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귀한 선물을 준 제주도

by 배태훈

제주도 하면,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휴식, 여유로움을 누리는 여행을 생각한다. 우리 가족이 제주도로 간 것도 ‘2년 동안 실컷 놀다 오자’는 ‘여행’의 의미가 강했다. 하지만 제주에서 보낸 2년의 시간은 우리에게 ‘여행’이 아니라 ‘일상’을 경험하게 했다. 여행자로 찾은 제주는 아름다움만을 보여줬지만, 도민에게 제주는 삶 자체로 다가왔다.


주는 것이 복된 일

제주도에 있었던 2년 동안 우리 가족은 매주일 오후에 요양원에 갔다. 30-40명의 어르신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어르신들의 말벗을 해드렸다. 아이들은 어르신들을 위해 매주 찬양과 율동을 준비했다. 때로는 스스로, 때로는 타의에 의해서 했지만, 열심히 준비했다. 아이들이 잘하던 못하던 보시는 어르신들은 좋아하셨다. 사람을 접하기 쉽지 않았기에, 특히 어린아이들을 보기 힘들었기에 아들의 재롱이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예배가 끝나면, 우리 가족은 한 분 한 분 손을 잡고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말했다. 어떤 어르신은 매번 눈물을 흘리시면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어떤 어르신은 손수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을 준비해 오셨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고 했던가! 아이들 손에 사탕을 쥐어 주시면서 참으로 행복해하셨다. 본인들의 손주가 생각난다면서 손주 자랑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요양원에 다니던 몇 달이 지나고 매주 보이시던 어르신이 안 보이셔서 그분의 안부를 물으니, 주중에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렀다고 했다. 그리고 빈자리에 다른 어르신이 입실하셨다. 2년 동안 적지 않은 분들이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다. 요양원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연고가 있으신 분은 가족이 장례를 치르지만, 연고가 없는 분들은 요양원에서 장례를 치른다고 했다. 제주도에 시설급여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시설인 요양원이 66개가 있고 약 3,000명 정도가 입소 중이다(2016년 3월 현재).


국내여행의 최고 휴양지인 제주도이지만, 이곳에서 삶과 씨름하며 일생을 마감하시는 분들이 있다. 여행자가 보지 못하는 일상을 경험하며 우리 가족은 요양원을 다녀올 때마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베풂과 감사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두 아이는 2년 동안 사랑을 베풀어주신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용돈의 10분의 1을 따로 모아두었던 구제비도 서울로 올라오면서 요양원에 기부했다. 적은 금액이었지만, 원장님이 기쁨으로 받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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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전하는 일

전교생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일들이 많았다. 특히 토요일에 가족을 위한 행사들이 많았는데, 우리 가족은 가능하면 모두 참석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매년 12월에 대한적십자사에서 진행하는 ‘사랑의 빵 만들기’를 참여했다. 학교와 학부모회에서 후원해서 참여한 가족이 함께 빵을 만들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빵을 전달하는 봉사였다.


추운 겨울, 대한적십자사를 찾은 우리는 처음 보는 제빵 시설에 대한 신기함과 빵을 만들어본다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주의사항과 일정 설명을 듣고, 빵을 만드는 시간은 체험학습을 하듯 즐겁게 보냈다. 오븐에서 구워지는 빵 냄새에 한 번 흥분하고, 우리가 만든 것이 빵의 형태로 나온 것을 보고 또 한 번 흥분했다. 맛 또한 여느 빵집보다 맛있었다. 우리가 만든 빵을 선물용 박스에 담고,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을 찾아갔다. 사회복지사 말을 들으니, 제주도에 홀로 지내시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홀로 죽음을 맞이하신 분들이 계셔서 정기적으로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하거나 찾아뵌다고 했다. 우리 가족을 맞이한 어르신은 노인네를 찾아와 줘서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건넸다. 특별히 우리가 힘을 쓴 것도 없는데, ‘이런 감사의 인사를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빵보다 사람이 그리웠던지 아이들과 이야기하시면서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아이들은 작은 관심과 참여로 이렇게 기뻐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보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열심히 도와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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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서울에 올라온 후에도 우리 가족은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큰아이는 RCY 단원으로 복지관의 어르신들의 말벗을 해드리고 있다. 구제비를 모아 후원하고, 신생아 모자 뜨기, 연탄봉사활동 등 우리 가족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우리 가족이 제주도에 가지 않았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봉사와 섬김의 삶은 우리 가족이 서로 감사하고 주변을 돌아보며 지낼 수 있는 좋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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