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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da Ko Oct 31. 2022

그의 청첩장

짧은 일상의 기록

어느 날 문득 그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다.


지난날 마음에 품고 있던 한 사람이 자신의 가장 행복한 날의 소식을 전할 날을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연락 와서는 아무렇지 않게 그 소식을 전할 때면 이해가 안 가기도 했다. 차라리 알리지 말지. 뭐하러 그 소식을 전해서 나의 잔잔한 삶에 돌을 던지느냐고. 그러나 그저 받아들이면 됐다. 생각하면 내 마음만 시끄러울 뿐. 벌써 두번째로 겪는 이 일이 괜찮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또 막 사무치는 그리움이나 슬픔은 없었다.


한동안 문자를 읽지 않은 채로 생각을 했다. 이상하다. 그 사이 그들의 웨딩사진들을 보고 있는데 웃고 있었다. 그 흔한 질투와 시기가 아닌 행복을 빌면서.


잠시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기도 했지만 처음 이 경험을 할 때보다는 괜찮았다. 나도 그새 성장한 것일까. 글쎄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처음 이 일을 겪었을 때처럼 한동안 또 아플까.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의 마음을 전달하는 게 맞다 생각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바란다며 좋은 소식 내게도 들려줘서 고맙다고.


그도 대답했다.

결혼식에는 못가도 축의금을 보내겠다는 내 말에

와서 축하해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때 봐서 편하게 해도 된다고.

축하해줘서 정말 정말 고맙다고.


전과 똑같은 상황에 데자뷔처럼 느껴졌다.

그때 못한 욕들을 퍼붓고 싶기도 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제는 안다.


우리는 인연이 아니었고,

나는 그때의 내 삶을 사랑했고,

그때의 나는 또 당신을 만나 많이 웃기도 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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