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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May 22. 2024

내 생애 첫 책 출간을 앞두고

7화: 아빠의 삶과 작가의 삶 사이, 그 어딘가에

며칠 전,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최종 인쇄본'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원고 파일이었다. 메일함을 열어보니 출간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했다. 뭐, 실제로 서점이나 온라인으로 판매가 되기 전까지는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말이다. 그동안의 노력이 담긴 최종 원고를 받고 기뻤다.

오랫동안 작업한 원고가 드디어 결실을 맺는 순간에 다달았다.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은 지 4년 만에 마무리를 지었다. 최종 원고를 보낸 후에도 10번이나 수정하고 보완했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진심 눈물 난다. 둘째와 셋째 임신과 출산, 육아로 미뤄진 원고 작업.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원고가 특별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원고를 쓰는 것도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기쁨도 잠시, 혹시 발견하지 못한 오류가 남아 있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원고를 여러 번 검토하고 수정했지만 읽을 때마다 고칠 부분이 눈에 띄었다.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혹시나 오타나 틀린 맞춤법,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 어색한 표현 같은 작은 실수라도 발견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더 이상 고칠 수 없다는 현실이 공포로 다가왔다. 인쇄소에 맡기면 손을 떠난 문제가 되는데 큰일이다. 솔직히 꼼꼼히 읽을 자신이 없다.


매번 읽을 때마다 마음에 드는 부분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찾는다. 매끄럽게 읽히도록 문장을 다듬고, 어울리는 단어를 선택한다. 독자들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어색한 표현은 없는지 찾는다. 문제는 원고 수정은 끝도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원고를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집중할 수 없다. 설렁설렁 읽게 된다. 읽을 엄두가 나질 않아 아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내에게 육아 중인 친구나 지인 다섯 명을 서포터즈로 섭외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한 챕터씩 맡아 원고를 읽어 보게 하고, 각자가 읽은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좋을 것 같았다. 혹시 발견하지 못한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어떻게 읽힐까? 어떤 독자들은 책을 통해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도, 어떤 사람들은 별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어떤 피드백을 받을지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한다. 이제 할 수 있는 건 모든 과정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완벽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 또한 느낀다.

완벽히 고치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원고를 읽어보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육아의 위대한 여정을 추억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첫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를 기억하고 첫 마음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육아로 지친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랄 뿐이다. 생애 첫 책 출간을 앞두고 책을 출간하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한 번 느껴보라던 출판사 대표님의 말을 다시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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