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원에서 들은 질문 하나, 그리고 나를 알게 된 순간.
7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다는 사장님의 설명이 믿기지 않을 만큼, 사원은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고요하고 정갈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섬세하고 화려한 벽화를 구경하는 재미도 컸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붐비지 않는 그곳의 공기였다. 사람 많은 유명 사원도 저마다의 매력이 있겠지만, 나는 이런 조용한 곳에서 느끼는 평안함을 더 좋아한다. 사원에 들어서는 순간,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사원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자, 빠이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기리는 듯한 공간이 나타났다. 한국의 현충원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은 아니었지만. 수많은 사진과 다양한 모양의 묘지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어떤 사연인지는 차마 여쭙지 못했지만, 그분들의 용기와 헌신이 전해져 마음이 잠시 숙연해졌다.
그렇게 경내를 둘러보던 중, 원형으로 빙 둘러선 불상들을 마주했다.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한 불상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참이었다. 종교는 없지만, 경건한 마음에 그들처럼 잠시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데. 숙소 사장님 남편분이 나에게 다가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태어난 날을 묻는 것도 아니고 '무슨 요일'이라니, 태어나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을 것이다. 모른다고 대답하자, 사장님 부부는 '그걸 왜 모르니?' 하는 표정으로 의아해하셨다.
궁금한 건 꼭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그들에게 되물었다.
"Of course."
그들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태어난 '날'은 몰라도 '요일'은 무조건 안다는 것이었다.
"잠깐만." 숙소 사장님 남편분이 내 생년월일을 물어보시더니, 1분도 채 되지 않아 핸드폰을 쓱 내밀었다.
"넌 월요일에 태어났어, 저기 있는 저 부처님께 기도하면 돼."
그들의 문화가 놀라웠다. 사장님 남편분의 간략한 설명만으로는 호기심이 다 풀리지 않아, 숙소에 돌아와 따로 찾아보고 나서야 그 깊은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태국은 상좌부 불교문화권이라, 태어난 요일을 모른다는 것은 사원에 가서 자신이 모셔야 할 부처가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 경험 덕분에 태어나 처음으로 내가 '월요일 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태어난 요일을 아는 것만으로도 조금이나마 현지인의 삶에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사원 구경을 마치고 나오자, 메타세쿼이아 숲을 닮은 길이 볕을 받아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이렇게 예쁜 길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나 홀로 독사진도 찍고, 숙소 사장님 부부를 모델로 모시고 사진을 몇 장 찍어드렸다. 평소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시는 두 분은 이번에도 장난기를 숨기지 못했다. 그 귀여우시고 재치 있는 모습에 배꼽이 남아나지 않았다. 잘 찍어드리고 싶은 마음도 잠시, 카메라를 든 나조차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다 보니 초점이 날아간 사진도 몇 장 생겼을 정도였다.
그렇게 한바탕 크게 웃고 나니, 사원에서 느꼈던 숙연함과 낯선 깨달음마저 그 웃음소리 속에 하나로 녹아드는 듯했다.
빠이에서의 하루가
완벽하게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