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 <내 집짓기>
어느덧 공사도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공정률 80%가 지나고서부터는 집에 놓을 가구 및 가전제품들을 결정해야 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집을 꾸릴려니 침대, 소파, 냉장고, 세탁기처럼 큰 것 들부터 숟가락, 젓가락처럼 자잘한 것들까지 구입해야 할게 산더미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발리에서 가전과 가구는 특별히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특히 가전은 한국처럼 브랜드와 스타일이 다양한 게 아니어서 어떤 것은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도 꼭 필요한 물건이라 그냥 살 수밖에 없었다.
가구들 대부분은 이케아에서 주문을 하기로 했다. 당시 연말 세일이 한참이기도 했고 인도네시아 이케아는 특정 무게 이상을 주문하면 배송비가 고정이다. 그리고 그 배송비 역시 저렴했다. 하지만 이케아 가구는 온라인 사진과 실제로 봤을 때 느낌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어, 반품이 까다로운 이곳에서 바로 주문하기에는 리스크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발리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가서 직접 이케아를 방문했다. 눈으로 물건들를 직접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가구들을 주문했다.
이케아에서 고르지 못한 몇몇의 가구는 발리로 돌아가 커스텀 제작을 맡기기로 했다. 몇몇의 업체와 미팅을 했는데 집에서 가깝고 가구 납품 경험이 많아 보이는 업체를 선정하고 견적을 받아 보았다. 그런데 견적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저렴했다. 이때 한번쯤은 의심을 해봤어야 했는데 어서 빨리 이 일를 끝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 불편한 마음을 무시하고 주문을 진행했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어?
얼마 후 가구가 배송됐다. 일정 보다 조금 늦게 배송된 가구들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처음 가구를 보았을 때는 크게 이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가구가 도착해서 며칠 후 부터 나타났다. 나무가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그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업체에 항의를 했고 업체는 고쳐준다고 말만 하고서는 나의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다. 몇 주를 가구 업체와 실랑이를 했는데 나는 바보같이 이미 돈을 다 지불해버린 상태였다. 돈을 이미 받은 업체가 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해 줄리가 없었다.
사실 이렇게 서둘러서 모든 것을 다 한번에 구입할 필요는 없었다. 살면서 천천히 원하는 것들을 여유롭게 보고 충분히 고민해서 사도 문제는 없었는데 내 욕심이 발단이었다.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가 되면 엄마가 발리로 오시기로 했는데 나는 어떻게 해서든 엄마가 오시기 전까지 모든 것을 완벽히 세팅해 놓고 싶었다. 이런 조급한 마음과 더불어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안도감이 나를 방심하게 했다. 소비자 보호 정책이 없는 이곳에서 가구들을 고치거나 환불받을 방도가 없었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어? 했는데 결국엔 무슨 일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