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추억을 함께 담는 가족

[제주, 여행에서 삶으로]

by 배태훈

제주도 어느 곳에서도 보인다는 한라산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오르고 싶은 산이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한라산 정상에 오른 후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윗세오름만 가끔 오를 뿐이었다. 그래서 제주도에 있는 동안 가족 모두가 함께 한라산 정상에 올라 백록담을 보자는 큰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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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온 지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좀처럼 한라산을 오르기 힘들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평일에는 시간을 낼 수 없었고, 주말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고 9월, 드디어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새벽 6시에 집을 나서 성판악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오전 7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2-3명씩 우리 가족을 앞질러 갔다.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이 처음이었던 아이들을 생각해서 천천히 걸어갔다. 8시. 자리를 잡고 준비해 간 아침을 먹었다. 산에 먹는 음식은 뭐든지 다 맛있는 법.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됐다. 가는 곳마다 왜 이리 돌들이 많은지 발을 내딛을 때마다 발목이 휙휙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돌이 많다고 하소연을 하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적응을 했는지 곧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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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잘 견디고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힘이 더 생겼다. 문제는 나와 아내였다. 시간이 갈수록 다리는 무겁고 점점 속도가 느려졌다. 아이들은 씩씩하게 계단을 뛰어오면서 산행을 즐겼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컵라면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한 우리는 백록담을 향해 다시 한번 힘을 냈다. 작은아이는 산을 오르는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무려 54번의 칭찬을 들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아이들은 더욱 힘을 내서 정상으로 향했고, 우리 부부는 아이들의 대견스러운 모습에 에너지를 받아 우리는 오후 1시쯤 정상에 올랐다. 어른들의 칭찬 때문인지 아이들은 한라산 정상에 오른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함께 이루었다는 기쁨을 누리고, 아이들은 또 그만큼 자라는 것 같아서 더 행복했다. 오후 5시 30분까지 무려 10시간 30분 동안의 산행을 마쳤다.


10시간 30분 동안 우리 가족은 많은 것을 나누기도 했고, 소중한 경험들도 했다. 힘들 때 서로 도와주고, 격려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도 경험했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격려하면서 힘들기만 할 것 같았던 시간들을 함께 이겨냈다.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같은 자리에서 함께 느끼고, 눈에 담았다. 함께 할 수 있었기에 좋았던 시간들.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기에 좋았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한라산 곳곳을 찍었던 사진들은 언제 어떻게 됐는지 파일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SNS에 올린 백록담에서 찍은 사진 한 장밖에 없다. 우리 가족의 소중한 추억들을 서로의 마음속에 나누어 담았으니 괜찮다. 요즘도 가끔 TV에서 한라산이 나오면 이때의 추억을 꺼내 함께 이야기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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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한다는 것, 함께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것,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것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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