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혼돈 속에서
오롯이 자리할 곳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방호소 같은 내 집이 있어서 좋다.
기준금리가 올랐어도, 매달 내는 원리금은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집을 당장 팔 것이 아니기에, 당장의 집값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하. 지. 만, 내가 매수한 그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당연히 집을 사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매수한 시점 이후 시장가가 급격히 떨어짐으로써 기회비용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회비용은 현재 시장가보다 초과하여 집에 투입한 목돈에서 생겨난다.
그 목돈이 집에 묻히지 않았다면 다른 투자를 통해 조금이라도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테니 그만큼이 '잃은 돈'이라는 뜻이다.
근데 기회비용이라는 것도 모든 게 지나고 나서야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때 당시에는 이게 기회비용이 될지 기회가 될지 예측할 수 없다.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다.
'그때 말고 지금 샀어야 해.'
과연 지금 상황이었다면
매수할 수 있었을까.
난 그럴 혜안과 용기와 운이 있는 사람일까.
적어도 나는 아니다.
그래서 억울해 하기 민망하다.
웃기게도, 오히려 일을 저질러 버린 지금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
시간은 돌아오는 게 아니니까.
망설이고, 재고 따지고, 고심하고 있을
어느 평행우주의 또 다른 나에게
건투를 빌뿐이다.
I am not what happened to me,
I am what I choose to become
- 구스타프 융 Gustav 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