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 아이로 키우기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도와주다]

by hohoi파파

도와주다: 위해 거들거나 애써 주다.

집안일 돕는 아들, 부디 커서도 기여하길
왕할머니댁으로 가는길, 기어코 자기가 들겠다며

무거운 수박을 들고 있는 아빠를 돕고 싶은 마음


처가댁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트럭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수박과 참외를 팔고 있었다. 수박 한 통에 오천 원, 싼 맛에 한통을 사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통통 가벼운 소리에 사면서도 살짝 고민했었는데 결국 싼 것이 비지떡이었다) 사실 아침에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덕진공원으로 소풍 가려고 했다. 만개한 연꽃도 보고 오리배도 타려고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아침에 덕진공원에서 먹을 참외도 손수 깎았는데...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차에서 짐을 내리고 수박을 들었다. 양손에 짐이 한가득 있었다. 비 오는 날씨 탓인지 소풍 못 간 기분 탓인지 집으로 올라가는 나의 발걸음은 터벅터벅 힘이 없었다. 아들은 그런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수박부터 챙겼다. 짐을 내리고 있는 나에게 "아빠 아빠 수박 챙겼어?" 아들의 신난 목소리가 나를 재촉한다. 아침부터 체리, 옥수수, 자두를 먹고 싶다는 아들, 먹고 싶은 게 왜 이리도 많은지 먹성 좋은 아들 덕에 허리 휘겠다. 사실 뭐든 잘 먹은 아들에 걱정은 없다. 어쨌든 아들은 과일이면 사족을 못 쓴다.


도와줄까?


한 손엔 짐, 다른 한 손엔 수박을 들고 계단으로 향했다. 수박 챙겼냐며 재촉하던 아들이 나를 보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와줄까? 말하며 손을 내민다. 4살 아이가 힘쓰면 얼마나 힘쓰겠는가 하지만 아들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날씨 때문에 망친 기분도 잊게 만들었다. 수박 망 한쪽을 잡는 고사리 같은 아들 손에 감동했다. 요즘 4층 집으로 오르고 내려가는 계단에서 내가 들고 있는 짐을 덜어주고 싶어 한다. 어느 순간부터 어린이집 가방은 자기가 들려고 한다. 출근길에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플라스틱 병이며 박스며 바리바리 들고 내려갈 때면 이건 내가 들고 갈래라며 항상 자기 몫을 챙긴다. 그런 아들이 고맙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안일을 돕는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가족 관계가 좋고, 학습 능력도 우수하고, 독립적이라고 한다. 또한 공감 능력 좋고 다른 사람의 필요를 알아차리는 것이 빠르다고 한다. 물론 집안일을 돕는 아이가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란 점에서 너무 큰 기대나 의미 부여할 필요는 없겠지만 기꺼이 누군가를 돕는 어른으로 컸으면 좋겠다.

공자는 인(仁)을 최고의 덕목으로 봤다. "자기 마음을 미루어 남을 헤아리는", "자기가 싫은 것은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을 인(仁)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다르게 말하면 역지사지의 공감하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앞뒤 안 가리고 끼어들거나 오지랖 넓으란 말은 아니다. 다만 아들이 다른 사람들의 처지와 상황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사회복지사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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