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아름다운 제주 바다

[제주, 여행에서 삶으로]

by 배태훈

아내는 바다를 참 좋아한다.

“여보, 우리 바다 보러 가자!”

“지금?”

“응~ 바다 보고 싶어.”


아내는 바다가 보고 싶은 날이면, 언제든지 떠나고 싶어 한다. 매번 갈 수 없지만, 아내의 바람대로 우린 종종 동해 바다를 찾는다. 어떤 날은 밤새 달려 아침 바다만 보고 다시 서울로 향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아내는 바다를 좋아한다.


어느 날 내가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바다가 그렇게 좋아?”

“바다를 보면, 답답했던 마음이 뚫리는 것 같아.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져.”

아내가 제주도로 가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제주 바다 때문이었다.


어디를 가든지 바다가 보이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섬 특성상 어디에서든지 한라산과 바다가 보인다. 제주도의 숙박업소를 살펴보면, 모두 한라산과 바다가 보인다고 한다. 제주에 이주하기 전까지 아내와 나는 ‘위치가 다른 데, 숙소마다 산과 바다가 다 보인다고 그러냐?’ 했었다. 그런데 제주에서 살아보니 정말 어디에서든지 바다와 산이 보였다.


우리의 보금자리인 장전리에서는 차로 5분 정도 내려오면, 애월 해안도로가 나온다. 확 트인 바다를 보면서 아내는 한껏 소리를 지르며, 바닷바람을 맞으며 손을 내밀었다. 맑은 날은 맑은 날이라서 좋았고,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은 그것으로 또 좋았다. 날씨에 따라 변화무쌍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아내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눴다. 아내의 영향 때문에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았던 나도 바다를 좋아하게 됐다. 섬 출신이라서 바다에 대해 그다지 감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아침 산책을 나올 정도로 이곳은 거의 매일 찾았다. 아이들 학교가 끝날 때쯤 아쉬운 마음으로 바라본 확 트인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도 정말 아름다웠다.

한가로웠던 애월 해안도로는 TV 예능프로그램의 소개와 제주에 거주하는 연예인들의 산책로 등으로 소식이 전해지면서 차량의 행렬들이 많이 늘었다. 그리고 곳곳에 숙박업소와 카페 건물들이 들어섰다. 처음에 누렸던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이 사라져 버려서 조금 아쉬워졌고, 육지로 올라올 때쯤엔 이곳을 찾는 일이 점점 드물어졌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곽지해수욕장은 아이들이 놀기에 너무 좋았다. 해수욕장에 돌담을 만들어서 파도도 막아주고,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10분 정도 거리에 있던 곽지해수욕장은 5월부터 9월까지 물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기후가 점점 변해서 5월에도 더워서 물에 들어가도 춥지 않은 날이 많았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오는 지인들이 찾아올 때면, 우리는 늘 곽지로 향했다. 가까이 있던 이곳은 사람들이 붐비는 한여름에는 많이 찾지 않았다. 오히려 봄, 가을, 겨울에 모래사장을 걸으면서 이야기했던 시간이 많았다.

제주로 이주하기 전에 여행하면 꼭 찾았던 협재해수욕장은 그 명성만큼 복잡한 곳이다. 좁은 도로에 주차공간이 부족하다. 주차만 여유롭게 한다면, 한여름에 온 가족이 물놀이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앞에는 비양도가 보이고, 중간쯤에 모래가 방파제 역할을 해서 해안가 가까운 곳에는 파도가 높지 않다. 그 누가 와도 협재는 좋아할 정도로 아름답다.


이곳은 집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지 많이 찾지는 못했다. 제주도민들은 차로 30분 정도 거리는 먼 거리다. 어느새 우리도 그것에 익숙해졌는지 가족들이 왔을 때나 행사가 있을 때를 빼곤 2-3번 정도밖에 가지 않았다.

한국의 몰디브라 불리는 함덕 서우봉 해변은 해변에서 바라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서우봉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이 더 환상적이다.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이곳은 큰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었다. 날을 정해서 해변 가까운 리조트에서 1박을 하고 모처럼 여행객 기분을 내면서 서우봉에 올랐다. 걸을 때마다 제주어로 말을 건네는 푯말들이 있고, 방목하는 말들도 보면서 드넓게 펼쳐진 제주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해 질 녘에 서우봉에 올랐다가 생에 가장 붉은빛으로 노을 지는 환상적인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다.


제주시에 있는 이호테우 해변은 흰색 말과 붉은색 말 모양의 등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곳은 우리 가족에게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준 곳이다. 해수욕장마다 여름철에 특별행사들을 많이 하는데, 이곳을 찾은 여름 어느 날 하필이면 바람도 많고 날이 흐렸다. 당연히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해수욕장 곳곳에서는 이벤트 행사들이 많았는데, 사람이 없다고 행사를 취소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제주에는 광어 양식을 하는 곳이 참 많다. 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제주 양식 광어를 홍보하기 위해 광어회와 초밥을 시식용으로 3~4개씩 나눠주는 이벤트가 열렸다. 출출했던 우리 가족은 줄을 서서 시식용 4개를 받았다. 작은아이는 이때 처음 회를 먹었다. 신선한 회는 우리의 입맛을 당겼다.


“아빠, 이거 정말 맛있어요. 더 먹고 싶은데.”

“그래? 그럼 아빠가 가서 더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볼게.”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더 먹어도 된다고 한다.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해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제주산 광어 양식 시식은 어느덧 초밥 뷔페가 되어버렸다. 우리 가족이 배불리 점심으로 해결했으니까.

바다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 제주에서의 시간은 바다를 좋아하는 아내에게 행복한 나날들이었다. 지금도 종종 마음은 제주로 훌쩍 날아가고 싶지만, 육지로 올라오니 제주행이 쉽지 않다. 가끔씩 제주의 바다가 그리울 때면 우린 동해로 향한다. 그래서 이번 주에도 우린 동해 바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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