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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커서 뭐가 될 거야? 아빠는...

by hohoi파파
해변에서 모래 놀이한 뒤 바다를 보며

가끔 아들이 어떻게 대답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유호야 커서 뭐가 될 거야?
나는 나비가 될 거야!


아들은 2살까지 자기는 나비가 될 거라고 말했다. 4살이 된 어느 날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생각이 커졌는지, 현실적인 아이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아들은 "소방관이 될 거야." 다음 날은 "경찰관이 될 거야"라며 어떤 직업으로 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아들아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아빠는..."


어느 날 “책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사회복지사의 일에 한계를 느낄 때쯤 동료의 이야기가 목말랐다. 무턱대고 교보문고에 갔다. 하지만 어디에도 사회복지 현장 이야기에 관한 책은 없었다. 사회복지 코너에는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이론 서적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 그때부터 사회복지 현장 이야기가 담긴 책 쓰기의 꿈이 자랐다.


직장인 책 쓰기가 대세다. 교보문고만 가봐도 실감한다. 교사가, 청소부가, 버스 기사가 판사가, 심리 상담사가, 셀럽 같은 다양한 직업인 저자가 많다.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쓴 책이 당당히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다.


왜 책을 쓰고 싶었을까. 책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질문이다. 사회복지사의 일을 더 잘하고 싶었다. 점점 학생과 가정 문제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져 한계를 경험했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목말랐다. 지난 경험, 사례에 의존해서는 성장할 수 없었다. 업무에 대한 정리는 물론, 오랫동안 사회복지사의 일을 하려면 레벨 업을 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문성을 갖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실제로 석사 졸업을 해보니 학위보다 자기 이름으로 낸 책 한 권이 전문성 있다는 말을 믿게 되었다.


내가 쓴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오병곤 홍승완 저자 [내 인생의 첫 책 쓰기]에서 단 한 사람을 공략하라고 한다. 책 쓰기는 타깃(독자)을 정하는 일이다. 단 한 명이라도 내가 쓴 책을 읽고 도움이 된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젊은 교육복지사들에게 교육복지사의 일에 대해 나누고 싶었다.


브런치 작가 활동은 마중물이 되었다. 지난 2년 동안 책 쓰기에 꺼지지 않는 불씨와도 같았다. 사회복지학과 대학생들의 인터뷰 요청, 출판사로부터의 기고 제안, 교육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기고 제안, 교육복지사 직업 멘토 오디오북 제작 경험은 꿈을 이어가게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아이들을 더 지켜볼 수 있었고 이 모든 것은 새로운 시작의 밑천이었다. 당신도 꿈을 꾸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걷는 걸음에 성장이 있다고 믿는다.


출판사와의 인연은 출간의 기회로 다가왔다. 표류하던 오래된 원고가 출간을 향해 출항한다. 과연 출간할 수 있을까, 의심했던 지난날들이 한 번에 보상받는 기분이다. 다음 출간을 위해 동기부여는 물론, 출간 기획서 작성과 투고, 계약까지 모든 경험이 도움 되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날개를 단 셈이다. 출간은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든다. 기준을 낮춰서라도 책을 내리라.


요즘 1인 출판사에 관심이 생겼다. 10년 후에는 교육복지전문서점을 운영하고 싶다. 동료 교육복지사와 현장 경험을 나누고 아이들 사례를 지원할 실마리를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김소영 저자의 [어린이라는 세계]와 서현숙 저자의 [소년을 읽다]처럼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과 위기 학생들의 현장 이야기를 엮고 싶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다. 현장에서 일하는 실천자와 더불어 연구자의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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