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시골학교,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

[제주, 여행에서 삶으로]

by 배태훈

아직은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차가운 이른 봄.


3월이면

설렘으로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자기 몸집보다

더 큰 가방을 둘러맨 채

낯선 교문으로

첫 발을 내딛는

귀여운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식 풍경이다.


작은아이 입학식.JPG 작은 아이 입학식


2014년 3월 3일.


작은 아이의 입학식은

우리 가족에게 깜짝

선물이었다.


아이 손을 잡고

낯선 학교에 들어서던 우리는

운동장에서

정말 낯선 풍경을 보았다.


학교 운동장에

웬 말이 묶여 있는 게 아닌가.


‘뭐지 이건?’

‘제주도에선 학교 운동장에서 말을 키우나?’


구령대 쪽에서

신입생들을 불러 모으는 소리가 들렸고,

운동장 한쪽에 서 있던

말 두 마리도 함께 모였다.


"두둥~."


알고 보니

이 학교는

몇 년째 신입생들이

말을 타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특별한 입학식 행사가 있다고 한다.

말을 탄 작은 아이.JPG 말 타고 입학한 아이


곧이어

지상파 방송국에서

나온 취재진들이

흥미로운 입학식 현장을 취재하기 시작했고,


작은 아이는

인터뷰까지 하는 행운을 얻었다.

다음날 아침

뉴스를 보고 전국 각지에서

축하전화를 받기도 했으니,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멋진 추억이 되기에 충분했다.


제주에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정보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더구나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이 아닌 생활을 하러 가겠다고

결정했을 때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역시 아이들이 다닐 학교였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지낼 좋은 학교를 찾는 일은

우리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오로지

정보의 바다를 열심히 헤매는 일뿐이었던

우리는 정말이지

눈에 불을 켜고

제주도내 초등학교들을 폭풍 검색하기 시작했다.


각각 4학년 진학과 1학년 입학을

앞둔 두 명의 남자아이들.


이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뛰어놀며

배움의 즐거움을 알아갈 좋은 학교가

어디 있을까.


그러다

눈에 들어온 제주도 중산간 마을

작은 시골학교.


“그래, 여기야!”


전교생 80명.


제주도 중산간 마을에 위치한

작은 시골학교는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다.


지방의 시골 학교이다 보니

학생 수가 적어서

마을과 지자체가 힘을 합쳐

학생 유치에 열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떤 학교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외지인에게

학교 근처에 집을 지어 렌트해 주기도 하고,

승마, 검도, 바이올린, 플루트 등의

방과 후 활동과 다양한 토요 문화교실도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시골의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제주도와 온 마을이 힘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큰 아이는 4학년 진달래반,

작은 아이는 1학년 개나리반.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새로운 친구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을지,

선생님들은 어떠실지 등

슬슬 실제적인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매일 아침 8시 20분이면

노란 미니버스 한 대가

우리 집 앞에 멈춘다.


아이들이

‘통학이’라고 부르는

스쿨버스다.


IMG_6326.JPG "통학이"

아침부터

친구들과 재잘거릴 생각에

뒤도 안 돌아보고

버스에 오르는 아이들.


‘통학이’를 타고

학교에 가면

정규 수업에 방과 후 활동까지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과 오후 늦도록

학교 운동장에서 나무 타기를 하며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제주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삼부자.jpg 방과 후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삼부자


도시에서

큰아이가 학교에 입학했던 시절이

생각났다.

삼삼오오 아이들 손 붙들고

마음 맞는 엄마들끼리

맺어준 친구들과 함께

키즈 카페에 데려가서

친교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해했던 모습이 떠오르며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림자가 길어지는 오후가 되도록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재잘대며 놀고 있노라면

교문 앞에 세워져 있던 '통학이'의

“빵빵~” 하는 경적소리가

울려 퍼진다.


집에 갈 시간이다.

시골마을 아이들을 태운

노란 통학버스가

집집마다 들러 아이들을 내려주고

그렇게 하루해가 진다.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되어준 시골학교에서의 시간들은

지금도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이자 보물이다.


* 이 글은

<가이드포스트>에

2017년 1월호부터

'실컷 놀다 오자'라는 꼭지로

연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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