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에서 삶으로]
내 고향은
섬이다.
천사의 섬(전라남도 신안군)이라 불리는 섬들 중
하나다.
어렸을 때
서울로 올라왔지만,
지금도
친척 어르신들이
섬을 지키며 살고 있기에
가끔 고향을 찾는다.
지금은 30분이면
육지에서 섬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어린 시절에는
목포에서 5시간 정도
배를 타야 고향에 갈 수 있었다.
겨울에
북서풍이 불어
파도가 들이치는 날이면
땅에 내려
하루 종일 멀미를 했다.
내게
섬은 고향이다.
아마도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든 이유도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다.
동서남북으로
여러 개의 섬을 가지고 있다.
그중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모두 5개다.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우도, 추자도다.
우리 가족은 제주도에 사는 동안
5개의 섬을 다 방문하기로 했다.
제주도에 이주한 해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서
거리가 먼 추자도는 포기했다.
아내가
오랜 시간 배를 타는 것을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바람, 돌담, 그리고 청보리가 있는 가파도.
4월의 어느 날,
우리는 청보리로 유명한
가파도를 찾았다.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15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인데,
하필이면
그날 바람이 유독 많이 불어서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아내는 배가 정말 싫다면서
빨리 도착하길 바랐다.
북쪽에 위치한 하동포구에
도착한 우리를 반기는 것은
초록색 물결이었다.
가파도는
겨울에 주로 보리를 심고,
여름에 고구마를 심는다.
제주 돌담을 따라 보리에 알맹이가 차고,
익어가는 4월은 관광객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제주 올레 10-1코스인 가파도에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곳이 없다.
바람에 맞서거나
맡기는 수밖에 없다.
가파도민들은 바람에 맞서 생활을 꾸려갔고,
보리는 그저 바람에 몸을 맡기며
초록바다의 물결을 일으켰다.
가파도에서 송악산을 바라보는 풍경
또한 아름답다.
우리가 방문했던 날,
맑은 날씨 덕분에
한라산과 백록담이 또렷하게 보였다.
야자나무가 높이 뻗은
초등학교와 꽃길을 따라
걸어가는 학교 길은
시골 마을의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을 할망(할머니)들이
캐다 말린 모자반 한 봉지를 사 가지고 돌아왔다.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
가파도에서 조금 떨어진
마라도를 찾을 때에는
전국적으로 메르스(MERS)가 한창이었다.
그럼에도 마라도로 향하는 배 안에는
마스크를 한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이때만 해도 제주는 메르스 청정
지역이었다.
“메르스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을 막지는 못하는구나!”
마라도는 90년대 CF에서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유행어와 함께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그 유명세 때문인지
마라도에는 짜장면을 파는 곳이 많다.
우리 가족이 즐겨보는
TV 모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곳에서
짜장면을 먹었다(대부분 식당이 TV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
다른 곳과 비교할 때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지만,
마라도에 와서 짜장면을 먹어봤다는 생각에 흡족했다.
마라도 해안가를 산책하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남쪽 해안가에는
최남단을 알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마라도에 왔다면
꼭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 가장 남쪽에 왔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한 기념촬영이다.
우리 가족도 인증사진을 남겼다.
돌아가는 배 시간을 기다리면서
가파도초등학교 마라도 분교 앞 잔디에서
강아지와 뛰어놀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제주도에 온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우도.
성산포에서 바라보면 소가 드러누웠거나
머리를 내민 모습과 같다고 이름이 지어진 이곳은
제주도의 부속 섬 중에 가장 큰 섬이다.
작은 아이가 어느 날,
우도는 꼭 가야 한다고 했다.
“아빠, 우도에 가요.
거기서 ‘땅콩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야 해요.”
어디서 들었는지,
우도의 특산물로 만든 아이스트림을
꼭 먹어야 한다고 했다.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우도로 향했다.
우도가 얼마나 좋은지
성산포항에는 우도에 들어가려는 차와 사람들로
가득했다.
마치 명절이라도 된 듯했다.
우도에는 수많은 렌터카들과 사륜오토바이에
자전거까지 얽히고설켜서
복잡했다.
우리는 꽉 막힌 도로를 비집고
땅콩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아
미션을 해결했다.
수일 후에 제주도 본 섬에서도
땅콩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곳이 있었다. ^^
“와~ 이거 색다른 맛이 나는 데, 맛있다.”
봄에는 유채꽃이 가득하고,
여름에는 섬 곳곳에
다양한 해수욕장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잡았다.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우도봉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 한라산, 수평선 등 볼거리가 가득한 이곳은
꼭 와봐야 할 곳 중에 하나라는 말에 공감했다.
하지만 좁은 섬에 차들이 많이 들어와서(다른 섬에는 차가 들어가지 못한다),
해안가 도로는 행인들이 다니기 조차 힘들 뿐만 아니라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제주도에서 여러 가지 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섬, 비양도.
영화 <봄날>의 촬영지였던 비양도는
면적이 0.5㎢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섬이다.
이 섬에는 자동차가 없다.
마을도 항구를 중심으로 한 곳에 모여 있고,
중앙에는 비양봉이 우뚝 솟아있다.
학교에 현장체험을 내고,
3일 동안 제주도 구석구석을 다니기로 한 우리 가족은
마지막 날에 비양도를 찾았다.
한림항에서 배를 타고 15분 정도 걸리는 이곳은
힐링이 되는 곳으로 유명했다.
해안가의 아름다운 풍광을 따라 산책(1시간 정도 소요)을 하거나
자전거(20-30분 정도 소요)를 타기에 좋은 곳이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풀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가끔 들리는 것은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뿐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힐링을 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우리 가족도 해안가를 걷고,
자전거를 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 차가 없으니까 조용하고 좋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
항구 앞 식당에서 먹은 보말죽은
우리 가족이 맛본 죽 중에서 단연 으뜸이었다.
지인에게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빼지 않고 추천하는 곳이
비양도와 그곳에서 먹었던 보말죽이다.
며칠 동안 고된 일정 탓에
나만 홀로 오른 비양봉은 힘겨웠지만,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도 본 섬은 장관이었다.
협재 해수욕장에서 백록담까지 한눈에 들어온 모습은
제주도의 모든 것을 보는 듯했다.
제주도 곳곳에 멋진 풍경이 있지만,
섬에서 바라본 제주도의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해안가부터 시작해서 백록담까지
한눈에 바라보는 풍경은 보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섬 속의 섬으로 떠났던 여행은
우리에게 제주의 또 다른 경험을 해준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