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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Aug 27. 2024

휴직의 끝을 잡고 버텨보지만

"죽으러 가?"


지금 당장 타로를 본다면 죽음의 카드를 뽑지 않을까. 백마에 탄 해골 기사만 봐도 등골이 오싹하다. 하지만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죽음의 카드는 부정적인 의미지 않다. 변화, 전환을 암시하며 새로운 시작과 성장을 상징하는 카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나긴 어둠이 지나고 환하게 동이 트기 시작하면 곧 아침이 밝을 것이다. 성직자처럼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맞이하면 그뿐이다.

지금 휴직의 끝자락에 서서 복직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다. 6개월 동안 잘 쉬었나 보다. 후유증이 이만저만 아니다. 9월부터 출근해야 하는데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 마치 여행 마지막 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같네. 그래서일까 1분 1초도 아깝다. 평소 같았으면 눈을 뜨자마자 인스타그램 릴스를 쉴 새 없이 넘겼을 텐데 어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런데 오늘은 오전 내내 누워있었다.


새로운 근무지로 복직해야 해서 부담이 크다.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걱정이다. 처음 만나는 아이들, 교사들과 친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관리자의 눈에 들어야 하는데 생각만으로도 골치 아프다. 전문가의 존재감을 어찌 보여줘야 하나. 게다가 9월에 복직이라 진행 중인 교육복지 사업을 파악하고 운영하기도 바쁘다. 모든 프로그램이 2학기에 몰려 있어 벌써부터 숨 막힌다.


설상가상 교육복지실까지 준비되지 않았다. 지난주 인사겸 복직할 학교에 방문했었는데 공사 중이었다. 텅 빈 교실에 어지럽게 쌓여 있는 자재와 널브러져 있는 공구를 보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업무 공간으로 꾸밀 공간은 버려야 할 짐들로 가득했다. 복직하자마자 교육복지실 공사부터 마무리해야 할 상황이다. 아무래도 복직하고 일주일 동안은 교육복지실 정리와 청소로 바쁘게 지내야 할 것 같다.


육아와 일의 균형을 다시 맞춰야 한다. 육아 휴직한 6개월 동안 가족과 육아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양가 부모님의 병원 진료가 있는 날이면 다른 일 제처 두고 동행을 했다. 그동안 아이들 중심으로 지냈다. 오롯이 가족과 육아에만 신경을 썼는데 이제 육아와 일 사이에서 조화롭게 살아내야만 한다. 문제는 첫째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일하게 되어 일과 육아의 경계가 흐려질 것 같아 신경 쓸게 한 두 가지 아니다.


오늘 하루도 지나갔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출근 준비를 해야겠지. 죽음의 카드에 있는 저기 성직자처럼 일단 복직을 받아들여보자. 로또 1등이 당첨되몰라도 어차피 휴직 연장할 방법이 없으니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하루 타임라인을 새로 짜보고 미리 받은 사업계획서를 읽어봐야겠다. 복직 첫 주에 처리해야 할 업무를 적다 보면 잠든 감각이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복귀하겠지.


그동안 애썼다. 일하면서 또 애쓸 나를 위하여. 이렇게라도 위안해 본다.

cheers! 너의 새로운 도전에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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