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에서 삶으로]
해가 거듭할수록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한 해 동안 천만 명을 넘어 2016년에는 천오백만 명이 제주를 찾았다고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를 지닌 제주는 국내 최고의 관광지다.
제주도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우리 가족은 여름휴가를 계획할 때마다 제일 먼저 제주를 떠올렸다.
하지만 쉽게 제주행을 결정하지 못했다.
비행기 티켓, 숙소, 차, 먹을 것까지 생각하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이었다.
여름휴가로 제주를 생각하다가도
비행기 티켓이나 숙소를 구하지 못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적도 종종 있다.
올해 여름휴가도 제주도로 가보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 아무래도 또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가족이 다 함께 최고의 휴가지인 제주로 떠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게 짧은 여름휴가라도 보내길 그토록 원했던 그곳에서 우리 가족은 장장 2년 동안 최고의 휴가를 보냈다. 봄은 유채꽃과 벚꽃,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이 있어서, 여름은 시원한 바다가 있어서, 가을은 높은 하늘과 억새가 잘 어울려서, 겨울은 설경이 아름다운 한라산이 있어서 사시사철 아름다운 제주.
그곳에서 최고의 휴가를 보냈다.
휴가는 자신이 속한 곳에서 잠시 벗어나서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것이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쉼을 가지는 것, 앞으로의 삶을 위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이 휴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휴가를 생각해보면, 휴가가 아니라 또 다른 일을 하러 가는 것 같다.
성수기와 극성수기 기간이라 가는 곳마다 교통체증에 바가지요금,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감 등 때문에 휴가를 보내고 오면 가기 전보다 더 피곤하다.
휴가를 다녀오면 몸도 마음도 회복되어야 하는데, 휴가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 우리의 휴가문화가 아닌가?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가족은 제주에서 2년 동안 참된 휴가를 보낸 셈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쉼 다운 쉼을 누리고 왔으니 말이다.
아이들은 마음껏 자연을 뛰놀며 몸과 마음을 살 찌웠고, 우리 부부는 지난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눌 수 있었으니 진정한 휴가였다.
도심 속에서 살면서 넓게 펼쳐진 하늘을 보는 시간은 많지 않다.
주변 환경이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그것을 쫓아가기 위해서 하늘을 볼 시간도 없지만, 높은 빌딩과 아파트 사이에서 지내다 보면, 시야가 좁아져 눈에 하늘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지냈다.
여유를 가지고 함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바빴기 때문이었다.
제주에서는 시내 몇 곳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든지 드넓게 펼쳐진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막힘없이 펼쳐진 하늘을 보고 있으면 그동안 생각하지도 못한 무언가를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쳐다보다가 시야를 넓혀 멀리 내다보는 것, 그런 여유가 생겼다.
그 여유로움이 휴가의 진정한 목적이 아닐까 싶다.
여유로움이 생겨서인지, 우리 부부는 마음의 가장 깊은 곳까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연애와 결혼생활까지 17년을 함께 했지만, 서로에 대해서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자연을 벗 삼아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시간들을 만들어 갔다.
지금이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 그 모습을 하나하나 우리의 눈에 카메라에 담았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상을 누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함께였기에 더 행복했던 시간들이다.
최고의 휴가지, 제주.
그곳에서 우리 가족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우리 삶의 새로운 출발지, 제주.
그곳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