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사리즘 Oct 27. 2024

재즈카페 (1991)

대학가요제를 넘어 대중가요로 향하는 시작점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피자
발렌타인 데이 까만 머리 까만 눈의 사람들의
목마다 걸려있는 넥타이 어느 틈에 우리를
둘러싼 우리에게서 오지 않은 것들
우리는 어떤 의미를 입고 먹고 마시는가

빨간 립스틱 하얀 담배연기
테이블 위엔 보석 색깔 칵테일
촛불 사이로 울리는 내 피아노
밤이 깊어도 많은 사람들

토론하는 남자 술에 취한 여자
모두가 깊이 숨겨둔 마음을 못 본 체하며
목소리만 높여서 얘기하네
흔들리는 사람들 한밤의 재즈 카페
하지만 내 노래는 누굴 위한 걸까

사람들 돌아가고 문을 닫을 무렵
구석자리의 숙녀는 마지막 메모를 전했네
노래가 흐르면 눈물도 흐르고
타인은 알지 못하는 노래에 담긴 사연이
초록색 구두위로 떨어지네

흔들리는 사람들 한밤의 재즈 카페
하지만 내 노래는 누굴 위한 걸까
흔들리는 사람들 한밤의 재즈 카페
하지만 내 노래는 누굴 위한 걸까




  1991년에 발표된 마왕 신해철의 <재즈카페>는 대학가요제 출신이라는 풋풋한 청년의 음악세계에서 대요가요이며 세상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거침없이 내던지는 진정한 마왕으로 흑화 되는 출발점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곡을 댄스곡이라고 평가를 한다. 하지만 나는 <재즈카페>를 거친 남성의 읊조림이라고 표현한다. 어두운 바의 한켠에서 술이 반쯤 취해 있는 젊은 남성이 세상에 무거움에 지쳐 무너지고 있는 모습 속에서 흘러나오는 혼자만의 독백과 같은 노래인 것이다.


  실제로 마왕 신해철은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1990)>엘 발표한 후 나이트클럽에서 공연을 많이 하였다고 한다. 그때 대전에 있는 리베라호텔의 미니 바에서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위스키 한 병과 빨간 체리브랜디가 있는 모습을 보고선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위스키 브랜디 블루진 하이힐 콜라 피자 밸런타인데이라는 가사에도 나와 있듯이, 그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위스키의 이름이 아마도 발렌타인 위스키였을 것이다. 재즈카페는 청중으로 하여금 실제 그 공간에 있는 1인칭 시점의 관점으로 노래를 음미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빨간 립스틱 하얀 담배연기 테이블 위엔 보석 색깔 칵테일이나 토론하는 남자 술에 취한 여자도 같은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재즈카페의 가사에서 내가 유독 좋아하는 가사는 목마다 걸려있는 넥타이 어느 틈에 우리를 둘러싼 우리에게서 오지 않은 것들 우리는 어떤 의미를 입고 먹고 마시는가 이다. 샐러리맨을 표현하는 넥타이에서 하루 일상에 지쳐 찾아온 위스키바 테이블에서 그 어떤 목적도 이유도 없이 하루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은 현대인의 진실된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이후 마왕 신해철은 NEXT 밴드를 결성 후 <도시인 (1992)>를 발표하는데 그 노래에서도 이와 같은 현대 직장인의 삶을 표현하는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사람들 돌아가고 문을 닫을 무렵 구석자리의 숙녀는 마지막 메모를 전했네의 가사에서 마지막 주크박스 신청곡을 요청하는 손님과 그 노래를 들으며 물도 흐타인은 알지 못하는 노래에 담긴 사연이 초록색 구두위로 떨어지네으로 이어지며 숙녀가 신고 있던 초록색 구두 위까지 흘러내리는 깊은 눈물의 하소연에 대해 여성 직장인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고충을 표현하며 90년대 직장인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이 노래는 당시의 젊은 청년들뿐만 아니라 사회초년생이었던 직장인들에게 선풍적인 사랑을 받았다. 아니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곡이었다. 아직도 이 노래를 가끔 퇴근길에 듣는다. 그러면서,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가사 속에서 왠지 모를 아날로그적 위로를 받으며 나의 추억을 기억해 본다.






파사리즘

이전 04화 안녕 (199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