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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Jun 16. 2022

<서울 메이드> 매거진, 잠자는 아이를 깨워준 도마뱀

잊을만하면 브런치에서 작가 제안 알람이 울린다. 이번에는 서울산업진흥원과 어라운드가 제작하는 2022 <SEOUL MADE>에서 기고 요청이 왔다. 브런치에 발행한 교육복지실에서 키우는 도마뱀, 원제목은 "불멍 말고 도마뱀 멍에 빠지다"의 글을 보고 연락을 준 것이다.


4월에 원고를 보냈다. 2차 수정을 거친 5월 초에 마지막 수정 원고를 보냈다. 글이 책에 실린다고 생각하니 설렜다. 언제 오려나 오매불망 발행한 책이 발송되기만을 기다렸다. 원고를 보낸 지 달만에 <서메이드> 메거진받았다. 디어 실물 영접을 하다니 영광이다.


감격

또 감격이다.

엔더믹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나긴 '거리두기'로부터 벗어나 '일상으로의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꿈틀거리고 있다. '비대면'이란 단어는 이제 더 이상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중략)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난 2년의 시간은 인간이 혼자 살아가지 못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은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 다시 '어떻게 마주하고 공존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때가 온 것이다. <SEOUL MADE 본문 중>


2022년 봄(26호)은 공존의 문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엮였다. 반려 식물, 반려 동물, 심지어 물건까지도 반려를 붙인다. 어쩌면 반려와 관련된 시장이 급성장한다는 것은 인간은 누군가와 관계 맺고 소통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친구가 필요하다.  


어느 날 프로그램 기획을 위해 유튜브를 봤다. 초등학생이 자신이 키우고 있는 도마뱀을 소개하는 영상이었다. 자기 방에서 도마뱀을 키우는 것도 신기했지만, 도마뱀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하는 아이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때 “이색 반려동물 키우기”가 열풍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릴 때는 학교 정문 노점상이나 문구점에서 파는 병아리와 소라게 정도가 이색이라고 하면 이색 반려동물이다. 하지만 요즘은 고슴도치와 우파루파를 키운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 뱀, 육지 거북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쿠아리움이나 생태 전시관에서 볼 법한 늑대 거북이, 전갈, 타란툴라도 키운다. 머지않아 베란다에 악어를 키우는, 상상하지도 못한 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왜 사람들이 반려동물이나 식물을 키울까. 그 이유를 멍 때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알쓸신잡 2] 유현준 교수는 원시시대에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면서 생존의 위협에서 오는 긴장과 불안감,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한다. 어쩌면 무한 경쟁 속에 치열하게 사는 현대인에게 멍 때리기는 안정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대상이나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교육복지실에 찾아오는 아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관계 맺고 지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다. 가정환경은 말할 것 없고,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해 만성적으로 결핍된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우울하고 무기력한 아이들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도마뱀을 키우고 달라지기 시작했다. 잦은 결석으로 상담받던 아이가 도마뱀을 보러 학교에 나왔고, 학급에서 소외된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 우유를 소개하면서 다가갔다. 우울해하던 아이가 신나 하고 무기력한 아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유를 통해 새로운 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몰라요", "싫어요", "안 해요", "귀찮아요", "꼭 해야 해요?" 어떤 의욕이나 동기도 찾아볼 수 없던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좀처럼 싹 틀 기미가 안 보이던 아이들의 계기와 동기가 움텄다. 도마뱀은 아이들의 의욕이나 어떤 의지, 동기를 깨웠다. 이제는 무표정이었던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도마뱀은 학교의 명물이 되었다. 쉬는 시간마다 도마뱀을 보려고 교육복지실을 찾아온다. 점심시간만 되면 도떼기시장처럼 정신없고 시끌벅적하다. 교실 복도를 지나가면 아이들은 나를 보고 도마뱀 샘이라고 부르며 아우성이다. 내 생애 도마뱀을 키울 줄이야 꿈에도 상상 못 했다. 그 덕에 기고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여러분도 잠시 도마뱀 멍에 빠져보시길. 우유가 혀를 날름거리며 사육장 벽에 묻은 물을 핥아먹을 때 모습은 마냥 귀엽다. 마스카라 칠한 듯 위로 올라간 속눈썹은 정말 빠져든다. 가끔 우유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고 빤히 쳐다보는데 심장 멎는 듯 설렌다. 처음 우유가 갑자기 팔짝 뛰어올랐을 때는 기겁하며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지금은 편안하게 손바닥 위로 올려놓을 수 있다. 우유도 나도 친해질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벌써 이렇게 많이 자랐어요

교육복지실에 새로운 반려 식구가 늘었다. 2학년 아이들과 반려 식물을 키운다. 평범한 것을 거부하는 아이들이 파리지옥을 골랐다. 방울토마토와 해바라기 화분 키트도 구입했다. 자신이 키울 식물을 고르고 별명을 지어줬다. 옹기종기 교육복지실 창가에 모여있는 화분이 앙증맞다. 올여름은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콩벌레와 개미를 잡고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직접 수확한 토마토를 포장해 가정에 보내고 선생님과 나눠 먹을 생각이다. 쨍쨍 내리쬐는 여름날,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나면 좋겠다.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꽃과 함께.


https://brunch.co.kr/@socialworkers/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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