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향긋한 커피

by 배태훈

“커피 좋아하세요?”


어디를 가나 카페가 있는 우리나라. 커피 수입량도 세계 10위 안에 들 정도로 커피를 마신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커피 수입량이 2위다. 커피 소비량이 1인당 2.29.kg(2015년 기준, ICO[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s] 자료)이라고 한다. 커피 1잔에 약 10g이라고 하면 1년 동안 230잔을 마신다. 커피를 사랑하는 우리나라. 이번 호에는 제주 커피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애월읍 장전리에서 1년을 생활한 우리 가족은 선교사님들의 도움으로 옆 동네인 소길리로 이사를 했다. 어느 날, 아랫집에서 타는 냄새가 심하게 났다. 혹시 불이 난 것일까 해서 아내와 함께 아랫집으로 내려가 보니 연기가 자욱했다. 급한 마음에 문을 열자마자 진한 커피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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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요. 냄새 좋지요? 지금 커피 로스팅하고 있어요. 와서 보실래요?”


집에서 직접 커피 볶는 모습(로스팅)을 처음 봤다. 신기하고 궁금해서 바로 엉덩이를 붙이고 로스팅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푸르스름했던 생두에 열을 가하자 시간이 지나면서 진한 베이지색을 거쳐서 황갈색으로 변했다. 생두를 덮고 있던 실버스킨(은피)도 떨어져 나갔다. 실버스킨이 타는 냄새가 우리 집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타닥, 타닥’


커피에서 소리가 났다. 불꽃의 지휘에 맞춰서 제각각 자신의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더 집중해서 봤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소리를 ‘팝핑’이라고 했다. 타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커피콩의 부피가 팽창하면서 갈색으로 변했다.


“이 소리가 난 다음에 두 번째 소리가 날 때까지 계속 볶아야 해요.”


잠시 후 다시 소리가 났다. 2차 크랙이었다.


“이제부터 정신 집중을 해야 해요.”


무릎을 꿇고 열심히 커피를 휘젓던 손길이 더 분주해졌다. 몇 분 후 커피색이 진한 갈색으로 변하면서 커피에서 작은 물이 맺혔다.


“커피가 땀(오일)을 흘렸네. 이제 다 됐어요.”


불을 끄자마자 밖으로 나가서 소쿠리에 옮겨 다니면서 커피를 식혔다.


“볶은 커피를 빨리 식혀야 해요.”


로스팅한 커피 원두 하나를 주면서 씹어보라고 하셨다. 입에 넣어 씹는 순간 ‘바삭’ 하는 청아한 소리와 함께 커피의 진한 맛이 입안을 맴돌았다.


“잘 볶아졌네. 이렇게 소리가 나면 잘 된 거예요. 색깔도 좋고, 적당하게 오일도 올라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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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을 때부터 커피에 관심이 많았다. 로스팅까지는 생각도 못했고, 원두를 구입해서 그라인딩에 직접 깔아서 커피머신에 내려마시곤 했다. 바리스타 과정을 신청해서 배울까 했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배우지 못했었다. 커피 로스팅하는 모습을 보자마다 옛 생각이 떠오르면서 ‘바로 이거야’ 하는 생각과 함께 커피 공부를 시작했다. 커피와 관련된 책을 사고, 인터넷 동영상을 찾아서 커피공부에 매진했다. 아내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만 마시다가 제주에서 핸드 드립 하는 곳을 찾아다녔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웃 사람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커피의 여러 가지 맛들을 음미하고 다녔다. 제주 땅에 직접 커피나무를 심고 수확하는 곳도 있다. 겨울에는 온도가 내려가서 비닐하우스에서 난방을 하며 재배하고 있지만, 빨간 커피 열매가 열린다. 커피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힘들지만 손수 커피를 재배한다는 농장 주인이자 카페 사장은 자신의 커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는 곳마다 바리스타 바로 앞에 자리에 앉아서 커피에 대한 지식도 듣고, 핸드 드립 하는 과정들을 지켜봤다.


생두를 파는 곳을 찾아서 케냐 AA,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콜롬비아 수프리모, 과테말라 안티구아, 인도네시아 만델링 등 구입할 수 있는 생두를 구입했다. 공부한 대로 생두를 200g씩 로스팅했다. 커피를 볶으면서 맛과 향미가 계속 변한다. 같은 온도에 같은 시간을 볶아도 그때의 기후와 원두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서 그 맛이 달랐다. 로스팅은 보통 8가지 단계로 나뉜다. 라이트, 시나몬, 미디엄, 하이, 시티, 풀시티, 프렌치, 이탈리안. 시나몬 단계에는 신맛이 강하게 나고, 풀시티 단계에서는 신맛과 단맛이 난다. 그 이후에는 신맛이 사라지고 쓴맛이 난다. 로스팅하는 과정에 따라 커피에는 다섯 가지 맛이 난다고 한다. 단맛, 산미, 신맛, 쓴맛, 짠맛이다. 향긋한 커피 향은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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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로스팅하고 핸드 드립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커피를 공부하고 싶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가게에서 일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하니까, 내 인생에 참된 가르침을 하나 주셨다. “카페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단골이 있어야 해요. 단골은 어떻게 생기는지 아세요? 바리스타가 한 가지 맛을 내야 해요. 여러 사람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 이랬다 저랬다 하면 단골이 되지 않아요. 커피 향과 맛이 좋아서 다음에 찾아왔는데, 그때의 맛이 아니면 다시는 안 와요.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래서 1년 365일 동일한 맛을 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해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바리스타가 제일 좋아하는 맛을 만들면 돼요. 내가 좋아하는 그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단골이 되는 거예요. 그냥 좋아하는 맛을 동일하게 내리면 돼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커피에 대해서 깊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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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올라온 후 바빠진 일상과 아파트 생활 탓에 직접 로스팅을 하지는 못하지만, 시간을 내서 좋은 원두를 찾아 구입해서 핸드 드립으로 향긋한 커피 향과 함께 제주의 푸른 하늘을 추억한다. ‘타닥, 타닥’ 마음을 울린 팝핑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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