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선생님의 사진이 화재다. 영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영국 자체가 염격 하게 봉쇄되었다. 장기화된 휴교령으로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이 제대로 된 점심을 먹지 못할까 걱정되었다는 어느 선생님의 인터뷰가 강렬하게 남았다. 그는 매일 2시간씩 8km를 걸어서 도시락을 배달해줬다고 한다. 젠 파울스 선생님은 78인분의 18kg의 배낭 무게를 매일 짊어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코로나-19 감염증은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사회복지사의 업무도 마찬가지다.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대면으로 이뤄지는 모든 서비스, 프로그램을 멈춰놨다. 직업 특성상 모든 업무는 학생들, 그 가족들을 만나야 시작된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한동안 어떻게 일해야 할지 몰라 손 놓았다. 코로나-19 감염증으로 변화된 상황에 맞춰 빠른 대응을 했어야 했는데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온라인 수업에 적응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사회복지사의 일은 사회적 거리를 둬야 할수록 마음의 거리는 좁혀야 했다. 코로나-19 감염증 덕분에 교육복지 배려 학생 가정과 연락하는 일이 잦아졌다. 아이가 아픈 데는 없는지, 가족 건강은 어떤지, 낮에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는지, 점심은 잘 챙겨 먹는지, 온라인 수업 참여에 어려움은 없는지, 장기화된 코로나-19 감염증으로 경제적인 위기는 없는지 세세하게 챙기게 됐다. 그러면서 놓치고 있었던 가정 상황도 파악하게 됐다. 코로나 위기는 한 아이를 이해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1차 긴급 지원
1차로 교육복지 배려 학생 가정에 코로나-19 예방 KIT를 전달했다. 마스크, 손 소독제, 구강 청결제, 치약, 칫솔, 항균 비누, 항균 핸드 워시, 항균 물티슈 등 아이들 위생 물품을 챙겼다. 교육복지실에서 배부를 했으며 학교에 방문하기 어려운 가정은 직접 가정방문을 하기도 했다. 1차 물품 수령이 끝나는 대로 2차 긴급 지원을 위한 회의를 소집했다. 도시락 배달과 생필품, 특히 식품 지원 가정을 구분해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다. 오늘부터 20일간 아이들 도시락 배달을 한다. 생각지도 못했는 데 챙겨주셔서 감사하다는 한 부모님의 문자를 보고 어찌나 뿌듯하던지,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빌라를 오르락내리락거리면서도 힘들지 않았다.
2차 지원으로 도시락 배달을 염두하고 있었다. 사실 학교 급식을 배달하는 젠 파울스 선생님의 사진이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망설임 없이 도시락 배달을 결정했다. 어쩌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던 젠 파울스 선생님도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오늘의 메뉴
도시락 배달 첫날, 더워진 날씨 탓에 진땀 뺐다. 상담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큰일 날뻔했다. 이 더운 날에 혼자 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쉽게도 사회적 거리 때문에 도시락만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짧은 인사만 나누고 다음 집으로 갔다. "복지 샘이다." 반겨주는 아이들 때문에 힘든 것도 잊었다. 이렇게나마 아이들의 상황을 알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