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좋은 아빠가 꿈이었다. 과거 아버지상은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게 돈만 잘 벌어오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아빠상은 달라졌다. 기존 남자와 여자로 구분 짓던 과거 고정적인 성 역할이 변한 것이다.
요즘 아내들 사이에서 친구 같은 아빠가 최고의 아빠라고 입을 모은다.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놀이터에 가면 아이들과 함께 노는 아빠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쉬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과거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자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이들과 가깝게 지낼 여유가 없다. 먹고살려면 직장에서 일해야 한다. 시대적으로 좋은 아빠상을 요구하지만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남들처럼 “워라밸”을 꿈꾸지만 일과 가정, 양육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혼란스럽기만 하다.
좋은 아빠, 친구 같은 아빠는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자녀가 부모를 안전 기지로 여겨야 친구 같은 부모라고 할 수 있다. 안전 기지는 존 볼비의 애착 이론을 근거한 심리학 용어이다. 안전 기지란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엄마, 아빠는 항상 자신을 지켜주고 응원한다고 믿는 신뢰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안정적인 애착, 쉽게 말해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 것이다. 애착 관계라고 하면 엄마 역할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애착은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와도 형성할 수 있다. 아이들과 유대감을 쌓아야 아빠 존재감이 생기고 외롭지 않다. 가족들이 소외시킨다고 느끼지 않는다. 아빠 존재감을 만들어야 아빠로서 자신감이 생겨 자존감이 높아진다.
아이들에게 편안한 아빠가 되고 싶어 매일 아이들을 껴안는다. 아이들을 자주 안아야 “아빠 존재감”이 생기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빠와 스킨십하며 정서적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스킨십은 친밀한 관계를 위한 첫걸음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는 아빠의 체온을 느끼며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한다. 스킨십은 사랑을 넘어 지난 상처를 치유해 주는 힘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스킨십은 아이의 뇌를 자극해 뇌, 신체, 정서 발달에 도움 된다고 하니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존재감을 되찾는 방법이다.
아빠의 존재감을 느낄 때 아이는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그뿐만 아니라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들의 쿵쿵 뛰는 심장 소리와 새근새근 숨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체온을 느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퇴근 후 녹초 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기 충분하다. 아빠 존재감은 아이들만을 위한 일만 아니다.
매일 하루 30분 스킨십을 해보자. 더 안아주고, 토닥거리고, 쓰다듬어주고, 마사지나 놀이를 핑계로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자. 아이들이 언제든지 달려와 안길만한 아빠가 되는 게 꿈이다. 두 아들에게 "평생 아빠 포옹권"을 선물해야겠다. 적어도 두 아들에게 아빠와 스킨십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다. 품 안에서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는 따뜻한 아빠, 부대끼며 놀 수 있는 친근한 아빠, 때론 인생의 방향을 안내하는 존경하는 아버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좋은 아빠는 아빠로서 존재감이 있을 때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