는 분들이 많다. 물론 신경과라는 진료과의 특성상 어르신들이 많고, 귀가 어두우신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아주 큰소리로 또렷또렷 설명을 해 드려도 잘 이해 못할 경우가 있다. 이경우 옆에 있는 보호자들이 경상도 사투리로 다시 설명하게 될 때에 그리 큰소리가 아니었음에도 그제야 알아들으시는 어르신 분들이 종종 있다. 바로 리듬과 강세가 언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예로 "가가가가가"를 경상도 사투리의 리듬과 강세로 말으로 하면 경상도 사람들은 "그 아이가 가씨 가문이가?"로 알아듣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또 다른 예로 나의 솔직한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간혹 부산에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혹은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게되면, 부산 사람들이 경상도 사투리로 주고받는 대화가 옆에서 들려온다. 그리고 종종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혹시 그들이 일본 사람들은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경상도 사투리의 강세와 리듬과 일본어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여 경상도 사람들이 일본말을 배울 때 매우 자연스럽게 잘 배운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나에게는 만 3살 이 조금 넘은 아들이 하나 있다. 집에 가면, 아들과 간간히 영어로 놀아 준다. 남자아이어서 비행기, 자동차 등을 좋아한다. 어느 날 아들과 함께 레고놀이를 하면서, 아들이 만든 비행기를 보고 나는 "space suttle"이라고 말해 주었다. "Wow that's an awesome space shuttle.!"이라고 말이다. 그 뒤 아들은 무엇이든지 비행기같이 나는 것을 만들고 나서는 "아빠 it's 멋진 space shuttle"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발음은 "아빠 이츠 멋진 빼~셔들"이라고 한다. "space shuttle"이 그에겐 "빼~셔들"로 들린 것이었다. 바로 강세와 리듬을 탄 발음인 것이다. 영어를 공부하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점에 대해 잘못 교육받고 (잘못된 발음과 영어의 리듬으로), 그러다 보니 원어민 발음이 잘 안 들리게 되고 그들도 우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이는 외국인 아이들의 발음을 들을 때 더더욱 그러하다. 필자 역시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원어민 아이들의 발음을 더더욱 알아듣기 힘들었었다.
하지만, 앞선 나의 글에서 이미 밝혔듯이 이러한 영어 발음에 대한 교정과 리듬 및 강세의 습득은 '영어 듣기' '받아쓰기'를 통해 극복될 수 있다. 즉, 수많은 반복적인 청취, 그리고 받아 적기를 통해 원어민들의 발음을 듣게 되고, 영어의 리듬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받아 적은 원고를 보며, 녹음한 내용을 재생시키고 동시에 내 입으로 원어민들을 따라 수많은 반복적인 주절거림을 통해 영어의 리듬을 우리의 뇌와 혀에 습득시킬 수 있다. 처음에는 혀가 안 돌아가고, 리듬이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계속 매일매일의 노력이 수개월, 수년이 지속되면서, 잘 돌아가지 않던 혀가 돌아가게 되고, 원어민의 영어 리듬을 익히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더더욱 그들의 말을 더 잘 알아들을 수가 있게 되고, 그들도 내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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