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에서 삶으로]
부푼 꿈을 가지고
시작한 제주살이는
처음부터 녹록하지 않았다.
우리를 가장 당황하게 한 것은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였다.
낯선 제주의 문화는
처음 집을 마련하면서부터 겪었다.
“계약서는 어떻게 하나요?”
“계약서요? 여기다 쓰면 돼요.”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부동산 임대차계약서를 꺼내서
직접 적으셨고,
우리는
중개업자 없이 월세로
계약을 했다.
“우린 그래도 월세로 받아요.
제주에서는 다들 연세로 받아요.”
지금은 많이 바뀌긴 했지만,
제주에는
전세 문화가 없었다고 한다.
연세가 있었다.
월세 1년 치를
미리 내는 것으로
육지에서는 사글세라고
부른다.
보증금과 연세를
한꺼번에 내야 했다.
우리는
임대차계약서를 썼지만,
어떤 경우에는
주인이 백지에
친필로 쓴 계약확인서 한 장만 받고
계약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시골집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확인서도 받지 못하는 일도 있다고 하니,
서로 믿고(?) 계약하는
옛날 방식이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집과 관련된 풍습 중에
‘신구간’이라는 것도 있다.
이 풍습은 제주도에만 있는
독특한 문화다.
신구간은
지상을 다스리는 신이
옥황상제에게 올라가서
1년 동안의 일어난 일들을 보고하고
또 다른 임무를 부여받고
내려오는 기간이라고 한다.
대한 5일 후부터
입춘 3일 전까지의
일주일이다.
제주도민들은
구관과 신관이
비어있는 이 기간 동안
집을 고치거나 이사를 한다.
도민의 95% 정도가
신구간에 움직이기 때문에
이삿짐, 가전, 가구 등 집과
관련된 업체는
24시간 풀가동한다.
이때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1년 내내 힘들기 때문이다.
집도 이 기간에 구하지 못하면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 문화도
지금은 아파트가 늘어나고
이주민들이 급증하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제주에는 ‘괸당’이라는
문화도 있다.
괸당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혈연, 학연, 지연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한 사람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접촉사고가 났을 때
다짜고짜 싸우지 말고,
무조건 미안하다고 말하고
보험회사에 연락하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먼 사람이라도
한 두 사람만 거치면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제주의 괸당 문화는
현지인에게는 긍정적인 부분들이 많지만,
사람들과 관계가
적은 이주민에게는
정착하기에 힘든 문화이기도 하다.
지금은 이주민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고
우리도 그 덕에
즐겁게 2년간 놀다 올 수 있었지만.
결혼과 장례 문화도
색다르다.
축의금과 조의금도
부부가 모두 아는 사람이라면
각각 하고,
결혼 피로연도
지인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도록
보통 이틀 정도에 걸쳐서 한다.
신랑 신부는
긴 시간 동안
손님을 맞이하며 인사를 드린다.
이런 문화도
지인들을 정성껏 살뜰하게 챙기는
괸당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살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문화들 때문에
때론 신선함을,
때론 큰 충격을 받았다.
현지인이라면
쉽게 풀 수 있는 일도,
힘들게 해결해야 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같은 나라였지만,
다른 문화들을 경험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식견은
넓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들 때문에
아무도 없는 제주에서
우리 가족은 하나로 똘똘 뭉칠 수 있었다.
가족애가 더 살아났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격려하고
응원했다.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전에
느끼지 못한 고마움이
보였다.
익숙한 곳을 뒤로하고
낯선 제주로 떠난 무모한 도전은
불편함도 주었지만,
그만큼 서로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커지게 해 주었다.
* 이 글은
<가이드포스트>에
2017년 1월호부터
'실컷 놀다 오자'라는 꼭지로
연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