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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전략

개입의 기술 : 리더의 세 가지 문장

by 파사리즘

조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리더’이다. 컴퍼니 빌런은 조직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그보다 더 큰 위협은 그들을 방치하는 문화다. 리더의 개입은 단순한 관리 행위가 아니라 조직의 생명력을 지키는 행위다. 그러나 개입에는 타이밍이 있다. 너무 이르면 과민반응으로 보이고, 너무 늦으면 이미 팀이 병든다. 그렇다면 리더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가?


컴퍼니 빌런은 늘 말을 잘한다. 겉으로는 조직을 걱정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조직의 에너지를 흩트리는 언행을 보인다. 그들은 팀 회의에서 이런 말을 반복한다.


“그건 원래 안 돼요.”
“예전에 해봤는데 소용없어요.”
“위에서 이미 결정한 일이잖아요.”


겉으론 합리적인 이의 제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의도적인 냉소와 무책임의 기운이 흐른다. 빌런의 언어는 늘 ‘공감’이 아니라 ‘분열’을 만들고 있다. 그들의 말 한마디는 팀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문제 해결의 열정을 꺾는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문제의 발언’을 잡는 것이 아니라,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심리적 의도를 읽는 것이다.


다음의 항목을 중점으로 관찰해 보자.


동료의 성과를 은근히 폄하하는가?

새로운 시도를 비꼬는가?

책임이 따르는 일에는 침묵하는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이미 조직 안에는 빌런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때가 바로 리더의 첫 번째 개입 시점이다.


첫 번째 개입: “무슨 뜻인지 조금 더 설명해줄래요?”


리더의 개입은 반드시 ‘감정적 대립’이 아닌 ‘의미의 해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빌런은 감정적으로 상대할수록 방어적이 된다. 그는 자신이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더욱 교묘하게 말의 구조를 바꾼다. 따라서 초기 개입은 공개적 반박보다, 해석의 요청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건 안 된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이 가장 우려되세요?”
“해봤다고 하셨는데, 그때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있었나요?”


이 질문은 빌런을 침묵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에 근거를 요구하는 구조적 질문이다. 빌런은 본능적으로 ‘막연한 주장’을 즐기지만, ‘구체적 근거 제시’에는 약하다. 리더가 구체성을 요구하는 순간, 빌런의 언어는 힘을 잃는다. 그때 리더는 판단해야 한다.

이 사람이 단순한 불만자(informal complainer)인지, 아니면 팀의 에너지를 고의적으로 떨어뜨리는 방해자인지를 말이다.


두 번째 개입: “당신의 말이 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나요?”


리더가 두 번째로 개입해야 하는 시점은, 빌런의 말이 조직의 분위기를 장기적으로 손상시키는 단계다. 이때는 더 이상 “무슨 뜻인가요?”라는 질문으로는 부족하다. 리더는 빌런의 언행이 조직의 결과와 팀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


“최근 몇 차례 회의에서 부정적인 발언이 반복되고 있어요. 팀원들이 새로운 시도를 꺼리게 된다는 피드백이 있습니다.”


이 말은 빌런의 ‘의도’를 추측하지 않고, ‘결과’를 중심으로 말한다. 리더의 언어는 언제나 사실 기반(fact-based)이어야 한다.

감정적 추정이 아닌, 관찰된 행동과 그 결과를 명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개선의 기회를 제공하는 후속 문장이 따라야 한다.


“당신의 경험이 팀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다만, 그 경험이 다른 사람의 의욕을 꺾는 방식으로 표현되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리더의 말은 지적이 아니라 책임의 환기가 되어야 한다. 빌런에게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때, 빌런은 처음으로 ‘조직의 시선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압박을 느낀다. 그 인식이 변화를 만들게 된다.


세 번째 개입: “이제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리더의 세 번째 개입은 최종 단계, 즉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시점이다. 그때 리더는 더 이상 ‘설득’이 아니라 ‘경계 설정’을 해야 한다.


“여전히 부정적인 언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의견 표현이 아니라 팀 전체에 대한 책임의 문제입니다. 이대로 지속된다면, 함께 일하기 어렵습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리더의 태도와 어조다. 화내지 않고, 단호하되 감정이 배제된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리더는 감정이 아니라 ‘조직의 원칙’으로 말해야 한다. 리더의 단호함은 징계가 아니라 조직의 건강을 지키는 선언이다. 빌런이 바뀌지 않더라도, 나머지 구성원들은 리더의 메시지를 본다.


“이 조직은 빌런을 방치하지 않는다.”


그 한 문장이 신뢰와 몰입의 출발점이 된다.


빌런을 제지했다고 해서 조직이 곧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말은 이미 팀 안에 잔상으로 남는다. 따라서 리더는 후속 회복 루틴을 설계해야 한다. 빌런을 제지하는 것이 ‘정리’라면, 조직 문화를 회복시키는 것은 ‘재구성’이다. 리더의 진짜 역할은 바로 이 '재구성' 단계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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