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의 이유는 단 한 문장으로 충분하다.
직장인은 쉽게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 적당히 참는다. 감정을 눌러 견디고, 현실을 이유로 버틴다. 하지만 모든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무너뜨리는 건, 늘 사람의 말 한마디다.
S제약의 교육팀에서 근무하던 C씨는 어느 날, 사내 연수 프로젝트를 맡았다. 팀 내 선배 K는 늘 조언이랍시고 불쑥 끼어들었다. 회의 중엔 자신의 과거를 자랑했고, 후배들에게는 “넌 아직 몰라”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다. 결정적인 순간은 발표 리허설 도중이었다. C씨가 발표를 이어가던 중, K가 끼어들었다.
“나 때는 이런 거 하나도 없이 다 외웠어. 그렇게 PPT에만 의존해서 되겠어?”
그 한마디는 C씨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노력의 흔적이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이런 사람이 여전히 중심에 있는 조직이라면…’
그는 더 이상 남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한 IT 벤처기업의 MZ세대 직원 H는 입사 후 조직문화의 이중성에 혼란스러웠다. 겉으로는 수평을 말했지만, 실제로는 눈치를 보며 일해야 했다. 의견을 내면 “너무 튄다”는 말이 돌아왔고, 모두가 말을 아끼며 ‘조용히 순응하는 법’을 배워갔다. 회식 자리에서 그는 용기 내어 말했다.
“선배님, 이런 문화는 조금 불편해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우린 원래 이런 분위기야. 일단 적응부터 해. 나중에 말해도 늦지 않아.”
그 말은 결국 이런 뜻이었다.
“우린 바뀌지 않아. 네가 바뀌어.”
그날 이후 H는 결심했다.
‘이곳에서 나의 성장은 멈춘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퇴사 메일을 보냈다.
한 유통기업의 마케팅팀 직원 Y는 동료 W의 무임승차로 늘 속이 답답했다. W는 ‘내가 예전에 해봤다’며 일을 피했고, 결과물이 나오면 슬쩍 옆에 붙었다. 발표 때는 마치 자신이 주도한 것처럼 말하기까지 했다.
Y는 조심스럽게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지 않아?”
돌아온 대답은 너무 익숙했다.
“W는 원래 그래. 괜히 문제 만들지 말고 그냥 흘려.너만 피곤해져.”
그 말은 상사의 말보다 더 무거웠다. 조직이 문제를 덮는다는 사실,
그리고 문제를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피곤해진다는 현실.
Y는 그날 이후 말을 아꼈다. 그리고 조용히 이직서를 냈다.
퇴사는 언제나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회사의 구조나 연봉, 복지가 아니라 함께 일하기 괴로운 ‘그 사람’ 때문이고, 무엇보다 그 사람을 방치하는 조직 때문이다. “나 때는~”이 반복되는 곳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이다. “우린 원래 이래”는 순응을 강요하는 위계의 언어다. “그냥 흘려”는 침묵을 미덕으로 착각하는 구조다. 그 구성원 하나의 말이, 조직 전체의 태도를 대표하게 되는 순간. 사람은 조용히 떠난다.
컴퍼니 빌런의 말은 단지 불쾌한 농담이나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다. 그 말을 조직이 방치하는 순간, 그건 개인의 말이 아니라 조직의 목소리가 된다. 결국 사람을 떠나게 만드는 건 ‘소리 없는 방관’이다.
말보다 무서운 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조직의 침묵이다. 그리고 그 침묵이 쌓일수록, 떠나는 사람의 발걸음은 점점 더 조용해지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