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다의 두 번째 소설『열살차이』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작 소설입니다.
현실의 인물, 사건과 유사하더라도 이는 우연의 일치이며,
일부 인물 및 장소는 서사의 흐름상 가명 또는 허구적 설정을 사용하였습니다.
이번 수술은 지난 대장암 3기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코로나가 초반에 기승을 부리고 있어 교수님을 컨택하는 일조차 쉽지가 않았다.
특히나 종양이 생긴 부분이 뇌의 중요한 통로를 막고 있어
자칫하다가 잘못 건드리면 수술 도중 사망하는 일도 있을 수 있고,
설령 수술이 잘 끝난다고 해도 반신불수가 될 수 있다고 하니 마음이 착잡해지고 있었다.
지안은 자신의 탓은 아니지만 이런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없었다.
어쩌면 정말 기도 밖에 할 게 없었다.
달리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없었다.
퇴근 후 가족들과 함께 수술실로 달려와 꼬박 자정 넘어서까지 기다렸다.
앞에 들어간 다른 환자는 수술이 끝났지만 의사가 사망 소식을 전해
다른 가족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으며
그녀의 어머니도 수술실에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병원은 고요하기만 했다.
긴 침묵을 깨고 의사 선생님이 예정 수술시간 보다 더 일찍 수술실을 나왔다.
땀에 흠뻑 젖은 의사 선생님의 모습을 보니 이 수술이 정말 얼마나 어려웠는지 알 수 있었다.
" 정말 어려운 수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거를 어느 정도 완벽히 했습니다.
환자 분은 중환자실로 옮겨져 잠시 쉬도록 하겠습니다. "
아...
얼떨떨하지만... 기도가 통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살았다.
그것이 안도가 되면서 기뻤기 때문에 지안은 두 다리에 힘이 풀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이번 사건을 통해 지안의 가족들에게도 확실히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수술을 회복하면서 지안의 어머니 역시 생각이 가장 많이 달라진 듯했다.
딸의 말마따나 인생의 시간은 한정적인데 계속해서 능력 되면 혼자 살라고 했던
그 말은 어쩌면 틀렸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결국 자신이 가장 약하고 병들었을 때 곁에서 온정을 주는 것은 가족이었고,
딸은 그러한 가족을 만들고 싶다고 계속해서 자신에게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족의 상황부터 자신의 치부까지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는 남자 옆에 있고 싶다고 하는 딸아이.
이미 밥벌이를 제대로 하고 있고, 야무지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딸아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굳이 있다 해도 그것도 자신의 욕심이었을 뿐이다.
몇 년 만에 재헌을 만났다.
잔뜩 긴장해 있는 모습과 양손에는 과일 상자 꾸러미들이 한가득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자신들을 만나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우황청심환 2개를 먹고 왔다고 한다.
지안의 어머니는 지난날 자신이 결혼 준비를 할 때 속상하고 아쉬웠던 부분들을 다 이야기하며
혼수와 예물을 다 생략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상견례도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전했다.
또 결혼식에 필요한 예식장이나 모든 필요 절차들은 두 사람이 알아서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재헌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한 말을 했다.
" 저는 어머님이 저를 마음에 안 들어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바꿀 수 없는 저의 나이, 출신, 신앙 그리고 직업까지는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지만.
어머님이 가장 걱정하는 사업이 그렇지도 않겠지만 만약에 잘 못 된다고 해도
제가 대리 기사를 뛰어서라도 어떻게든 지안 씨는 굶지 않게 열심히 벌어 살겠습니다.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저는 제가 한 말은 지킵니다. "
오랜 시간 동안 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말 딸아이를 아꼈다.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으며 그가 가진 스펙이 마음에 안 든 것은 사실이었지만.
저렇게 딸을 아껴주는 사람은 아마 다시는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결혼하는 게 맞았다.
그리고 딸은 분명 자신과 다른 결혼 생활을 하겠구나 라는 예감이 들었다.
지안은 재헌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이벤트 해주기를 좋아하고 눈치 빠른 재헌이 준비를 할까 봐
지안은 웨딩링부터 레스토랑 예약에 꽃다발과 편지 그리고 케이크까지 세팅을 다 했다.
재헌은 지안이 오라고 하는 레스토랑에 갈 때부터 이미 눈치를 조금 채기는 했지만
막상 이렇게 그녀가 열심히 준비한 성대한 프러포즈를 받으니 기뻤다.
재헌은 오래 사귀면서 지안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녀는 서프라이즈 같은 것을 잘할 줄 몰랐다.
설레어서 얼마 못 가서 다 불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에
그녀가 이 프러포즈를 준비하면서 얼마나 입이 근질근질거렸을까 싶었다.
역으로 여자친구 아니 이제는 예비 와이프한테 프러포즈를 받을 줄이야...
재헌은 행복했다.
재헌은 스테이크를 먹으며 그래도 이렇게 프러포즈를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느지
지안에게 물어봤다.
" 기쁘지만.. 그래도 받고 싶은 프러포즈 선물 없어요? "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잠시 고민을 하는 그녀를 보니 문득 처음 자신이 고백했던 날이 떠올랐다.
인도 카레집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을 때 저러한 표정이었는데 말이다.
과연 어떤 대답이 나올까
" 음.. 그러면 금 주세요. 반돈짜리요. "
역시 그녀의 입에서는 상상도 못 할 답변이 나왔다.
비싼 명품 가방이나 고가의 주얼리를 말한다고 해도 충분히 사주고도 남았는데
그녀는 금을 원한다고 했다.
재헌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황당하지만 재미있었다.
아무렴 그녀가 원하는 대로 금을 준비하는 것이 맞았다.
" 오빠. 감격해서 우는 표정으로 사진 한 번 남겨보죠. "
뜨끔 없는 그녀의 제안에도 재헌은 열심히 받들여 포즈를 취했다.
뭔가 모델이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재헌은 열심히 그녀의 말대로 따랐다.
그리고 그녀는 주섬주섬 반지를 꺼내더니 당차고 힘차게 말을 이어갔다.
" 오빠 저랑 결혼하죠."
" 하하 좋아요 "
마치 오랫동안 이러한 시간을 기다려 온 것처럼 재헌의 이 결혼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리고 이 둘은 다음 달 결혼했다.
지안은 확실한 행복을 원했다.
지안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경험을 했다.
한 때는 어머니의 말처럼 커리어로 인정을 받는 것이 자신의 인생이 부정당하지 않고,
올곧게 사는 것이라고 믿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안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의 정서적 안정감이 나올 수 있는 곳은
자신이 믿고 사랑하고 따를 수 있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것이지 커리어가 아님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조직에서의 승진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변색이 되고 의미가 없음도 말이다.
그녀는 한정된 시간과 나이 속에서 결단을 내리고 싶었고,
그것이 설령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 하는 거 아니다는 말을 부정할지언정
자신의 선택을 믿고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과정 속에 재헌은 늘 함께였다.
한 때 재헌을 미워하고 반대했던 부모님들이나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지안의 친구들도.
또 반대로 지안의 존재에 대해 안 좋게 생각했던 재헌의 친구들과 지인들도.
어느덧 그들의 안정적이고 서로를 위하는 그들 나름의 행복한 결혼 생활이 보이자
부러워하기도 하며 이들은 정말 부부의 인연이었구나 하며 인정해 주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지안과 재헌은 부부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행복한 결혼 생활에 만족해하며 잘 살아가고 있다.
둘 사이에는 이쁜 딸아이도 있으며 그들을 반반 닮은 아이가 있어 더욱 행복한 요즘이다.
그녀는 그토록 자신이 바랬던 행복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었다.
다음 주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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