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바람 아래, 빠이의 '공존'을 만나다.
일본에 있는 편의점보다 그곳의 먹거리를 더 좋아할 정도인데, 그중에서도 단연 1등은 갓 데워주는 샌드위치와 달콤한 두유다. 5년 전에는 하루 한 번을 먹었고, 먹을 게 넘쳐났던 이번 한 달 살기 여행 중에도 잊지 않고 두어 번 먹었을 정도니, 이쯤 되면 '소울 푸드'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
그렇게 나의 '아지트'가 된 그 편의점에서, 나는 어느 날 잊을 수 없는 풍경을 마주했다.
내 눈을 의심했다. 에어컨 바람이 가장 잘 드는 시원한 타일 바닥에 배를 깔고, 털이 시커멓고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대(大)' 자로 뻗어 자고 있었다. 빠이의 찜통더위에 까맣게 녹아내린 찹쌀떡처럼, 바닥에 찰싹 붙은 그 모습이 어찌나 '무해'해 보이던지. 무섭다기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워 한참을 넋 놓고 바라봤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녀석의 덩치가 워낙 커서 냉장 코너가 있는 한쪽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그곳을 이용하기가 조금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코를 골며 자는 녀석의 평화를 깨울까 봐,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 아주 살짝 녀석의 털을 밟고 원하는 유제품만 쏙 빼 와야 했다.
점원에게 이름을 물으니, '코비'라고 했다.
제 모습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편의점이라는 일상적인 공간과, 그곳을 안방처럼 차지하고 자는 커다란 개. 어쩌면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이야말로, 내가 빠이에서 본 가장 평화로운 장면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신고하거나, 직원은 녀석을 쫓아내지 않았을까. 하지만 사람이 많이 찾는 편의점임에도, 그곳의 손님들은 그 거대한 생명체를 자연스럽게 피해 물건을 골랐고, 직원조차 그 녀석의 낮잠을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서로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고, 그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공존하는 모습.
당신만의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